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싫지만 일본영화·일본여행 좋은 이유 [핫이슈]
일본 정부가 추가적인 반성과 사죄 입장을 밝히지 않은데다 전범 기업들의 기금 출연도 없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독도 영유권, 일본의 역사 왜곡 교과서 문제까지 겹치면서 양국 관계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하지만 정치·외교적 갈등과는 별개로 일본 영화는 한국에서 어느 때 보다 잘 나가고 있다.
일본 애니매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은 누적 관객수 390만명을 돌파하며 4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 중이다. 또 다른 일본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누적 관객 수 440명을 넘어서며 역대 국내 개봉 일본 영화 중 1위에 올라섰다.
일본 여행객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한 나라는 일본으로, 전체 출국자 658만145명중 109만3260명이 일본을 찾았다. 해외 여행자 6명 중 1명이 일본으로 떠난 것이다. 올해도 일본을 찾는 발길은 이어져, 이미 6월 현충일 연휴 항공권이 동이 났다고 한다.
일본 여행객이 늘어난 것은 가까운 거리와 엔화 약세 덕이 크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영화를 즐기고, 여행을 가는 것은 애국심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더 큰 이유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즐기는 것과 역사는 철저히 분리한다는 것이다.
뉴스위크 일본판은 한국인의 일본행 광풍의 요인으로 MZ세대의 바뀐 인식을 꼽았다. ‘노 재팬’ 운동이 한창이던 2020년 초 엠브레인 조사에서 49.9%에 달했던 ‘(일본은)적대국’이라는 응답이 작년 말 설문에서 36.1%로 줄어든 것을 그 근거로 제시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2월 말 내놓은 20·30대 청년세대 한일관계 인식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2.3%가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부정적이라는 답은 17.4%에 그쳤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5.7점(10점 만점)이었다.
이런 인식은 일본 청년들도 비슷하다.
젠론GPO가 2021년에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1%와 일본인의 52.7%가 양국 관계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가지고 있었고, 한국인의 63.2%와 일본인의 48.8%가 상대국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40세 미만의 일본 응답자 중 64.6%는 양국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한국 대중문화를 즐긴다고 인정했고, 77.5%는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응답했다. 일본 우익 세력의 반한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한국문화를 즐기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더 글로리’ 등 한국 드라마가 일본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했고, BTS는 골든디스크 4관왕에 올랐다. K콘텐츠의 대일 수출액은 2021년 기준으로 수입액의 14배에 달한다.
과거사 문제는 양국 간 풀기 어려운 숙제지만, 서로를 100% 적으로 돌릴 수는 없다. 반일·반한 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과 한국·일본 전체를 구분해, 무차별적으로 서로를 혐오하고 차별하지 않겠다는 젊은이들의 생각이 최근 일본 영화 인기로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나라는 경제와 외교, 스포츠에서는 선의의 경쟁 상대이며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하는 좋은 이웃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에게도, 일본에게도 바람직한 미래일 것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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