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닝쇼크' 삼성전자 반도체 한파…갤23이 적자 메웠다

김정규 기자 2023. 4. 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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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영업이익 6천억 , 전년보다 96% ↓
분기 영업이익 14년만에 1조원 아래 ↓
평택 삼성 고덕 반도체2기 증설 공사장. 경기일보DB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96% 가까이 줄어드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주력 산업인 메모리반도체의 업황 악화 탓인데,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고 했던 삼성전자는 사실상 감산을 처음으로 공식 인정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5.75% 떨어진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대 아래를 기록한 것은 2009년 1분기의 5천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매출은 63조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9% 줄었다.

이는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요 둔화 탓이 가장 크다. 출하 부진과 가격 하락이 시장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선 올해 초 1조~2조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지만, 작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올해 1월 당시 전망보다 현재 업황은 더 나빠진 상태라고 판단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통상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60~70%를 차지하던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6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95.75%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이례적으로 설명자료를 내고 “IT 수요 부진 지속에 따라 부품 부문 위주로 실적이 악화해 전사 실적이 전 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모리는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됐고, 시스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SDC)도 경기 부진과 비수기 영향 등으로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감산 돌입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는 설명자료에서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와 엔지니어링 런(시험 생산) 비중 확대 외에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재고는 2021년 말 16조4천551억원에서 지난해 말 29조576억원으로 76.6% 급증했다. 업계는 지난해 말보다 현재 반도체 업황은 더 안 좋아진 만큼 삼성전자도 ‘감산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체적인 감산 규모 등은 밝히지 않았지만, 업계는 DDR4를 중심으로 감산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갤럭시 S23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D램과 낸드 출하 부진으로 인해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이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내며 사상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갤럭시 S23의 판매 호조로 MX부문은 양호한 실적을 올리며 반도체 부진을 일부 상쇄한 것으로 판단된다.

IBK투자증권은 사업부별 영업이익을 반도체(DS) -4조4천410억원, 디스플레이(SDC) 5천640억원, 모바일(MX)·네트워크 3조7천490억원,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2천140억원으로 추정했다. 한국투자증권은 DS -3조4천700억원, MX 3조2천600억원, SDC 7천700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더 큰 문제는 2분기 전망이 더 어둡다는 것이다. 메모리 가격은 역대급 수요 침체로 빠르게 하락해 ‘현금 원가’에 근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D램 고정가는 지난해 초 3.41달러에서 올해 1~3월 1.81달러까지 떨어졌고, 낸드 고정가는 작년 1~5월 4.81달러 수준에서 3월 3.93달러로 줄었다. 이 때문에 메모리 업황에선 가격 상승보다 출하량 증가에 따른 재고 소진이 선행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규 기자 kyu5150@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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