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앞 '건보료 폭탄'과 불안한 뇌관
MZ세대 보험료 낸 만큼 혜택 필요
문제는 건강보험 재정 비관적 전망
이리저리 재봐도 보험료 인상 숙명
국고보조금 없어지면 ‘건보료 폭탄’
위기 시그널 울리는데 대책은 있나
# 여러 가지 지표가 모두 위기 시그널을 울리고 있습니다. 설사 추론에 불과하더라도 대비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아무런 대안도 세워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얘기입니다.
# 건강보험 재정 고갈과 함께 MZ세대가 '보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부정적 시나리오 앞에서 어떤 준비를 해나가야 할까요?
정부는 다가올 미래에 대비한 대응책을 세우고 있을까요? 쉽게 풀어보는 건강보험 3편 '불평등의 늪에 빠진 MZ세대'를 살펴보겠습니다.
"불평등은 공정하지 않을 때뿐만 아니라 가치가 부패하고 변질될 경우에도 나타난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은 저서 「돈으로 가질 수 없는 것들-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에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그는 현대 자유경제 체제에선 시장이 '있어야 할 곳'과 '들어서지 말아야 할 곳'을 가리지 않고 형성된 탓에 모든 상품이 원래의 의미ㆍ목적ㆍ가치를 상실했다고 분석했죠.
샌델은 본래 가치가 변질한 대표 사례로 생명보험 상품을 꼽았습니다. 죽음은 생명의 영원한 정지 상태를 뜻합니다. 생명보험 시장은 이 단순한 사실을 '경제적 손실 보상'이란 미명으로 상품화해 누군가의 사망이 다른 누군가에겐 금전적 이득이 되도록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다달이 납부한 보험료에 상응하는 '목숨값'을 남길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이들의 죽음엔 어떤 '이익'도 남지 않죠. 죽음을 둘러싼 일종의 경제적 불평등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놀랍게도 이는 민간시장에만 국한한 얘기가 아닙니다. 국가가 거래를 주도하는 공공 영역에서도 가치의 변질로 인한 불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국민이 '시장참여자'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건강보험도 예외는 아닙니다.
■건보료 폭탄 경고음 = 쉽게 풀어보는 건강보험 1편(더스쿠프 통권 539호ㆍ매년 다 쓰는 구조인데 고갈이라니…)에서 살펴봤듯, 건강보험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국가가 질병 장애 빈곤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 국민은 출생과 동시에 건강보험에 자동 가입하고, 의무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따지면, 건강보험에 가입한 모든 국민은 마땅히 지출한 보험료만큼의 건강보장 혜택을 누려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이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위기론이 고개를 들면서입니다.
문제는 보험료를 수납ㆍ관리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의 적립금에서 출발합니다. 건보공단은 한해 동안 걷은 보험료를 그해 의료보험금을 지급하는 데 씁니다. 그러고도 남는 돈은 만일에 대비한 비상금으로 사용하기 위해 적립금으로 쌓아두죠.
관건은 적립금의 규모입니다. 건보공단이 국민에게 걷은 1년치 보험료는 적고, 줘야 할 보험금은 많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경우 미리 비축해둔 적립금에서 모자란 보험금을 끌어올 수 있습니다. 적립금이 많으면 많을수록 건보공단으로선 '위험비용'을 쉽게 부담할 수 있는 셈입니다.
건강보험 재정 위기론이 불거지는 건 일종의 위험비용인 적립금이 바닥을 드러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적립금 부족의 나비효과로 MZ세대가 '보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받을 수 있는 보험 혜택은 되레 줄어들어 MZ세대가 '불평등의 늪'에 빠질 확률이 커졌죠. 어찌 된 영문일까요? MZ세대를 불안하게 만드는 이 말은 과연 사실일까요? 지금부터 세가지 통계를 보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 전망➊ 국회예산처 = 자! 우선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로선 MZ세대가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높은 보험료를 부담할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첫번째 근거는 2019년 11월 국회예산정책처(이하 국회예산처)가 발표한 '8대 사회보험 재정전망'입니다.
국회예산처는 당시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이 지속될 것이란 조건하에 미래 건강보험 재정을 산출했습니다. 이 전제에 따르면, 정부는 2022년까지 건강보험 보장률 70%를 달성해야 했죠. 이를 위해 필요한 보험금액은 91조8000억원이었습니다. 2028년에도 보장률을 유지하려면 141조7000억원의 비용이 필요했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목표 달성 과정에서 건보공단의 재정 손실이 필연적이었다는 점입니다.
국회예산처의 추계에 따르면, 2019년 건보공단의 재정은 이미 수지 적자(4조1000억원)가 시작돼 2028년 그 폭이 10조7000억원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는 건보공단이 버는 돈(수입)보다 써야 할 돈(지출)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건보공단의 지갑은 '빈털터리'가 되는 거죠.
건강보험 적립금 감소한다면…
아무리 돈을 벌어도 지출폭이 크니 건보공단은 '비상 창고' 격인 적립금에서 돈을 꺼내 쓸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2024년이면 적립금마저 고갈될 것으로 예측됐다는 점입니다.
국회예산처는 건보공단의 적립금이 2019년 16조5000억원에서 2021년 9조5000억원으로 쪼그라들어 2023년엔 7000억원밖에 남지 않을 것으로 봤습니다. 불과 4년 새 적립금이 95.7% 감소한다는 겁니다. 그 결과, 2024년엔 적립금이 '마이너스(3조1000억원)'를 찍고 고갈될 것이란 게 국회예산처의 전망이었습니다.
적립금이 떨어지면 건보공단은 매년 지갑에 들어오는 수입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적립금 감소는 곧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큽니다. 건보공단의 수입 중 가장 의존도가 높은 항목이 바로 국민이 내는 보험료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19년 건보공단의 총수입(75조1150원)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84.0% (63조1114억원)에 달했습니다.
그렇다면 적립금 고갈→보험료 인상이란 악순환을 막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건보공단이 지출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려 적립금을 두둑이 쌓아두는 겁니다. 아이러니한 건 이때도 보험료 인상을 피해갈 순 없다는 점입니다. 앞서 봤듯 건보공단의 수입에서 보험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높아서입니다.
국회예산처에선 적립금 소진을 방지하기 위해 2028년까지 보험료율을 8.65%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계산했습니다. 2019년 보험료율이 6.46%라는 점을 감안하면, 9년 동안 보험료율이 33.9%나 뛰는 겁니다. 이러나저러나 MZ세대는 시간이 지날수록 월급에서 더 많은 돈을 보험료로 떼이는 처지에 놓이는 셈입니다.
건강보험을 둘러싼 비관적 전망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건강보험료를 수납ㆍ운용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도 불안한 미래를 예측했죠. 이 이야기는 6편에서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윤정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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