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한은 “3월에는 균형 수준”

이재은 기자 2023. 4. 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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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한파·對중국 수출 부진 영향
해외여행 급증에 여행수지 적자
3월 흑자 전환 여부도 불투명
정부 “연간 경상수지 200억달러 흑자 가능”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경상수지가 올해 2월 5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월 42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악의 적자를 낸 데 이어 2월에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경상수지가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처음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대(對)중국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반도체 수출이 반토막 나면서 무역수지와 연동되는 상품수지(수출과 수입의 격차)가 5개월째 적자를 이어간 영향이 컸다.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2월 서비스수지 적자도 20억달러를 넘어섰다.

무역수지에 이어 경상수지마저 적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경기 하강 압력이 더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3월 경상수지 흑자 전환 여부가 관건인데, 현재 전망은 불투명하다. 한국은행은 “3월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픽=정서희

◇ 반도체 수출 41% 감소…상품수지 13억달러 적자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은 7일 오전 열린 ‘2023년 2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에서 “경상수지 적자가 두 달 연속 지속된 이유는 그동안 큰 폭의 흑자를 기록했던 상품수지가 글로벌 경기 둔화와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의 영향으로 적자를 이어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는 5억20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적자를 낸 1월(-42억1000만달러)과 비교하면 적자폭이 크게 줄었지만, 11년 만에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상수지는 크게 상품수지,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로 구성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까지는 상품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내서 다른 부문에서의 적자를 상쇄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꺾이면서 상품수지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2월 상품수지 적자는 13억달러로 5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구체적으로 전체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이 2월 통관 기준으로 41.5% 급감했고, 지역별로는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24.3% 줄었다.

서비스수지 적자가 지속된 점도 경상수지 적자 기조에 영향을 미쳤다. 해외여행 회복, 화물운임 하락에 따른 운송수입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2월 서비스수지는 20억3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10개월 연속 적자다.

이 부장은 “출국자수가 입국자수보다 상대적으로 크게 늘면서 여행수지(-10억1000만달러)가 적자를 기록했고, 화물운임이 하락하면서 운송수지(-2억2000만달러)도 적자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이동원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금융통계부장이 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2월 국제수지(잠정)'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 한국은행

◇ “3월 경상수지 흑자 전환 여부는 서비스수지에 달려 있어”

한국은행은 3월 경상수지 흑자 전환 가능성에 대해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했다. 상품수지는 2월보다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서비스수지는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이 혼재하고 있어 개선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상품수지는 수출과 수입의 격차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무역수지와 연동되는데, 3월 무역수지 적자가 46억2000만달러로 2월의 52억7000만달러 적자보다 줄었기 때문에 상품수지는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문제는 서비스수지다. 이 부장은 “서비스수지는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 요인이 혼재해 있다”며 “긍정적인 요인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이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동남아 관광객이 한국을 많이 찾고 있다는 점이고 부정적인 요인은 화물운임이 악화하면서 운송수지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임금·배당·이자 흐름을 반영한 본원소득수지에 대해 한국은행은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을 국내 송금할 때 법인세 혜택을 주는 익금불산입제도가 1월 도입된 영향으로 흑자를 기조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부장은 “(여러 요인을 고려했을 때) 3월 경상수지는 균형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서비스수지 흐름에 따라 소폭 흑자 또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의미다.

한국은행의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 전망치는 44억달러 적자인데, 올해 1~2월에만 벌써 누적 47억3000만달러 적자가 발생했다. 경상수지 적자 흐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정부의 ‘연간 200억달러대 경상수지 흑자’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무역수지가 개선되면서 경상수지도 연간 기준으로는 흑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열린 제21차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4월에도 국내 기업의 배당 지급이 집중되면서 4월까지는 소득수지 요인에 따른 경상수지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3월 이후 외국인 입국자가 증가하고 있고 무역수지도 시차를 두고 완만히 개선되면서 올해 경상수지는 연간 200억달러대 흑자를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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