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삼성, 메모리 감산 공식화(종합)

장민권 2023. 4. 7.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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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분기 이후 영업익 1조원 하회
반도체(DS) 부문 4조원대 적자 추정
상반기 D램 및 낸드 시장 부진 지속
감산 선 그었던 삼성도 생산량 감축 공식화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삼성전자 제공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1조원을 하회했다. 장기화되는 반도체 불황을 가정한 시장의 추정치마저 밑도는 최악의 성적표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부진과 재고 과잉 여파가 예상보다 극심했다. 핵심 사업부인 반도체(DS) 부문은 수조원대 적자에 빠진 것으로 추정됐다. 그동안 "인위적 감산은 없다"던 삼성전자도 메모리반도체 생산 감축을 공식 선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급 최악 실적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4분기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 95.75%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하회한 건 2009년 1·4분기(5900억원)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증권사들이 전망한 실적 평균에도 크게 미치지 못했다. 금융정보기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올해 1·4분기 잠정 매출은 64조 2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원 수준으로 추정됐다.

고객사 주문량이 급감하며 출하량 둔화와 재고 과잉 등 이중고에 시달린 메모리 반도체 사업 부진이 뼈아팠다.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에서는 사업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DS 부문은 4조원 안팎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DS 부문 분기 영업이익 적자는 2009년 1·4분기 이후 처음이다. DS 부문은 삼성전자 실적 절반 가량을 책임지는 핵심 사업부다.

삼성전자가 1위를 차지하고 있는 D램·낸드플래시 시장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메모리카드·USB향 낸드 범용제품(128Gb 16Gx8 MLC)의 3월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3.93달러로 전월 대비 5.12% 하락했다. 지난해 10월부터 5개월째 4달러선에서 보합세를 이어가던 낸드 가격은 6개월 만에 3달러대로 떨어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낸드 평균판매가격은 전 분기 대비 10~15% 내려갔다. 오는 2·4분기는 5~10% 하락할 것으로 전망됐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021년 9월까지 4.1달러를 유지하다 지난해 7월 2.88달러로 내려갔다. 이어 지난 1월 18.10% 급락하며 1달러대로 하락했다. 트렌드포스는 2·4분기 D램 가격이 전 분기 대비 10∼1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감산 대열 합류
그동안 인위적인 생산량 감축 방침에 선을 그었던 삼성전자도 감산 행렬에 합류한다. 이미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키옥시아 등 글로벌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은 지난해부터 감산에 들어갔다.

삼성전자는 이날 낸 사업별 실적 하락 요인과 회사 대응에 대한 설명자료에서 "이미 진행 중인 미래를 위한 라인 운영 최적화 및 엔지니어링 런(시험생산) 비중 확대 외 추가로 공급성이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며 생산량 조절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삼성전자는 전방수요 부진으로 메모리 실적이 전분기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재고 조정에 비상이 걸린 고객사들의 주문량이 급감한 여파다. 시스템반도체 및 디스플레이(SDC)도 경기 부진 및 비수기 영향 등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둔화됐다.

다만, 삼성전자는 기존 주력 제품을 충분히 확보했다는 판단 하에 차세대 공정 전환에 속도를 내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측은 "난이도가 높은 선단공정 및 DDR5·LPDDR5 전환 등에 따른 생산 빗그로스(비트 단위 출하량 증가율) 제약을 대비해 안정적인 공급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했다"며 "이를 통해 특정 메모리 제품은 향후 수요 변동에 대응 가능한 물량을 확보했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인텔의 차세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인 '사파이어 래피즈' 출시 등의 효과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DDR5 등 차세대 메모리 대응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필수투자도 예정대로 실시해 중장기 사업 경쟁력은 차질없이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측은 "단기 생산 계획은 하향 조정했으나 중장기적으로 견조한 수요가 전망되는 바 필수 클린룸 확보를 위한 인프라 투자는 지속하고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비중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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