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살인 배후’ 의혹 재력가 남편, 살인교사 혐의 구속영장

“이경우, 범행 직후 6000만원 요구했지만 거절” 혐의 부인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3월29일 오후 11시46분께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아파트 앞에서 A(48)씨를 차량으로 납치한 뒤 이튿날 오전 살해하고 대전 대청댐 인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혐의(강도살인·사체유기)로 구속된 3인조. 왼쪽부터 이경우(36), 황대한(36), 연지호(30) ⓒ 서울경찰청 제공

강남 40대 여성 납치·살해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사건 배후로 지목된 재력가 유아무개씨에 대해 7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유씨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 3시30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서울 수서경찰서에 따르면, 유씨는 주범 이경우(36·구속)에게 착수금 명목의 돈을 주고 피해자 A(48)씨 납치·살해를 의뢰한 혐의(강도살인교사)를 받는다.

경찰은 유씨와 그의 부인 황아무개씨가 2021년 이경우에게 두 차례에 걸쳐 4000만원을 건넨 점을 확인했다. 범행 직후에도 유씨가 이경우를 접촉한 정황을 포착했고, 이에 지난 5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의 한 백화점에서 유씨를 체포했다.

이경우는 지난달 29일 밤 범행 직후부터 31일 오후 체포되기 전까지 두 차례 유씨를 만나 6000만원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유씨 부부가 2021년 이경우에게 건넨 4000만원이 범행 착수금이고, 이경우가 범행 직후 추가로 요구한 6000만원은 성공보수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살인교사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유씨는 이경우와 최근까지 만난 사실은 있지만, 납치·살인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유씨 변호인은 "범행 전 이경우에게 준 4000만원 중 3500만원은 2021년 변제기간 5년과 이자율 2%로 빌려준 돈이고, 범행 후 이경우가 요구한 6000만원은 거절했다"며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유씨 부부는 사망한 피해자 A씨와 가상화폐 투자 관련 각종 민형사 소송으로 얽힌 관계다.

이경우는 2021년 2월께 P코인 폭락으로 손실을 입자 유씨의 아내 황씨를 찾아가 1억9000만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빼앗은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당시 P코인 투자홍보를 담당한 A씨도 함께 수사받았으나 불송치 됐다.

이 사건으로 오히려 이경우는 유씨 부부와 가까워졌고, A씨는 유씨 부부와 각종 소송전을 진행하며 관계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씨 부부는 2021년 10월께 1억원 상당의 가상화폐 이더리움으로 투자한 P코인을 받지 못했다며 A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유씨 변호인 측은 이에 대해서도 "사업가인 유씨 부부가 1억원 때문에 살인을 교사하겠느냐"며 소송과 사건은 별개라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