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품은 서명진, 조동현 감독은 감동했다…“죄송하다고, 이정현을 막겠다고, 참 대견스럽네요” [KBL PO]

민준구 MK스포츠(kingmjg@maekyung.com) 2023. 4. 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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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이정현을 막겠다고 찾아오더라고요. 참 대견스러웠죠."

그러나 서명진은 3차전부터 이정현을 막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고 한다.

조 감독은 서명진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비 부담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했고 김영현-김태완, 그리고 최진수 등 다양한 선수를 활용, 이정현 봉쇄에 나섰다.

서명진 역시 전반에 잠시 이정현 수비를 맡기도 했으나 스크린에 걸려 돌파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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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이정현을 막겠다고 찾아오더라고요. 참 대견스러웠죠.”

울산 현대모비스와 고양 캐롯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리기 전이었던 6일 고양체육관. 우연히 마주친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활짝 웃으며 서명진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조 감독은 “2차전이 끝나고 나서 (서)명진이가 찾아왔었다. 자기가 뭘 못 했고 뭘 놓쳤다면서 죄송하다고 하더라. 본인이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패했다면서 자책했다”고 이야기했다.

울산 현대모비스와 고양 캐롯의 2022-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리기 전이었던 6일 고양체육관. 우연히 마주친 조동현 현대모비스 감독은 활짝 웃으며 서명진에 대해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진=KBL 제공
단순히 자책만으로 끝났다면 조 감독이 기뻐할 이유도 없었을 터. 그러나 서명진은 3차전부터 이정현을 막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고 한다. 조 감독조차 서명진의 이러한 말에 깜짝 놀랐다고.

조 감독은 “명진이가 이정현을 본인이 막겠다고 하더라(웃음). 어쩌면 처음이다. 명진이가 나를 찾아와 누군가를 이겨보겠다고 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라며 “기뻤다. 본인이 뭘 놓쳤는지 알고 있었고 또 승리에 대한 의지도 강하게 드러냈다. 건강한 성장이 이런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진이가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에는 이런 애가 아니었는데…”라며 “이정현에 대한 수비는 사실 40분 내내 맡기기 힘드니 중요한 순간이 오면 믿겠다고 했다. 또 2차전에 대해 반성한 부분에 대한 보완보다는 더 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알려줬다. 져도 되니까 하고 싶은 농구를 마음껏 해보라고도 했다”며 웃음 지었다.

서명진의 바람처럼 이정현과의 일대일 승부가 자주 이뤄지지는 않았다. 조 감독은 서명진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수비 부담을 최대한 줄이려 노력했고 김영현-김태완, 그리고 최진수 등 다양한 선수를 활용, 이정현 봉쇄에 나섰다. 결과는 실패. 서명진 역시 전반에 잠시 이정현 수비를 맡기도 했으나 스크린에 걸려 돌파를 허용했다.

그러나 이정현 외 다른 선수들을 완전히 막아낸 현대모비스였다. 디드릭 로슨의 체력을 빼앗는 집중 수비로 캐롯의 또 다른 공격 루트를 차단했다. 야투 난조까지 겹친 그들을 현대모비스는 어렵지 않게 요리할 수 있었다.

서명진도 비교적 조용했던 전반에 비해 후반에는 괴력을 과시했다. 3쿼터까지 23점을 기록한 이정현의 원맨쇼를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던 것일까. 후반에만 11점을 몰아넣으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접전을 이어가던 현대모비스가 단숨에 격차를 벌릴 수 있었던 포인트가 바로 서명진이었다.

조 감독에게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던 서명진. 그리고 결과로 보여준 그는 경기 후 “다들 (이)정현이와 나의 라이벌 관계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정현이는 농구를 정말 잘하는 선수이자 친구다. 내가 감독님에게 말한 건 패한 것에 대해 분하고 또 책임감을 가지고 싶었기에 코트 위에서 쓰러지더라도 막겠다고 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플레이오프를 기점으로 서명진은 분명 달라지고 있다. 오랜 시간 보석이 되지 못한 원석, 새가슴이었던 그가 이제는 서서히 진짜 보석, 남자가 되고 있다. 프로 선수로서 당연히 가져야 할 경쟁 의식, 그리고 승리에 대한 마인드가 확실히 자리 잡힌 듯하다.

과연 서명진은 이정현과의 경쟁에서 승리, 현대모비스를 4강으로 이끌 수 있을까. 프로 데뷔 후 4강 직행이 아닌 이상 6강에서 4강으로 올라선 적은 없었던 서명진. 이정현까지 제치고 스스로 팀을 4강까지 올려놓는다면 엄청난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지금이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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