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처럼 등장한 그’…광주비엔날레 파격은 이탈리아 국가관서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4. 7. 10:5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역대 최대 9개 국가관 참여해
국가 자존심을 건 예술 홍보전
지역 미술관 연계 긍정적 효과
6일 광주 동곡미술관에서 열린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 파빌리온에서 아그네스 퀘스천마크 작가가 퍼포먼스하는 모습 . 이한나 기자
커텐을 열자 거대한 수조 안에서 물과 하나가 된 듯한 긴 머리의 사람이 꿈틀거려 깜짝 놀랐다. 처음엔 영상이 아닐까 의심했지만 실제가 맞았다.

인간 신체를 중심으로 작업해온 이탈리아 아그네스 퀘스천마크(27)가 수중 퍼포먼스 ‘Drowned in living waters’(2023)를 통해 양수 안에 떠있는 태아 상태로 돌아간 상황을 표현하고 있었다. 저렇게 오래 버틸수 있을까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눈을 크게 뜨고 관람객을 응시하는 그의 표정에 고통과 자유로움이 뒤섞여있다. 바다 위 보트에서 자란 작가는 상당히 오랜 시간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었다.

7일 개막한 제14회 광주비엔날레의 이탈리아 파빌리온(국가관)에서 ‘파격의 예술’을 맞닥뜨렸다. 광주 동곡미술관에서 열린 ‘잠이 든 물은 무엇을 꿈꾸는가?’라는 주제로 5명의 젊은 국가 대표들을 물을 연결고리 삼아서 탈인간중심적 시각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게 한다. 일부 이탈리아 작가들은 한국 레지던시와 연계해 일정기간 머물며 한국을 관찰하고 체험한 성과를 반영한 작품을 선보였다. 나머지 작가들도 직관적으로 사로잡는 작품들로 관람객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전시장 바닥에서 흑빛 모래 위 조개껍질들이 캐스터네츠처럼 움직이는 풍경으로 놀래켰던 것은 약과였다. 이 작품은 영산강 수질 정보를 받은 음향과 동작을 구성해 광주와 연결된다.

일부 퍼포먼스는 비엔날레 기간 제한적으로 진행된다.

6일 광주 동곡미술관에서 열린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 파빌리온에서 유발 아비탈 작가 영상 속에서 무용수가 퍼포먼스하는 모습 <이한나 기자>
6일 광주 동곡미술관에서 열린 광주비엔날레 이탈리아 파빌리온에서 파비오 론카토 작가가 광주 창아트스튜디오와 협업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9일간 항쟁을 9개의 옹기로 표현한 ‘Follow Me’ <이한나 기자>
오는 7월 9일까지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중심으로 펼쳐지는 본전시 외에도 올해 비엔날레에는 역대 최대 규모인 9개 국가관이 광주광역시 곳곳의 미술관 등에서 열리고 있다. 지역 미술관과 해외 문화원 등이 협업을 통해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방식이 흥미롭다. 주한이탈리아문화원이 주도한 이탈리아관은 이번에 칼을 단단히 갈았다. 유럽의 주요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젊은 작가들 중심으로 진용을 짜고 본전시와 조응하는 주제를 풀어나갔다. 국가관은 준비 역량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광주비엔날레 캐나다파빌리온 상형문자 같은 이누이트족의 고유 언어로 안내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린 광주비엔날레 캐나다파빌리온은 국내 최초 최대 규모 이누이트 예술을 선보였다. <이한나기자>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은 캐나다 국가관은 고유의 언어와 문화로 ‘에스키모’로도 불리는 이누이트족의 현대 예술을 ‘신화, 현실이 되다’는 주제로 국내 최초 최대 규모로 이강하미술관에서 펼쳤다. 전시를 기획한 윌리엄 허프만 웨스트 바핀 큐레이터는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주목받은 슈비나이 애슈나 등 킨가이트 스튜디오의 예술가 32명의 작품을 90점 이상 소개했다. 작은 공간에 빼곡히 걸린 회화들은 자연과 신화, 설화가 어우러져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이누이트 예술의 대모격인 고 케노주악 아셰바크 등 선배로부터 배워가는 방식으로 전통을 이어가 색연필과 잉크 등 가벼운 느낌의 재료를 주로 사용하고, 인간과 동물,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미지가 공통적이다.
광주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광주비엔날레 캐나다파빌리온의 쿠비안턱 푸드라가 잉크로 그린 작품. ‘무제’(2022) <사진제공=이강하미술관>
프랑스관은 ‘꿈은 제목이 없다’로 베네치아비엔날레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받은 알제리계 작가 지네브 세디라 전시가 재구성됐다. 20분 남짓 허구와 현실, 다큐멘터리 영화를 오가는 몰입형 경험을 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실처럼 꾸며진 1층 공간을 살펴보고 지하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베네치아비엔날레에서 화제를 모았던 퍼포먼스가 없는 것은 아쉽다.
광주 양림미술관에서 열린 광주비엔날레 프랑스파빌리온에서 상영중인 지네브 세디라 영상 한 장면 <사진제공=양림미술관>
국가관이 광주의 다양한 지역 미술관에서 펼쳐지면서 색다른 전시 체험을 광주 시민은 물론 전국, 아니 전 세계에서 모여드는 관람객들이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올해 국가관에는 이밖에도 네덜란드와 스위스, 폴란드, 이스라엘은 물론 전시 상황인 우크라이나와 정치적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중국관도 참여하며 문화예술 교류를 이어갔다.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는 “(코로나19 이후 정상화를 위해) 내년 9월 열릴 예정인 제 15회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에는 20개국 이상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빌리온은 비엔날레 원조격인 베네치아비엔날레를 지향해 광주에서도 지난 2018년 3개국으로 처음 시작했다. 박 대표는 2026년경 50개국 이상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베네치아비엔날레는 80개 국가가 참여했을 정도로 파빌리온 규모가 컸다.

광주 이한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