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김수근의 ‘고석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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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은 자궁(子宮)이다. 자궁의 집은 어머니다. 어머니의 집은 가옥이며, 집의 집은 환경이다." 현대 건축의 거장(巨匠) 김수근(1931∼1986)이 197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수근이 설립한 건축설계회사 '공간' 사옥에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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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집은 자궁(子宮)이다. 자궁의 집은 어머니다. 어머니의 집은 가옥이며, 집의 집은 환경이다.” 현대 건축의 거장(巨匠) 김수근(1931∼1986)이 1977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타임은 그를 ‘서울의 로렌초 메디치’라고 소개했다. 그의 대표적 작품 중 하나로, 국가등록문화재인 서울 종로구 원서동 ‘옛 공간 사옥’도 있다. 현재 ‘아라리오 뮤지엄 인 스페이스(Arario Museum in Space)’로 변모한 아름다운 벽돌 건물이다. 김수근이 설립한 건축설계회사 ‘공간’ 사옥에 그치지 않았다. 그 안에 소규모 공연장 ‘공간사랑’도 만들어 ‘김덕수의 사물놀이’ ‘공옥진의 곱사춤’ 등이 처음으로 널리 알려지게 했다.
“건축은 빛과 벽돌이 짓는 시(詩)”라던 그는 이런 말도 했다. “아무리 급해도 벽돌은 한꺼번에 쌓지 못한다. 한 장 한 장 단정히 쌓지 않으면, 무너지거나 제대로 힘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벽돌이 지닌 조소성(彫塑性)은 무한히 인간화되는 과정을 상징한다.” 그를 두고 흔히 ‘테두리는 있되 모든 게 통해야 한다며 건축과 자연의 공생을 추구한 건축가’ ‘인간과 공간의 소통에 주목한 현대 문예 부흥의 선구자’ 등으로도 표현한다. 그가 설계한 벽돌 건물이 즐비한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일대는 ‘살아 있는 김수근 갤러리’로도 불린다.
암 판정을 받은 김수근은 ‘세상 떠나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이라며, 누이 김순자(1928∼2021) 궁중의상디자이너와 자형 박고석(1917∼2002) 화백 부부의 살림집을 대학로와 가까운 명륜동에 지었다. ‘고석공간(古石空間)’이다. 그 문패 아래에 ‘1983년 11월 김수근 설계 작품’이라고 밝힌 벽돌집으로, 그의 마지막 개인 주택 건축이다. 김수근 건축의 특징이 농축된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고령의 김 여사가 타계 1년 전에 ‘심성 면접’까지 거쳐 팔았다. “박고석·김수근 두 분의 자취를 최대한 간직한 ‘집’으로 사용하려 한다”는 언론인 황정욱 씨와 부인 전정아 씨의 문화·예술 안목과 순박한 마음을 흐뭇해하며 넘겼다. 새 주인은 벽에 걸린 박 화백의 풍경화 ‘울산바위’ 등도 사서 그대로 걸어뒀다. 올해가 ‘고석공간’ 건축 40주년이다. 앞으로도 박고석·김순자·김수근 예술의 향기가 감도는 멋진 집으로 오래 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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