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수, PO에서 사고칠까?

김종수 2023. 4. 7. 11: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시즌 WKBL에서 가장 빛난 선수는 단연 김단비(33‧180cm)다. 주포지션은 스몰포워드지만 상황에 따라서 2~4번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멀티플레이어인 그녀는 아산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첫해 통합우승을 이끌며 데뷔 16년 만에 첫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데 이어 챔피언결정전 MVP까지 거머쥐며 가장 화려한 별이 됐다.


물론 뒤늦게 몬스터시즌을 보내며 깜짝 스타가 된 것은 아니다. 수차례 득점왕과 리바운드왕을 차지하고 국가대표로도 꾸준히 활약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래부터 기량은 국내 정상급이었다. 다만 프로초창기 선배들을 도와 우승을 경험한 것 외에 자신이 메인이 되어 챔피언이 된 적이 없었고 그로인해 MVP같은 큰상과 인연을 맺지못했다.


결국 늦은 나이에 메인 우승, MVP 수상을 몰아서 가져가며 WKBL 역사의 한페이지에 자신의 이름을 크게 써서 올렸다. 김단비하면 떠오르는 KBL 선수가 있다. 다름아닌 최진수(34‧203cm)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외모적으로 많이 닮았기 때문이다. 김단비는 ‘여자 최진수’, 최진수는 ‘남자 김단비’로 불리기도 한다. 한때 농담섞인 ‘남매설’이 팬들 사이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포탈사이트에서 두사람 이름이 나란히 연관검색어로 뜨는 등 꽤 오랫동안 상당한 화제를 모은바 있다.


사실 프로에서의 커리어만 보면 김단비의 완승이다. 아마 시절의 기대치나 재능만 놓고보면 최진수도 밀릴 것이 없지만 아쉽게도 잠재력에 비해 프로에서 보여준 모습이 너무 적다. 한때 NBA 진출까지 기대하게 만들었던 재능을 감안했을 때 이래저래 안타깝기만 하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최진수가 이렇게 커리어를 마칠 선수가 아닌데…’라는 아쉬움의 목소리가 여전히 흘러나오고 있다.


신인이었던 2011-12 시즌 당시만해도 드래프트 동기이자 농구 선배인 오세근, 김선형 못지않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는 의견도 적지않았다. 플레이 자체는 다소 투박했지만 내외곽을 오가며 전천후로 활약을 펼치는 모습에서 미래를 기대해볼만했기 때문이다. 스윙맨급 기동력과 빅맨의 높이를 가졌다는 부분은 그의 최대 장점이었다.


근성을 앞세운 특유의 전투력도 돋보였다. 신인 때부터 이미 괴물로 불렸던 오세근을 맞아 조금도 주눅들지않고 자신감있게 골밑 싸움을 벌이는 모습에서 '물건이 들어왔다'는 극찬까지 쏟아졌다. 아쉽게도 당시 기록했던 평균 14.4득점, 4.8리바운드, 1.2어시스트, 1.1스틸, 1.1블록슛의 성적은 현재 기준 개인 커리어하이가 되고 말았다.


2년차 시즌 비슷한 성적을 기록했으나 이후 특별한 발전없이 시간만 흘러갔고 2018~19시즌을 마지막으로 간혹 기록했던 두자릿수 득점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그 사이 신인 시절 라이벌이었던 오세근, 김선형은 KBL을 대표하는 간판스타로 족적을 남긴 상태다. 갑자기 각성해서 향후 몇시즌간 MVP급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는한 따라가기 힘들만큼 격차가 벌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최진수는 매력적인 플레이어로 평가받고 있다. 개인기록에서의 비약적인 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워졌지만 가지고있는 ‘툴’이 워낙 많아 사용법만 잘 가져간다면 팀을 강하게 만드는 조각으로서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빅맨급 사이즈에 윙자원의 스피드를 가지고있어 골밑은 물론 외곽수비까지 전천후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런 최진수의 가치는 이번 6강 플레이오프에서 제대로 드러나고 있다. 현재 그가 속해있는 현대모비스는 캐롯을 상대로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는데 7일 현재 2승 1패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상태다. 여기에는 최진수의 활약이 적지않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현대모비스는 함지훈, 장재석 등 풍부한 국내 빅맨자원을 가지고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진수가 꼭 필요한 상태다.


최진수와 달리 둘의 활동 영역은 포스트인근에 집중되어있고 최근 컨디션 또한 썩 좋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6강 3경기에서의 출장시간은 최진수가 함지훈, 장재석보다 더 많다. 1차전(19분 34초)에서 9득점, 6리바운드, 1어시스트, 1스틸, 2차전(18분 13초)에서 6득점, 3리바운드, 3블록슛 그리고 가장 최근 경기인 3차전(23분 18초)에서는 5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 1블록슛을 기록했다.


기록지만 놓고봤을 때는 크게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겠으나 시리즈 내내 보이지않는 부분에서 높은 공헌도를 기록했는 평가다. 캐롯은 외곽농구를 주무기로하는 팀이다. 공간을 넓게 쓰면서 너나 할 것 없이 3점슛을 던지고 빈틈을 노려 빠르게 골밑을 공략한다. 최진수는 그러한 스몰볼을 주특기로하는 팀에게 더욱 강점을 보인다.


3번으로는 테크닉적인 부분에서, 4번으로는 파워에서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있지만 고르게 두포지션의 성향을 갖추고있어 잘만 활용한다면 다방면으로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기동성과 높이를 바탕으로 골밑과 외곽을 오가며 궂은일 중심의 플레이가 가능한지라 수비적인 부분에서의 공헌도가 크다. 덕분에 현대모비스는 상대팀의 라인업에 맞춰 다양한 맞춤형 수비전술이 가능해졌다.


적지않은 나이를 감안했을 때 최진수가 김단비처럼 두터운 누적기록을 쌓아가기는 쉽지않아 졌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우승에 공헌하거나 MVP 등 굵직한 타이틀을 가져가는 것은 충분히 노려볼만하다. 김단비가 그랬듯 최진수 역시 올시즌 가장 마지막에 빛나는 스타가 될 수 있을지…, 슈퍼 유망주의 농구 인생은 현재진행중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윤민호 기자, 정수정 인터넷기자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