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아쉬움? 中에서 풀래요" 韓 탁구 천재, 4년 만에 메이저 대회로
한때 한국 남자 탁구의 미래로 불렸던 천재가 드디어 4년 만에 메이저 대회에 나서게 됐다. 도쿄올림픽의 아쉬움을 딛고 올해 항저우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올림픽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다.
안재현(24·한국거래소)은 4일 충남 당진실내체육관에서 마무리된 '2023 평창아시아선수권대회 및 항저우아시안게임 파견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남자부 1위에 올랐다. 8명이 겨룬 2차 선발전에서 6승 1패를 거둬 3명까지 주어지는 평창 및 항저우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2차전에서는 안재현을 비롯해 오준성(미래에셋증권), 박강현(한국수자원공사)이 2, 3위로 선발됐다. 앞서 1차전에서 1, 2위에 오른 장우진(국군체육부대), 임종훈(대한탁구협회)까지 5명이 평창 및 항저우에서 태극 마크를 달고 뛴다.
안재현으로서는 2019년 부다페스트세계선수권대회 이후 4년 만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다. 당시 안재현은 약관의 나이로 남자 단식에서 깜짝 동메달을 따냈다. 당시 세계 랭킹 157위에 불과했던 안재현은 창의적인 플레이로 14위 웡춘팅(홍콩), 29위 다니엘 하베손(오스트리아)에 이어 16살이던 일본의 탁구 신동 하리모토 도모카즈(당시 4위)를 꺾으며 '탁구 천재'임을 입증했다.
하지만 안재현은 2021년 도쿄올림픽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당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위를 하고도 대한탁구협회가 국제 대회 경쟁력을 이유로 다른 선수를 뽑으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상비군으로 도쿄에는 대표팀과 동행했지만 경기에는 나설 수 없었다.
그런 아픔을 딛고 아시안게임에 처음으로 출전하게 된 것이다. 안재현은 2021년 아시아선수권대회 남자 단체전 금메달과 지난해 청두세계선수권 남자 단체전 4강에도 기여했지만 아무래도 메이저 대회인 아시안게임 출전에 대한 감회는 다를 수밖에 없다.
안재현은 "아시안게임은 처음인데 분위기도 그렇고 준비를 열심히 해서 잘 풀어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설레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어 "1차 선발전은 아쉬웠지만 2차 선발전으로 넘어오면서 꼭 대표팀에 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돌아봤다.
사실 안재현은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및 상비군 선발전에서 상비군으로 밀렸다. 안재현은 "12월 허리가 많이 아팠다"면서 "쉬면서 관리했어야 했는데 (한국프로탁구리그 및 국제 대회 등) 경기가 많아서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선발전에서는 아픔을 극복했다. 안재현은 "2차 선발전 당시 조대성(삼성생명)과 경기를 할 때 허리를 삐끗해 다음 경기에서 1패를 안았다"면서 "다행히 남은 경기를 이겨서 국가대표를 확정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제 안재현의 눈은 항저우와 내년 파리를 향하고 있다. 안재현은 "도쿄올림픽에 못 나갔지만 '내가 선발전에서 1등을 했으면 갔을 텐데'라고 생각한다"면서 "항저우아시안게임도 과정이라고 보고 과정에서 잘 해야 더 중요한 대회이자 최종 목표인 파리올림픽을 위해 차근차근 달려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탁구의 전설' 유남규 한국거래소 감독(55)도 제자에 대한 기대감이 적잖다. 유 감독은 "안재현은 키가 크지 않지만 단단한 드라이브 등 재능이 많은 선수"라면서 "세계선수권 동메달 등 가능성을 입증한 만큼 남은 기간 체력과 기술을 보완한다면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메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남자 단식 금메달을 석권하는 등 한국 탁구가 낳은 최고 스타로 꼽힌다.
안재현은 "선발전에서 드라이브의 장점을 살려야 했는데 움직임이 둔했다"면서 "중요할 때 소심하게 플레이하는 단점을 극복하고 적극적으로 하면 포핸드에서 타점을 더 잘 맞출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메달을 따려면 중국 빼고 모두 이겨야 한다"면서 "또 중국 선수들과 붙게 되면 멋지게 경기해보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자신의 뒤를 이어 천재로 불리는 후배 오준성에 대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오준성은 오상은 미래에셋증권 감독의 아들로 유남규 감독의 역대 최연소 아시안게임 출전(당시 18세) 기록을 경신하게 됐다. 17세인 오준성이 항저우에 나서면 한국 탁구 사상 최연소 출전이 된다. 안재현은 "준성이랑 자주 대화하는데 어리지만 안전하게 잘 치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다만 안재현은 이번 선발전에서 오준성에게 승리하며 선배의 관록을 보였다.
후배에게 배울 점도 많다. 안재현은 "준성이랑 대화하면서 후회했던 게 자신 있게 하지 못했던 것"이라면서 "게임에서 이기려고 소심하게 하다 보니 과감하게 플레이하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2019년 당시 한국 탁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혔던 안재현. 이후 불운과 부상 등 아쉬움을 겪었지만 올해 항저우와 내년 파리에서 다시 천재성을 입증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당진=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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