‘논두렁 허무는’ 물고기 침입, 플로리다 생태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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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댄 논의 물이 새어나갈까 노심초사하는 농부는 논두렁을 타고 넘으며 논을 이동하는 물고기가 논두렁을 허문다고 의심했을 법하다.
뱀장어처럼 생긴 이 물고기가 '드렁허리'란 이름은 얻은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드렁허리는 길이 25∼40㎝로 우리나라에서 서·남해로 흐르는 강가 논, 습지 등에 서식하며 물고기, 가재, 새우, 물벌레 등을 잡아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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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버글레이즈 침입 10여년 만에 소형어류, 가재 괴멸
“아시아 비단구렁이 능가하는 생태적 영향 가능성” 경고
아가미와 허파 모두 갖춰 건기에도 활동…습지 복원에 빨간불
어렵게 댄 논의 물이 새어나갈까 노심초사하는 농부는 논두렁을 타고 넘으며 논을 이동하는 물고기가 논두렁을 허문다고 의심했을 법하다. 뱀장어처럼 생긴 이 물고기가 ‘드렁허리’란 이름은 얻은 것은 그 때문이었을 것이다.
평생 담수에만 사는 드렁허리는 뱀장어와 전혀 무관하고 오히려 지느러미도 비늘도 없고 뾰족한 주둥이에 앞을 향해 노려보는 작은 눈은 뱀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아시아와 동남아에 살고 동남아에서는 식용으로 흔히 양식하는 드렁허리가 미국에 침입해 에버글레이즈 습지를 위협하고 있다.
1990년 미국 조지아 주 연못에서 처음 발견된 드렁허리는 2007년 플로리다 주 에버글레이즈국립공원에 침입했다. 드렁허리 유입 전후 26년에 걸친 생태계 변화를 조사한 결과 이 외래종이 유입된 뒤 토종 가재와 소형 물고기 등이 거의 자취를 감추는 등 생태계의 기반이 흔들리는 사실이 밝혀졌다.
매슈 핀타 미국 플로리다 국제대(현 플로리다 주립대) 박사 등은 과학저널 ‘종합 환경 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아시아에서 유입된 드렁허리가 다른 아시아산 침입종인 비단구렁이를 능가하는 생태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드렁허리는 다른 포식자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형질을 지녔다”며 “특히 공기 호흡을 해 건기에 축축한 땅속에 파고들어 장기간 생존하는 능력이 에버글레이즈의 광대하고 얕으며 주기적으로 마르는 습지 생태계에서 큰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드렁허리가 출현한 지 3년 안에 포식 어종 가운데 가장 지배적인 종이 됐다고 밝혔다. 동시에 그때까지 흔했던 고유종이 자취를 감췄다.
논문은 “가재 2종과 열대송사리과의 소형 어종 2종은 거의 붕괴했다”고 적었다. 예를 들어 토종 푸른가재는 지난 8년 동안 개체수 밀도가 99.4% 격감했고 소형 물고기인 아메리칸플래그피시도 99.1% 줄었다.
어떻게 이렇게 짧은 기간에 특정 종이 괴멸적 타격을 입을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이들이 계절에 따른 수위변화를 교묘하게 이용해 기존 포식자를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지만 가뭄에 강한 새로운 포식자에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푸른가재는 건기에 습지 표면이 마르면 바닥으로 파고들어 알을 낳고 홍수기가 오면 부화해 포식자가 없을 때 자란다. 열대송사리과의 소형어류도 포식자가 없는 기간을 이용해 재빨리 번식해 성장하는 전략을 편다. 이런 전략은 아가미와 허파를 모두 지니고 건기에도 활동을 계속하는 드렁허리의 출현에 물거품이 됐다.
연구자들은 ‘가재와 소형 물고기는 생태계 먹이그물의 밑바닥을 받치는 중요한 동물인데 이들이 사라지면서 에버글레이즈 생태계 복원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이 습지 복원의 상징인 미국흰따오기는 번식기에 가재가 꼭 필요한데 이를 구하지 못하자 번식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에버글레이즈국립공원의 일부인) 테일러 슬로프 지역에서 드렁허리가 처음 나타난 것은 2009년이었는데 2014년에는 150㎞ 물줄기의 조사지점 어디서나 드렁허리가 잡혔다”며 “2015년 이후 드렁허리가 폭발적으로 확산했다”고 밝혔다.
드렁허리는 길이 25∼40㎝로 우리나라에서 서·남해로 흐르는 강가 논, 습지 등에 서식하며 물고기, 가재, 새우, 물벌레 등을 잡아먹는다. 성장하면서 일부가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하며, 상황에 따라 수컷이 암컷으로 바뀌기도 한다.
인용 논문: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DOI: 10.1016/j.scitotenv.2022.15924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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