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IMF, 韓에 ‘균형 재정’?…평가 뜯어보니

이희조 기자(love@mk.co.kr) 2023. 4. 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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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 대상]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언 “IMF(국제통화기금)가 우리 재정을 균형 재정으로 평가한다” (2023년 3월 14일)

[검증 방법]

-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 한국 언론 인터뷰 내용

- 기획재정부 2월 국세수입 현황

- 빅터 가스파르 IMF 재정국장 최상대 기획재정부 2차관 담화 내용

-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0~2027년)

- 기획재정부 2022~2026년 국가재정운용계획

- IMF 세계 경제 전망 결과

[검증 내용]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국회에서 열린 한 공청회에서 “IMF가 우리 재정을 균형 재정으로 평가한다”며 “국가 신용등급을 위협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공청회는 재정준칙 도입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주최한 행사였다.

재정준칙이란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관리하도록 하는 도구로, 윤석열 정부와 여당인 국민의힘이 도입을 추진 중이다. 야당인 민주당은 당장 준칙을 법에 명시해야 할 정도로 재정이 심각하지는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고 의원의 발언도 이 같은 민주당 입장과 궤를 같이한 것으로 보인다.

공청회가 열리기 전 IMF가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내놓은 평가를 살펴봤다. 공청회 한 달 반 전인 지난 1월 31일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부총재는 한국 언론사들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경제 기초 여건이 탄탄하고 통화·재정 정책도 잘 뒷받침되고 있다”고 했다. 고피나스 부총재는 같은 날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서도 “한국이 재정·통화정책 간 일관성을 유지하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고 의원 발언에는 이 같은 평가 이력이 깔려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IMF가 한국 재정을 ‘균형 재정’이라고 평가한 바는 없다. 균형 재정이란 나가는 세금과 걷는 세금의 균형이 맞는 상태를 뜻한다.

실제 재정 상황을 봐도 균형과는 거리가 멀다. 기재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2월까지 국세 수입이 1년 전보다 16조원 가까이 줄면서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말까지 2월 누적 세수 부족분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올해 세수는 380조2000억원으로, 올해 세입 예상치(400조5000억원)보다 20조원 이상 부족하다. 정부는 국세수입을 포함한 625조7000억원의 총수입을 가정해 올해 총지출 638조7000억원의 사용처를 이미 확정해놨다.

고피나스 부총재 인터뷰 이후이자 공청회 약 한 달 전인 2월 16일 IMF가 내놓은 평가도 밝지만은 않았다. 기재부에 따르면 빅터 가스파르 IMF 재정국장은 최상대 기재부 2차관을 만나 “한국은 향후 채무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라면서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재정 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고피나스 부총재도 1월 31일 추 부총리에게 “향후 한국 경제의 주된 도전 요인은 중장기적인 인구 구조 변화 대응 등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IMF 고위직이 잇따라 언급한 인구 구조 변화는 저출산·고령화로 해석된다. 저출산·고령화가 지속되면 경제 성장 동력이 줄고, 이는 재정 적자를 키울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문제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성장세 하락이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 전체 인구 중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0년 72.1%에서 2050년 51.1%로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았다. OECD는 2045년에는 한국이 세계 1위 고령 국가가 된다고 내다봤다.

정부 재정을 관리할 재정준칙 도입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준칙의 도입 여부가 불투명해질 경우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떨어지고, 이는 국채 금리를 올려 정부가 져야 할 이자 부담을 불어나게 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신인도 하락은 국가 신용등급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가스파르 IMF 국장은 최 차관에게 “재정준칙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국회에서 법제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파른 고령화, 고금리 등으로 한국의 나랏빚과 국채 이자 부담은 이미 늘고 있다. 국가채무는 2020년 846조6000억원에서 지난해 1068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국고채 평균 조달 금리는 2020년 연 1.38%에서 지난해 연 3.17%로 뛰었다. 국고채 이자 규모도 2020년 17조8000억원에서 올해 24조80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IMF는 1월 말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2%)보다 낮춰잡은 1.7%로 발표했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종전의 2.7%에서 올린 2.9%로 전망한 것과 반대다.

[검증 결과]

대체로 사실 아님. IMF는 한국의 재정 정책이 통화 정책과 박자를 맞추고 있다는 단기적인 점은 높이 평가했으나 최근 한국에 ‘균형 재정’이라는 평가를 내린 바는 없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이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경제 성장률 하락 가능성을 고려해 재정준칙 법제화 등으로 재정 건전성을 관리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빠른 나랏빚 증가·고령화 속도, 지지부진한 준칙 법제화까지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IMF가 한국을 균형 재정 국가로 볼 확률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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