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이 내놓은 한미 경제협력 10대 과제는?

서진우 기자(jwsuh@mk.co.kr) 2023. 4. 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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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요건 완화
IRA 일부 요건 2025년까지 유예 필요
부산엑스포 유치 지원도 美에 요청해야
한국경제연구원
이달 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한미 경제협력 관련 10대 해결 과제가 국내 연구단체를 통해 제시돼 주목된다.

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반도체, 자동차 등 주요 산업별로 한미 양국 간 상호 협력해야 할 과제들을 도출해 ‘한미 경제협력 10대 이슈’를 내놨다.

미국이 반도체, 전기차 등과 같은 핵심 산업에서 자국 내 생산 비중을 높이고 공급망도 북미 위주로 재편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업에 미국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건 동맹국인 한국에 불합리한 요건이다. 이는 한국 기업이 미국에 투자를 확대하고 미국은 자국 내 생산시설을 유치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건임에 따라 한경연은 해당 보조금 요건 완화 등을 통해 양국 상호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신청 요건 완화를 내놨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반도체지원법으로 자국 내 반도체 생산기업의 지원을 확대하고 있지만 ‘칩4 동맹’ 등에 따른 한미 협력은 미흡한 실정이다. 2020년 이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발표한 미국 내 투자계획은 40여 건, 총 투자규모는 2000억달러(약 247조3600억원)에 이른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건설에 차질이 없도록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반도체 시설 접근 허용, 초과 이익 공유 등 보조금 신청 요건의 완화가 필요하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현재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전기차 보조금 요건으로 최종 조립 조건, 배터리 핵심 광물 조건, 배터리 부품 조건 등 동맹국이 단기간에 달성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한경연은 ‘북미 최종 조립’ 세액공제 요건을 현대자동차 조지아 공장 완공 예상 시점인 2025년까지 유예하고 ‘핵심 광물과 배터리 부품’ 요건에 대해서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에서 동맹국으로 기준이 완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배터리의 경우 한국은 배터리 기업과 미국 글로벌 완성차 기업의 합작 투자를 통한 협력이 늘어나는 추세를 이용해 북미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고 미국은 자국 내 투자와 생산시설 확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봤다.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GM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미국 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 협력을 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에 대해 한경연은 한미 기업 간 공급계약 확대와 기술 개발 협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국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3500PPI 수준 올레도스 제작을 요청했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핵심 소재 독점 기업인 미국 UDC와 공급계약 연장, 소재 공동 개발 등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고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연구개발과 제조 분야 파트너로서 한국 기업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가 바이오기술 및 바이오생산 이니셔티브’ 출범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제약·바이오 관련 제품의 미국 내 연구·제조·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생산을 위탁받은 국내 업체들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양국 정부 간 채널을 바탕으로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 지원과 한미 기업간 파트너십 강화가 필요하다.

수소 에너지의 경우 한미 양국 정부가 청정 수소 인증과 기술 기준, 표준 등 관련 제도 정비와 함께 미래 국제 수소 거래 활성화 방안을 주도하고 민간 분야에서 기술과 투자 협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한경연은 지적했다.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DMI)과 미국 메사추세츠공대 전기자동차팀은 수소연료전지 오토바이 개발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으며 SK에코플랜트와 블룸에너지는 미국 병원에 연료전지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다.

미래 모빌리티 산업 중심이 될 도심항공교통(UAM) 분야에선 한미 기업 간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술 협력 등을 통해 기술 개발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 현재 현대차는 미국 내 UAM 독립 법인인 슈퍼널을 설립하고 미국 기업인 마이크로스포트, IBM, 인텔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또 한경연은 국토교통부 주도 아래 추진되고 있는 국내 UAM 상용화 프로젝트인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그랜드 챌린지’에 SK텔레콤, 조비 에비에이션 등 한미 기업 간 협력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로보틱스에 대해서는 민간 기술 교류 강화와 정부 간 대화 채널의 정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한미 양국 간 투자는 물론이고 국내에 기업 간 리서치 센터 설립, 관련 장비 업체 유치 유도 등 미국 원천 기술 도입을 적극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뉴욕소방청은 현대차그룹이 인수한 미국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 로봇개 ‘스팟’을 2대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소방 현장에 투입할 예정이다.

한경연은 한국 정부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을 출범해 ‘2045년 화성 진출’ 등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우주개발 최강국인 미국과 협력에 나서 한미 동맹을 우주까지 넓혀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항공 분야의 경우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록히드 마틴과 컨소시엄을 결성해 50조원이 넘는 경제효과가 예상되는 미국 공군 고등전술훈련기 도입 사업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협력과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한경연은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국내 재계의 유치 홍보 활동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공식 지지를 요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엑스포 유치는 스마트 혁신 강국으로서의 국가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고 K-컬처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규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미·중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자유주의 국가간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 북한의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 경제·안보 협력을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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