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핵심 계열사, 저작권 침해소송·압수수색 등 잇단 ‘잡음’

금감원 특사경, 6일 카카오엔터 압수수색
SM 시세조종 혐의… ‘5% 룰’ 위반 여부도 조사
카카오게임즈는 저작권 논란… 엔씨, 5일 소송
“아키에이지 워, 리니지2M 콘텐츠·시스템 모방”
카카오뱅크도 지난달 형사고소… 주가 일제히 하락

경기 성남시 판교카카오아지트 모습. /연합뉴스

카카오 핵심 계열사들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게임즈가 잇따라 도용 의혹에 휩싸인 데 이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악재가 겹치며 투자심리는 위축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은 전날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 지휘 아래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본사와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금감원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한 정황을 신고받고 수사를 진행해왔다. 금감원은 앞서 하이브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우군으로 지목한 헬리오스유한의 거래 내역을 분석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임직원과 연루된 정황을 포착, 이번 압수수색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과 검찰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이른바 ‘5% 룰’로 불리는 대량보유보고의무 규정도 위반했을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5% 룰은 개인이나 기관이 상장·등록 기업 주식을 5% 이상 보유하게 될 경우 금감원에 5일 이내에 보고해야 하는 제도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 28일부터 지난달 3일까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116만7400주를 장내매수하며 지분 4.91%를 확보했는데, 여기에 SM엔터테인먼트 지분 2.73%를 매수한 헬리오스유한이 카카오의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될 경우 5% 룰 위반 소지는 짙어진다.

업계는 금감원의 강도높은 수사를 예상하고 있다. 금감원이 패스트트랙으로 이 사건을 남부지검에 이첩했기 때문이다. 패스트트랙은 금감원이 발견한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 등으로 검찰 수사가 긴급히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검찰에 이첩하는 제도다.

다만 당국의 수사 결과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대주주 지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자본시장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는 별도로 적용될 예정이어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측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어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압수수색 소식에 카카오 주가는 전날 3.14% 떨어진 5만86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왼쪽부터) 엔씨소프트 리니지2M의 '클래스'와 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의 '직업' 화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아키에이지 워의 '직업'이 리니지2M의 '클래스'를 모방하는 등 회사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각 게임 화면

같은 날 카카오게임즈 주가도 엔씨소프트가 신작 ‘아키에이지 워’에 대해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여파에 3.73% 하락한 3만99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이 열린 직후 4%대 약세를 보이며 연중 최저가인 3만92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게임즈 개발 자회사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민사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엔씨소프트는 입장문에서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가 지난달 21일 출시한 ‘아키에이지 워’에서, 당사의 대표작인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장르적 유사성을 벗어나 엔씨소프트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 도용하고 표절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엔씨소프트의 주장은 동종 장르의 게임에 일반적으로 사용돼 온 게임 내 요소 및 배치 방법에 대한 것으로 관련 법률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파악하고 있다”며 “추후 소장을 수령해 면밀히 검토 및 대응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주가도 비슷한 이유로 전날 3.92% 내리며 종가 2만3300원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달 29일 보안기술 저작권법 위반으로 형사고소를 당했다. 생체융복합인증 기업인 올아이티탑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2017년 7월 카카오뱅크가 올아이티탑의 특허를 무단으로 사용하면서 사업이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고소 사실을 밝혔다. 2014년 이용자가 지문 만으로 간편 이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거래 중계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냈는데, 카카오뱅크가 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게 올아이티탑 측 주장이다.

카카오뱅크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올아이티탑의 특허는 개인 금융 거래 중계 서버가 이용자 단말기로부터 지문 정보를 받아 등록된 지문 정보와 비교해 일치하면 은행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방식인데, 이는 단말기 제조사 보안 정책상 구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측은 “올아이티탑은 2018년 카카오뱅크를 상대로 특허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 1심 서울지법과 2심 특허법원에서 패소한 바 있다”며 “특허심판원도 카카오뱅크가 제기한 특허 무효소송을 받아들여 올아이티탑의 특허를 무효화했다. 이에 올아이티탑은 해당 기술을 저작권으로 등록하고, 카카오뱅크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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