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태양광·풍력 과속 청구서도 날아든다

2023. 4. 7.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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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의 때늦은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

이제 출력 제어가 태양광·풍력 설비의 40% 이상이 집중된 호남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태양광·풍력이 무한한 청정 햇빛과 바람으로 깨끗한 전기를 공급해준다는 순진한 구호를 지나치게 믿었던 게 문제였다.

태양광·풍력의 극심한 간헐성·변동성에 의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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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태양광의 때늦은 청구서가 날아들고 있다. 당장 호남 지역에 비상이 걸렸다. 봄 햇살 덕분에 난방용 전력 수요가 줄어든 판에 추위에 얼어 있던 태양광이 기지개를 켜면서 생기는 일이다. 남는 전력을 저장해 둘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없고, 다른 지역으로 보낼 장거리 송전선로도 없다. 결국, 송배전망의 과부하에 따른 블랙아웃(정전)을 막기 위해 강제 출력 제어를 하기로 했다.

출력 제어가 낯선 것은 아니다. ‘탄소 없는 섬’을 꿈꾸는 제주도에서는 2015년부터 실시했고, 이제는 일상이 돼 버린 제도다. 2021년에 65회에 그쳤던 출력 제어가 지난해에는 무려 132회로 늘었다. 제주도의 태양광 설비가 2012년 대비 175배로 폭증한 결과다. 이제 출력 제어가 태양광·풍력 설비의 40% 이상이 집중된 호남 지역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호남 지역 사정이 절박하다. 태양광 설비가 2016년의 5배가 넘는 9.37GW나 된다. 원전 10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전력 소비가 많지 않은 호남 지역에서는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출력 제어 외엔 출구가 안 보인다. 경남 지역도 안심할 수 없다.

태양광·풍력이 무한한 청정 햇빛과 바람으로 깨끗한 전기를 공급해준다는 순진한 구호를 지나치게 믿었던 게 문제였다. 또, 1GW의 태양광 설비에 축구장 2000개의 부지가 필요한 것도 국토가 좁은 우리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다. 영세 사업자 중심의 태양광을 위해 전국에 거미줄과 같은 분산형(分散型) 계통접속 체계도 갖춰야 한다. 엄청난 비용 때문에 기록적인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태양광·풍력의 극심한 간헐성·변동성에 의한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 제주도·호남의 출력 제어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임시방편일 뿐이다. 영세 사업자가 언제까지나 출력 제어의 엄청난 비용을 떠안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원전·석탄화력과 같은 기저전원의 출력을 줄이는 ‘감발(減發)’도 대안이 될 수 없다. 잦은 감발은 발전 설비의 고장·사고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강조하던 ESS도 처음부터 현실적인 대안이 아니었다. 리튬이온 배터리로 구축한 ESS는 고도의 기술력을 갖춘 전문 인력의 세심한 관리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어설프게 설치해 놓은 ESS의 화재는 모두 기술·자본이 부족한 영세 사업자의 부실한 관리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다.

태양광·풍력에서 남은 전기로 그린 수소를 생산하거나 전용 송전망을 통해 수도권으로 직송하겠다는 발상도 탁상공론이다.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水電解) 설비나 수도권 송전에 필요한 초고압 직류 송전(HVDC) 선로가 모두 공짜는 아니기 때문이다. 태양광·풍력이 전력을 생산하는 하루 3∼4시간 가동만으론 투자비·운영비 회수도 어렵다. 그나마 햇빛이 약한 겨울에는 값비싼 설비가 통째 무용지물이 된다. 기반시설도 취약하고, 인력도 부족한 제주도·호남에 전기를 많이 먹는 데이터센터를 유치하겠다는 발상도 비현실적이다.

25GW의 태양광·풍력으로 고작 5%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가 굳이 전 세계 태양광·풍력의 평균을 무작정 좇아가야 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무엇이나 지나치면 넘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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