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부딪힌 현대LNG해운 해외 매각…몸값 낮춰 HMM과 재협상 가능성
HMM과 몸값 4600억원 수준에서 협상했다가 결렬
'경업금지' 해지가 프리미엄이지만 HMM은 시큰둥
액화천연가스(LNG) 수송 전문 선사인 현대LNG해운 매각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와 IMM인베스트먼트가 해외 선사를 대상으로 매각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부가 LNG 운송을 에너지안보 차원으로 간주해 매각에 개입할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다. 결국 HMM에 다시 매각하는 방안이 가장 깔끔한 해결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문제는 가격이다. 큰 폭의 가격조정 없인 성사가 어려울 것이란 관전평이 나온다.
가스공사 해외매각 '거부권' 행사여부 관건으로
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LNG해운 지분 100%를 보유한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매각을 위해 미국, 영국, 덴마크 등 해외 기업과 해운 등 인프라 투자를 위주로 하는 재무적투자자(FI) 4~5곳을 적격인수후보(FI)로 선정했다. 매각 측은 한달여간의 실사를 거친 뒤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매각 주관사는 씨티글로벌그룹마켓증권이다.
해외 매각 추진 소식이 알려진 후 해양수산부는 "정부는 전략화물인 LNG의 수송 안정성과 국적선사의 영업력 유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매각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필요시 한국가스공사 등 관계기관과 함께 해외 매각 파급 효과를 검토할 계획"이란 입장을 밝혔다.
현행법상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매각 측인 IMM 입장으로선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1차 걸림돌은 한국가스공사다. 현대LNG해운 보유 선박 16척 중 10척 가량은 한국가스공사와 장기운송 계약을 맺어 영향 아래 있다. 선사들은 일반적으로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별도 약정을 통해 해운사 대주주가 변경하면 이에 대해 화주의 동의를 받아야하는 절차를 밟는다. 정부가 LNG 운송 안정성과 영업력 유출 가능성을 살피겠다고 해외 매각에 대한 '불안함'을 표출한만큼 공공기관인 가스공사를 통해 해외매각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 등 정책기관도 넘어야 할 산이다. 정책기관들도 대주주 변경에 따라 선박금융 금리를 재조정하는 방식 등으로 해외 매각에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밖에 없을 것"…자신감 넘치는 HMM·산은
IMM은 2014년 재정난을 겪던 현대상선으로부터 LNG전용사업부를 500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10년이 가까이되는만큼 서둘러 정리해야하는 상황이다. IMM PE는 에어퍼스트 소수 지분, 미샤 운영사인 에이블씨엔씨 등 활발한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샘 투자 실패 등으로 출자자(LP)들의 의구심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금 회수에 속도를 내 성과를 보이겠다는 포석이다.
해외 선사들을 대상으로 매각이 진행되더라도 원하는 가격 눈높이를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IMM 측은 지난해 하반기 HMM과 매각 협상에서 한 회계법인을 통해 현대LNG해운의 기업가치를 4600억원으로 책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의 잔존가치로 약 2000억원을 책정했고, HMM이 인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 등 미래가치가 2600억원으로 평가됐다.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은 IMM에 LNG사업부를 넘기면서 2029년까지 LNG운송업에 재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금지'를 맺었다. IMM입장에선 HMM이 현대LNG해운을 재매입하면 경업금지를 피할 수 있어 진입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마케팅 요인이었다.
다만 HMM 대주주인 산업은행에서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이유로 현대LNG해운 인수를 강하게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LNG해운 인수 후보 중에서 후하게 사줄 수 있는 곳이 HMM 뿐이라는 분위기도 짙다. 기존 LNG운송선을 보유한 해외 해운사 입장에선 경업금지에 해당되지 않아 잔존가치보다 큰 프리미엄을 제시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시중금리 상승 여파로 만기가 도래한 선박금융의 차환금리도 대폭 상승하고 금융비용도 커지면서 시간이 지날 수록 인수 측에 협상력이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이 안정적인 현금 창출이 가능한 데다 저금리 기조 하에선 금융비용 부담이 적어 PEF들이 너나없이 투자해왔지만 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여지가 많은 산업이란 점은 PEF들이 간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IB업계 관계자는 "IMM 측이 해외 매각 가능성을 시장에 내비치고 있지만 결국엔 HMM에 다시 한번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며 "HMM 매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국 현대LNG해운 몸값을 얼마나 낮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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