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영업비밀’ 유출범 2위는 재직자…1위는?
코카콜라는 콜라 원액의 성분, 재료의 배합비 등 이른바 ‘레시피’에 대한 영업비밀을 굳건하게 지켜내면서 100년 이상 세계 시장을 지배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업비밀은 대외로 알려져 있지 않은 생산 및 판매 방법이나 기타 영업활동에 유용한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 등을 이른다. 특허권은 외부에 기술을 노출하되 법적으로 보호를 받지만, 영업비밀은 그 자체의 외부 노출을 차단함으로 보호받게 된다. 영업비밀은 그것이 비밀로 계속 유지되는 한 영원히 보호받을 수 있다. 상당수 기업이 가지고 있는 영업비밀은 기업의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곤 한다. 미국에서 LG화학(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인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영업비밀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기업의 중요한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특허청의 조사 결과, 이 영업비밀을 외부로 유출하는 사람의 절반은 퇴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특허청이 지난해 6~11월 8269개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벌인 ‘지식재산 보호 실태조사’에서 확인됐다.
7일 특허청의 지식재산 보호 실태조사의 결과를 보면, 국내 기업 중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76.8%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영업비밀을 보유한 기업 중에서 최근 5년(2017~2021년) 사이에 영업비밀 유출 피해를 경험한 기업은 1%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영업비밀을 외부로 유출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특허청의 조사 결과 영업비밀 유출을 실행한 사람 중 51.2%는 퇴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직 중인 사람에 의해 유출된 경우는 26.4%, 외부인에 의해 유출된 경우는 24.0%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퇴직자에 의한 영업비밀이 유출되는 경우가 많지만, 퇴직자로부터 ‘비밀 보호 서약서’를 받는 등의 관리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은 44.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청 관계자는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퇴직자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영업비밀 유출이 가장 많은 업종은 ‘한류’의 열풍 속에 ‘K-Food’를 내세워 세계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식음료 등 제조업 분야(2.3%)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의 주력산업인 반도체 등의 전기·전자 산업(2.1%)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의복·신발 제조업(2.0%), 비금속 광물 산업(1.9%), 화학 산업(1.7%) 등의 순이었다.
한편 국내 기업 중 특허권·상표권·디자인권 등 지식재산권(산업재산권)을 보유한 비율은 22.2%로 나타났다. 보유하고 있는 권리의 유형(복수 응답)별 비율은 특허권이 18.2%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상표권(6.9%), 디자인권(4.8%) 순이었다.
이런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 중 최근 5년(2017~2021년) 사이 지식재산권 침해 피해를 경험한 기업은 3.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리유형별로는 상표권이 1.7%로 가장 높았고, 특허권(실용신안권 포함) 1.4%, 디자인권 0.9% 순이었다.
특허청은 상표권에 대한 침해 피해 비율이 높은 이유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오픈마켓 등 온라인을 통한 위조상품의 유통이 급증한 것을 꼽았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상표권 등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판매 중지 조처를 내린 실적을 보면, 2020년부터 이런 행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이 지식재산권 침해 사실을 확인하고 판매 중지 조처를 내린 건수는 2022년 2만4687건으로 2019년(7662건) 대비 약 3배 늘어났다.
김시형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이 충실히 보호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을 하고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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