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4년만에 영업익 1조 밑돌아...메모리 감산

1분기 반도체 수익성 악화 타격
매출은 63조, 영업익 6000억
글로벌 업계 감산 흐름에 동참

삼성전자가 반도체 수익성 악화로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내려간 것은 14년 전인 2009년 1분기(영업이익 4700억원) 이후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시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메모리 감산도 단행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관련기사 3·5·17면

7일 삼성전자는 1분기 잠정 실적 공시와 함께 별도 설명자료를 통해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메모리 감산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감산 흐름에 동참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삼성전자는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되는 만큼,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위인 삼성전자는 그동안 메모리 가격 하락 속에도 시장 지배력 강화를 위해 ‘감산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번 발표를 통해 삼성전자가 공급량 조정을 통한 메모리 가격 반등을 실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와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이미 감산과 설비투자 축소를 함께 진행 중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77조7800억원)은 19%, 영업이익(14조1200억원)은 95.75% 감소했다.

이는 반도체 시황의 악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사업을 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이 4조원대 안팎의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1분기 D램과 메모리 시장의 가격은 전분기 대비 약 10~20%가량 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되면서 전분기보다 큰 폭의 실적 감소를 보였다”며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도 경기 부진, 비수기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3월말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81달러로, 1분기 내내 2달러 이하를 못 벗어났다. 스마트폰, 노트북 등 IT 기기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낸드플래시 가격 낙폭도 지속됐다.

다만 모바일, 가전 사업을 맡고 있는 DX부문이 선전하며 반도체 사업부의 적자를 만회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MX사업부가 올해 2월 출시한 ‘갤럭시S23’시리즈가 전 세계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김지헌 기자

ra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