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직원들, 고객 '은밀한 영상' 돌려봤다…충격 증언

김인엽 2023. 4. 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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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직원 간 고객 영상·사진 공유 정황 보도
"반응 있을만한 것들 공유하니 '재밌네' 칭찬도"
머스크도 예외 아냐…차고 영상 직원들 사이 퍼져
"데이터는 당신의 것" 무너진 개인정보보호 정책
챗GPT 규제 이어 테크기업 '개인정보' 논란 불붙나
바이든 "기술 기업들, 제품 안전한지 확인해야"

"그들이 빨래하는 모습, 그리고 정말로 '은밀한(intimate)' 장면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보였죠"
"직원들이 고객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본 뒤로는 절대 테슬라를 안 살거라고 농담하곤 했었죠" 

테슬라 직원들이 고객들의 개인정보가 담긴 영상과 사진을 내부에서 돌려봤다는 증언이 나왔다. 

로이터는 6일(현지시간) 2019년부터 3년 간 테슬라 직원들이 내부 전산망에서 고객들의 차량 카메라에 녹화된 사적인 영상과 이미지를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약 300명의 전직 테슬라 직원을 취재했고 이 중 9명이 증언했다.

한 직원에 따르면 2021년 캘리포니아 산 마테오 사무실에서는 한 사고 영상이 1대1 채팅창을 통해 "들불처럼" 번졌다. 거주지역에서 빠른 속도로 달리던 테슬라 차량이 자전거를 탄 아이를 친 영상이었다. 영상에는 아이와 자전거가 다른 방향으로 튕겨져나가는 장면이 담겼다. 나체의 남성이 차량에 다가가는 모습, 누군가 차에 끌려가는 모습 등 충격적인 순간들도 공유됐다. 

 직원들, '밈'처럼 이모티콘 붙여 영상 돌리고 "재밌다"  

CEO인 일론 머스크의 사생활이 침해된 정황도 드러났다. 2020년 무렵 한 차고 안에 주차된 독특한 차량이 직원들의 눈길을 끌었다. 1977년 007 시리즈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 등장한 잠수정 모양의 흰색 로터스 에스프리 차량이다. 이 차의 소유자는 2013년 경매에서 96만8000달러를 주고 매입한 머스크다. 그가 이 영상의 존재와 공유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확실치 않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러한 공유는 일종의 '놀이 문화'였다는 게 직원들의 증언이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산 마테오와 뉴욕 버팔로에 데이터허브를 운용했다. 산 마테오 사무실은 대부분 20대와 30대 초반 젊은 직원들로 구성됐다. 재미있는 밈이나 온라인 콘텐츠를 공유하는 게 일상이었던 이들은 차주들의 사진·영상에도 이모티콘이나 농담을 덧붙여 직원들 사이에 전파했다.

한 직원은 "반응이 있을만한 멋진 것을 발견하면 바로 게시하고, 나중에 쉬는 시간에 사람들이 다가와서 '당신이 게시한 것을 봤어요. 재밌었어요'라고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산 마테오 사무실은 지난해 폐쇄됐다. 

 "데이터는 당신의 것"이라더니 .. 고객 거주지도 노출

테슬라가 이처럼 차량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완전자율주행 쳬계인 '오토파일럿'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AI)이 의사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차량 주행에 필요한 도로·차량·보행자 등에 데이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자율주행 프로젝트 초기에는 비영리단체인 '사마소스'에 외주를 맡겨 데이터를 분류해왔다. 케냐 나이로비에 사무실을 둔 이들은 여성·청년에게 고용 기회를 제공했다. 초기에 20명 정도로 시작했던 인력은 2016년 400명까지 늘었다.

테슬라는 여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안드레이 카르파티 테슬라 AI 수석이사는 2021년 테슬라 AI 데이 행사에서 "안타깝게도 이렇게 중요한 데이터 세트를 얻기 위해 타사와 협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됐다"고 했다. 테슬라는 데이터 분류 사업을 내주화하고 관련 직원을 1000명까지 늘렸다. 이후 뉴욕 버팔로시에 새 데이터허브를 열었고 이곳의 인력은 지난 8월부터 반년 간 54% 증가했다. 

테슬라는 '고객 사생활 약관'에 "카메라 녹화는 익명으로 유지되며 사용자 또는 사용자의 차량과 연동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사용자 외에는 누구도 사용자의 활동과 위치 기록 등을 알 수 없다"고도 돼있다. 그러나 7명의 전직 직원은 그들이 사양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기록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차량 주인들의 거주지까지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데이터는 당신의 것"이라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금이 간 셈이다.

 챗GPT 규제 이어 … 테크기업 '개인정보침해' 논란 불붙나

이같은 직원들의 폭로는 최근 불거진 테크기업들의 '개인정보 침해' 논란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로봇 '챗GPT'는 각국의 규제 심판대에 올랐다. 이탈리아 데이터보호청은 지난달 31일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서방국 최초로 챗GPT 접속을 차단하고 데이터 수집 규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들은 챗GPT가 이용자 연령을 확인하지 않아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답변을 하고, 데이터 학습 과정에서 방대한 양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있다고 밝혔다. 캐나다와 프랑스 당국도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자문위원회 회의에서 "기술 기업들은 제품을 공개하기 전에 제품이 안전한지 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AI가 위험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또 AI가 질병과 기후변화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AI가 국가안보와 사회에 미치는 잠재적 위험을 해결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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