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떨군 '백전노장'...그들은 시즌 내내 챔피언이었다

권수연 기자 2023. 4. 7.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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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준우승 후 눈물을 보이는 흥국생명 김해란(좌)을 위로하는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삼산, 권수연 기자) 투혼만큼은 이미 챔피언이다.

지난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최종전(5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15-13)로 꺾으며 챔프전 정상에 올랐다.

챔피언 트로피를 단 한 발짝 남겨놓고 운명은 '해피엔딩'을 허락하지 않았다. 1,2차전을 내줬지만 3,4차전을 반격하며 50%의 확률을 움켜쥔 도로공사 선수단은 공수방면에서 훌륭한 팀워크를 선보였다. 옐레나 35득점(공격성공률 45.07%), 김연경이 30득점을 올렸지만 팀 패배에 결국 빛이 바랬다. 

앞서 지난 해 6월, 흥국생명은 깜짝 소식을 전해왔다. 국내 리그를 떠나있던 '배구황제' 김연경의 귀환이었다. 국내에서 다시 최정상급 퍼포먼스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팬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끓어올랐다. 

해외로 나갔던 그가 돌아오는데는 1년이 걸렸다. 비시즌에 열린 순천 도드람컵(KOVO컵)대회부터 구름떼 관중이 모이기 시작했다.

김연경의 팀 기여도는 초월적이었다. 시즌 초부터 매번 두 자릿대 점수를 넘기며 옐레나와 쌍포로 맹활약했다. 리시브에서도 매우 안정적으로 팀을 받쳤다. 

올 시즌 경기 종료 기준으로 김연경은 공격성공률 45.76%으로 부문 1위, 시간차공격 성공률 61.29%로 1위, 득점부문에서 누적 669점 5위(국내선수 중 1위), 오픈공격 성공률 40.96%으로 4위 등 만능 핵심 플레이어로 맹활약했다. 

챔피언결정전 기준 공격성공률은 45.31%로 1위, 누적득점 120점으로 2위, 서브 세트당 0.15(공동 3위), 시간차공격 (성공률 51.43%) 1위, 오픈공격(성공률 44.76%) 1위를 기록했다. 

흥국생명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해란(좌)-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또한 팀을 뭉치는 리더십과 현장 퍼포먼스, 후배들을 이끄는 호쾌한 카리스마로 홈과 원정경기를 가리지 않고 매진돌풍이 일었다. 

이렇듯 김연경이 화려한 활약으로 흥국생명을 떠받친 주역이라면 반대편에서는 과묵한 기둥으로 팀을 지켜온 또 다른 '리더' 리베로 김해란이 있다. 

국내 여자부 최정상급 수비수로 평가받는 그는 만 39세의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현재 절정에 달한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거의 매 세트 선발로 출전했으며 시즌 종료 기준 수비 부분에서 디그 성공 746, 리시브 정확 314, 세트당 7.80의 기록으로 2위를 차지, 디그에서는 세트당 5.61 수치로 2위에 올라있다.

또한 챔피언결정전 디그 수치는 세트당 7.05로 1위에 올랐으며 수비부문 세트당 9.45로 2위에 올랐다.  

김해란은 2005년부터 2017-18시즌까지 디그 1위를 통산 9회 달성하며 명실상부 여자부 현역 최고 리베로로 올라섰다. 또한 지난 시즌 최초로 통산 1만 디그, 올 시즌 1만5천 디그(2022년 11월 18일 기록)를 넘기며 역대급 기록을 세웠다. 

김연경의 신들린 공격과 더불어 김해란의 온 몸을 던진 수비 투혼이 아니었다면 챔프전 무대의 흥국생명은 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흥국생명 김해란ⓒ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김해란ⓒ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이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었다. 예상치 못한 난관도 있었다. 지난 1월, 권순찬 전 감독이 갑작스럽게 경질되며 사령탑 자리가 비었다. 그 시기를 선수들이 똘똘 뭉쳐 어렵사리 헤쳐나왔다. 그 이후에 신임 아본단자 감독과 함께 정규리그 1위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다사다난한 서사에 이처럼 '백전노장' 베테랑들의 헌신이 보태져 챔피언 트로피까지도 어렵지 않게 따낼 것으로 기대했다. 

흥국생명의 전력은 김연경에게 거의 대부분의 지분을 기대왔다. 김연경은 세간의 뜨거운 시선과 이슈를 한쪽 어깨에 올려놓고, 남은 어깨로 부족한 팀 전력을 버텨야 했다. 사실상 흥국생명의 객관적인 시즌 전력은 김연경이 없다면 공수의 70%가 이탈하는 수준이었다. 심적으로 기댈 수 있는 기둥인 김해란이 있기에 함께 버텼다. 

서로 치열하게 버텼고 의지했고 헌신했지만 끝내 홈에서 함께 웃을 수는 없었다. 리시브가 흔들린 팀은 클러치상황을 견디지 못해 5세트를 내줬다. 

김연경은 미소가 지워진 얼굴로 챔프전 준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핼쓱해진 얼굴의 김해란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흥국생명 김연경-김해란ⓒ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김해란ⓒ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경기 후 김연경은 "(김)해란 언니가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챔프전에서 언니 활약이 너무 좋았다, 보탬이 될 수 있게 서로 했는데 결과가 아쉽게 됐다"고 아쉬운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시즌 중 종종 인터뷰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 김해란에게 심적으로 많이 의지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김연경의 씁쓸한 표정과 김해란의 눈물에서 승부사의 본능과 더불어 트로피를 함께 들어올리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힘겨운 시즌을 헤쳐나왔기에 서로가 더욱 각별했을 것이다. 

은퇴설 혹은 이적설이 돌고 있지만 김연경의 차후 행보는 아직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 통합우승 트로피를 들지 못한 김연경은 "(현역 연장을)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아본단자 감독은 시즌 종료 후 김연경을 향해 직접적으로 "남아달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경기 후 서로를 부둥켜안은 두 '기둥'들이 다음 시즌에도 함께 우승을 위한 군무를 출지, 혹은 달라진 서로의 행적을 응원하게 될지 향후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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