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망원시장, 망리단길 ‘시장 투어’ 원 픽

장진혁(외부기고자) 2023. 4. 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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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많고 그 호기심을 경험으로 만드는 데 주저함이 없는 MZ세대, 그들은 새로운 것을 갈망한다. 이 새로움은 이 세상에 없던 것이 짠하고 나타나는 ‘창조의 느낌’보다는, 우리 옆에 있었지만 그 존재의 가치를 몰랐던 것에 대한 ‘발견의 느낌’이다. 이 발견이 참 기막히게 신선하다. 힙과 핫이 붙여지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곳이 의외로 시장이다.


마포구 포은로, 망원동 주변은 지리적으로 홍대 상권에서 가장 먼 곳이다. 홍대 상권이 연남, 합정으로 퍼져 나가고 결국 망원동까지 이르렀다. 원래 망원동의 골목골목에는 소점포들이 있었다. 그것이 1975년쯤에 조금씩 모이기 시작해 재래시장인 망원시장을 형성했다. 이 망원시장이 젊은 세대의 눈길을 사로잡은 계기는 2000년 지하철 6호선이 놓이면서다. 홍대에서 시작해 합정까지, 또 지하철을 타고 이 망원시장의 골목골목에 위치한 작은 가게들, 일테면 디저트, 커피, 젤라또 등이 SNS에 올라오면서 이 골목에 ‘길’이라는 호칭을 부여했다. 바로 망리단길이다. 이 길뿐만이 아니다. 망원시장 안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망원시장, 망원월드컵시장 등은 시장 투어가 되었다.

얼마 전 방송된 예능 프로그램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등장한 이탈리아 미슐랭 셰프들도 이곳에서 생굴, 매콤달콤한 닭강정, 한과, 호떡 등을 먹으며 연신 “맘마미아”를 외쳤다. 망원시장은 보통의 재래시장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분명 있다. 그것은 시장이 주택가 한복판에 있다는 것. 시장의 메인 길에서 조금만 벗어나, 한 10m쯤 걸으면 붉은 벽돌의 오래된 주택들이 자리한다. 시장 옆에 주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주택가 한복판에 시장이 길게 늘어선 모양새이다. 그래서일까. 여러 가지 먹거리 중에서도 망원시장은 특히 반찬 가게들이 유명하고 그 반찬의 만듦새나 맛이 정갈하고 맛나다.

망원시장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우이락’, 웨이팅 많은 이 튀김 집은 큰 고추튀김으로 유명세를 탔다. 고추 안에 고기와 당면이 가득해 마치 만두를 먹는 느낌이다. ‘홍두깨손칼국수’는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곳으로 칼국수 한 그릇 배부르게 먹는데 5000원이면 된다. 평양냉면 한 그릇 1만2000원 시대에 5000원이면 정말 땡큐다. 쫄깃한 면발을 기다리면서 조리 과정을 볼 수 있고 수제비, 들깨칼국수도 가성비 갑이다.
‘바삭마차’는 이색적인 디저트로 인근을 평정한 집이다. 달콤한 마시멜로 안에 아이스크림을 가득 채우고 마시멜로 표면을 토치로 구워준다. 마시멜로를 꼬치에 끼워 불에 구워먹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는 듯하다. 그것을 상품성 만점으로 개발한 주인장의 선구안이 돋보인다.
뿌링클호떡으로 유명한 ‘훈훈호떡’, ‘큐스닭강정’, ‘칠공주 호떡’은 물론이고 우엉, 호박, 미역, 비트, 고구마 등 바삭한 부각을 고를 수 있는 곳, 전통 과자 맛집도 빼놓을 수 없다. 두툼한 크기에 육즙이 가득한 떡갈비는 호불호 없는 맛, ‘망원떡갈비’에 가면 순한 맛, 매콤한 고추맛을 골라 먹을 수 있다. 단 기다려야 한다. 떡갈비가 생각보다 ‘뚱뚱’하기 때문이다. 마늘간장맛, 청양고추 매운맛, 아이들이 좋아하는 허니 간장맛 등 온 가족이 함께 가도 만족할 ‘교동닭강정’도 강추다.

시장 밖에도 구경거리 천지다. 골목골목이 다 망리단길이다. 꽃돌이 푸줏간도 웨이팅 고기집이다. 이 푸줏간 앞 긴 줄이 바로 망원시장, 망리단이 지닌 생명력의 증표다. 단지 핫과 힙의 열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유행 동네’가 아니라 꽤 오래 전부터 사람과 부딪치며 성장하고 자리잡은 힘이 축적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글과 사진 장진혁(프리랜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4호(23.4.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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