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좌표 찍기’···수사 검사에 판사까지 ‘신변 위협’ 노출

선명수 기자 2023. 4. 7. 11:4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뉴욕 법정에 출석한 뒤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기소한 검사에 이어 재판을 담당하는 판사 역시 최근 신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들을 공개 저격하자, 이들에 대한 살해 협박 등이 이어지는 등 ‘좌표 찍기 후 위협’의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NBC는 6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의 후안 머천 판사와 그의 가족이 최근 협박 메시지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머천 판사는 지난 4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기소인부절차를 진행하는 등 이번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정 출석 전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 글을 올려 머천 판사가 “매우 당파적인 판사”라며 그의 가족들을 향해서도 “트럼프를 증오하는 이들”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머천 판사의 딸은 카멀라 해리스(부통령)를 위해 일했고, 지금은 바이든·해리스 캠프로부터 돈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과 차남도 지난 대선 때 머천 판사의 딸이 바이든 캠프에서 일했다는 기사를 SNS에 게시하는 등 공격에 합류했다.

NBC는 머천 판사의 딸이 지난 대선 당시 해리스 부통령 후보의 디지털 모금과 광고를 담당했던 업체 대표로 등재돼 있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그가 대선 이후에도 바이든 대통령과 관련한 업무를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기소한 앨빈 브래그 맨해튼지검장도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검찰의 기소가 임박하자 지난달 24일에 브래그 지검장을 “인간 쓰레기” “짐승” 등 원색적으로 비난한 글을 SNS에 올렸다. 그의 공개 저격 약 10시간 만에 맨해튼지검에는 ‘앨빈 : 난 당신을 죽일 거야’라고 쓰인 협박 메시지와 함께 흰색 가루가 담긴 봉투가 배달되기도 했다. 다만 이 가루에는 독극물 같은 위험 성분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NBC는 브래그 지검장은 물론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들에게도 전화와 우편물, e메일 등을 통해 이와 같은 위협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21일에는 맨해튼법원 청사에 폭파 협박 전화가 걸려와 뉴욕주가 트럼프 가족을 상대로 제기한 민사 재판이 잠시 연기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뉴욕 맨해튼법원에 출석한 지난 4일(현지시간) 법원 앞에 지지자들이 몰려 있다. UPI연합뉴스

맨해튼법원과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 소행으로 추정되는 위협이 계속되자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맨해튼법원은 머천 판사는 물론 법원 전체에 대한 경호를 강화했다. 맨해튼지검 역시 웹사이트에 공개된 검사들의 프로필을 삭제하는 등 보호를 위한 조치에 나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소 전부터 지지자들에게 시위할 것을 촉구하는 등 선동적인 SNS 게시물로 논란을 빚었다. 머천 판사는 지난 4일 법정에서 “폭력과 시민 불안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는 발언을 자제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판·검사에 대한 공개적인 공격도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스티븐 청 트럼프 재선 캠프 대변인은 “헌법은 공정한 절차와 자유로운 발언을 보장하며, 트럼프는 모두 사실을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3건의 ‘성추문 입막음 의혹’과 관련, 모두 34개 중범죄 혐의로 재판에 회부돼 지난 4일 기소인부절차를 밟았다. 그는 미국 건국 이래 형사재판에 회부된 첫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2024년 대권 재도전을 선언한 그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면서 검찰의 기소가 “선거 개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