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대기업, PEF 손잡고 공동투자···M&A시장 '온기'[시그널]

이충희 기자 2023. 4. 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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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도요타·JKL '삼각동맹' 삼아알미늄 투자
SK E&S·쉴더스도 PEF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
대기업과 PEF 협력 통해 투자 침체에 '봄바람'
[서울경제]

올 들어 인수·합병(M&A) 시장이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가운데 주요 대기업과 사모펀드(PEF)들의 협업이 잇따라 결성되고 있어 시장의 이목을 모은다. 2차전지 소재 기업에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이 PEF와 연합 투자에 나서는 등 이례적인 사례까지 나오면서 얼어붙었던 투자 업계에 훈풍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7일 서울경제 시그널이 집계한 M&A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 1분기 주식매매계약(SPA)을 발표한 거래는 35건(5조 721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3조 3690억 원 대비 2조 3690억 원 증가했다. 대기업과 PEF가 손잡고 신사업에 공동 투자하거나 대기업이 PEF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는 양측의 협업 사례가 곳곳에서 생겨나면서 전년 대비 거래액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연합뉴스 그래픽.
현대백화점(069960)도 신생 사모펀드에 계열사 매각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 JKL파트너스, 도요타쯔우쇼는 지난 1월 코스피 상장사 삼아알미늄(006110)에 총 1253억 원을 공동 투자했다. 도요타쯔우쇼는 일본 자동차 대기업 도요타 계열의 종합상사다. 이번 투자는 미래 산업을 향한 국내 PEF와 한·일 대기업 간 협업으로 올 초 시장에서 이목을 끈 사례로 지목된다. 3사의 공동 투자로 삼아알미늄은 향후 배터리 회사들에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며 기업 가치를 키울 수 있는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SK(034730)그룹도 SK E&S와 SK쉴더스 등 2개 계열사가 PEF로부터 2조 735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면서 침체돼 있던 투자 업계에 온기를 불어 넣었다. 스웨덴 사모펀드인 EQT파트너스가 2조 원 규모 SK쉴더스 지분 인수 계약을 완료했고, 글로벌 3대 사모펀드 중 하나인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는 7350억 원에 SK E&S 신주 인수를 마무리했다.

M&A 시장에서 좀처럼 눈에 띄는 거래가 없던 현대백화점그룹은 현대렌탈케어를 사모펀드인 시에라인베스트먼트에 1370억 원에 매각 완료하며 현금을 챙겼다. 시에라인베스트먼트는 권오규 전 경제부총리가 주도해 지난해 설립된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로 현대백화점과 깜짝 거래를 성사시켜며 업계에 데뷔했다.

롯데케미칼(011170)은 파키스탄 자회사(Lotte Chemical Pakistan)를 현지 회사인 '럭키 코어 인더스트리'에 1955억 원 규모로 매각 완료하며 성공적인 투자금 회수로 주목 받았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 해당 회사 지분 인수에 147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번 매각으로 13배에 달하는 자금을 회수했다.

롯데·CJ(001040)·GS까지···PEF와 다방면 협업

국내에서 PEF와 가장 활발히 거래하는 대기업으로 SK와 롯데, CJ 등이 꼽히는 가운데 GS, LG 등도 최근 자본시장과 접점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특히 SK는 그룹 내 첨단소재, 바이오, 그린, 디지털 등 4개 투자 센터를 두고 100여명 규모 관련 전문가들을 둔 국내 최대 투자 관련 그룹사로 지목된다.

지난해 한앤컴퍼니에 매각한 SKC 필름사업부(1조6000억 원)를 비롯해 2021년 IMM크레딧솔루션의 SK엔무브 투자(1조1000억 원), 2019년 한앤컴퍼니의 SK해운 인수(1조5000억 원) 등은 SK가 PEF에 주요 계열사를 매각한 조 단위 딜로 기록됐다.

PEF가 경영 효율화를 이뤄낸 기업들을 사들인 사례도 많았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싱가포르 전기·전자 폐기물(E-waste) 기업 테스를 1조2000억 원에 나비스캐피탈파트너스로부터 인수했다. 2020년에는 어펄마캐피탈로부터 수처리업체인 EMC홀딩스를 약 1조 원에 사들인 바 있다.

CJ는 PEF로부터 활발히 투자금을 유치한 대기업으로 지목된다. 2019년 CJ푸드빌은 자회사 투썸플레이스 지분 45%를 앵커에쿼티파트너스에 2025억 원을 받고 매각한 뒤 이듬해 남아있던 지분 15%도 마저 넘기며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CJ올리브영도 2019년 글랜우드PE에 지분 23%를 4100억 원에 매각하며 신사업 투자 실탄을 확보한 바 있다.

롯데는 지주회사 요건 충족을 위해 금융 계열사를 매각한 것이 PEF와의 주요 딜로 남아있다.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000400)을 2019년 각각 MBK파트너스와 JKL파트너스에 각각 1조3800억 원, 3700억 원에 매각했다. 롯데는 2021년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한샘 경영권을 공동 인수하는 등 PEF와 공동 투자한 경험도 많다.

GS는 2020년 휴젤·요기요 등을 PEF와 공동 인수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엔 자회사 GS벤처스를 통해 첫 펀드를 결성, 스타트업 투자를 본격화했다. LG도 2021년 투자 전담 조직 미래사업팀을 꾸린 이후 LG에너지솔루션 등 주력 계열사들이 PEF와 공동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 목격된다.

M&A 자문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 들어 인수금융 금리가 안정화 하는 추세인데다 기업들도 투자 유치를 위해 눈높이를 낮추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주요 기업들이 PEF와 공동으로 신사업에 투자하거나 자금을 유치하는 협업 사례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충희 기자 mids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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