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4년 만에 분기 이익 1조 밑돌아…'어닝쇼크'

반도체 업황 둔화 영향…삼성전자도 결국 감산 동참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4년 만에 1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반도체 감산에 나서기로 했다.

7일 삼성전자는 1분기 매출 63억 원, 영업이익 6000억 원의 잠정실적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어닝쇼크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0퍼센트(%)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95.8% 급감했다. 영업이익이 한해 전 10분의 1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9년 1분기(5900억 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경제지 보도를 종합하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증권사 전망치(컨센서스)는 1조 원이었다.

반도체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업계는 1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에서 4조 원을 웃도는 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발표하는 동시에 삼성전자는 별도로 보도자료를 내 반도체 감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사업과 관련해 "매크로 상황과 고객 구매심리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가 발생했고 "다수 고객사의 재무 건전화 목적 재고 조정이 지속"돼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이처럼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으로 메모리 생산량 하향 조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경쟁자들도 일제히 메모리 생산 감산에 나섰다. 업계 2위인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부터 D램을 비롯한 주요 제품의 감산을 진행했다. 업계 3위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D램 생산량 20% 감산을 결정했고, 최근에는 설비투자 규모도 축소하기로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경쟁업체와 달리 여태 감산을 하지 않은 배경으로 "고난도 선단공정, DDR5(차세대 D램) 전환 등에 따른 생산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환산 반도체 생산량 증가율) 제약을 대비해 안정적 공급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한 점을 들었다. 종합하면, 여태 생산과 기술투자 기조를 고려하면 이번 감산 결정이 그만큼 어려운 선택이었음을 의미한다.

다만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연구개발(R&D) 투자는 지속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단기적으로 여전히 둔화하는 모습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의 견조한 수요 회복이 예상된다며, 삼성전자는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와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6000억 원으로 잠정 추산됐다. 14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 이익이 1조 원 아래로 떨어졌다. 전년의 10분의 1 수준의 급감이다. 사진은 2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연합뉴스

[이대희 기자(eday@pressi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