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 적합한 학력 신장 도모해야 할 골든타임”

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2023. 4. 7. 09: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윤건영 충북교육감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육생태계 조성할 것”

(시사저널=이상욱 충청본부 기자)

교육의 고장으로 잘 알려진 충북은 오랜 시간 도민들의 불신으로, 학력 신장은 고사하고 이념 편향적 교육정책으로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현실에 대해 윤건영 충북교육감은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육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태까지 단편적인 길에 머무른 교육생태계를 정리하고, 지역사회와 협력을 통한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고 있다. 더불어 윤 교육감은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리는 등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다. 4월6일 충북교육청 교육감 집무실에서 만난 윤 교육감은 "지금은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 적합한 학력 신장을 도모해야 할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4월6일 시사저널과 인터뷰 중인 윤건영 충북교육감 모습 ⓒ충북교육청 제공

AI 바이오 영재학교 오송 유치를 진행 중이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AI 핵심 인재를 확보하는 일은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중요한 열쇠다. 특히 충북은 역사적으로 교육의 고장이었고, 현재 AI바이오 산업의 메카다. AI 바이오 영재학교 설립을 통해 충북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 미래 핵심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올해 정부가 충북 AI 바이오 영재학교 설립 연구용역 예산을 편성했다. 현재 한국과학기술원 주관으로 미래형 과학영재학교 설립연구용역이 추진되고 있다. 이 연구용역에는 인재상과 교육과정, 시설 전반 등 설립에 필요한 모든 분야에 대한 전문가 의견이 담길 예정이다.

이미 알려진 데로 충북 AI 바이오 영재학교는 충북 청주시 오송지역에 국립 카이스트 부설 영재학교로 설립될 예정이다. 2027년 3월 개교 목표다. 충북교육청은 학생의 AI 바이오 교육에 대한 핵심역량을 키우기 위해 교원 전문성을 신장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충북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2027년에 영재학교에 최대한 입학할 수 있도록 학교 교육을 체계화하고 있으며, 과학·수학 영재 교육과 더불어 정보 영재 교육을 중점 지원하고 있다. 충북의 인재가 국가의 인재, 세계의 인재가 되도록 충북교육 가족과 함께 의지를 담아 노력하겠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소규모학교 활성화 방안이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농·산촌 지역은 저출산과 인구 유출 등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으며, 학생 수도 급속히 줄어드는 추세다. 이 때문에 매년 농·산촌의 소규모 학교가 증가하고 있다. 충북교육청은 '충청북도 농·산촌 지역 작은학교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읍면 소재 학교 중 학생 수 60명 이하 또는 6학급 이하 초·중학교를 작은학교로 규정해 지원 중이다. 
충북교육청은 도내 유·초·중·고 500여 개의 학교에서 10년 후의 학교발전청사진을 마련하고 특수성과 여건을 반영한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해 도심지의 대규모 학교 학생들이 찾아올 수 있는 농촌학교 유학 정책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정주여건 개선사업과 연계한 '찾아가고 싶은 농·산촌 특색학교 조성사업'을 38개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교육 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적정규모의 학교 육성을 위해 작은 학교로 전·입학만 가능한 공동(일방)학구제도 43개교에서 시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지역교육지원청 소관 농어촌 교육발전 지역협의회를 통해 작은학교에 대한 지역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작은학교 활성화 계획에 반영하겠다." 

증평군 송산지구 소규모학교 설립 추진에 대한 견해는.

"현재 증평군 송산지구와 미암리 지역에는 630여 명의 초등학생이 거주하고 있으며, 추가 공동주택 개발에 따라 유입 학생이 860여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정도의 학생 수라면 40학급(초36, 초특수1, 유3) 규모의 초등학교 설립이 필요하고, 총사업비도 400억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본다. 

교육부는 총사업비 300억원 미만의 소규모학교 설립 시 교육청 자체 심사만으로 학교설립이 가능하도록 중앙투자심사 제도를 개선 중이다. 이를 위해선 학교설립 규모를 유치원과 특수학급 포함해 18학급 미만으로 축소해야 하는데, 이는 송산지구 거주 학생 전체 수용이 불가능한 규모다. 또한 소규모 학교로 신설 시 가칭 송산초 학구 내로 유입 학생들이 증가해 과밀학급 운영과 교실 전용에 따른 특별교실 부족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증축을 추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충북교육청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재검토 의견을 수용해 증평읍의 공동주택개발계획(증천지구 아이파크 2474세대) 승인 시 중앙투자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의뢰하면서 학교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학교 규모는 송산지구 전체를 수용할 수 있는 40학급(초36, 초특수1, 유3) 규모로 신설하겠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교부금 대수술 여론이 비등한데, 어떤 입장인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우리 아이들에게 양질의 유·초·중등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꼭 필요한 예산이다. 시도교육청의 재정은 지방재정교부금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태로, 교육의 균형 발전 도모를 위해 예산의 안정적 확보가 중요하다. 유·초·중등교육에 투자돼야 할 국세 교육세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 회계'에 활용하는 것은 세수의 일시적 불균형 현상에서 비롯된 미봉책이다. 유·초·중등교육이 모든 국민을 위한 의무교육인 점을 감안하면 대학교육 지원 시 대학 진학자와 미진학자 간 불공정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코로나로 인한 학생들의 학습과 정서 결손 회복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하게 된다. AI, VR, 로봇 등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학습생태계 변화에 지장도 초래한다. 

국가는 의무교육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 재정 당국은 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게 될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법' 제정을 다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안정적 확보는 4차산업혁명 등 대전환의 시대에 모든 아이를 미래인재로 양성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미래 투자다. 유·초·중등교육에 투자돼야 할 국세 교육세를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에 활용하는 것에 반대한다."

3월 개학 때 등교하는 학생을 격려하고 있는 윤건영 충북교육감 모습 ⓒ충북교육청 제공

'Chat GPT'와 관련한 인공지능교육의 학교 현장 적용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Chat GPT의 출현으로 '내 질문의 표현에 대한 작성 능력'이 인간의 역량이 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Chat GPT는 인간과 같은 텍스트를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어 과학과 수학 등 모든 교과에서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수업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채팅 기반 인터페이스를 바탕으로 다소 정확한 답변을 받을 수 있어 효과적인 학습 매체가 될 수 있다. 반면, 데이터 편향에 따른 부정확한 정보의 범람과 잘못된 정보에 대한 비판적 검증과 지식을 머릿속에 갖기 위한 학습의 과정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Chat GPT를 학교 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충북교육청은 AI 원리 이해와 AI 윤리를 포함한 SW·AI 교육을 교육공동체를 대상으로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디지털·인공지능 인재 양성을 위해 AI교육 선도학교와 SW 교육중점학교 운영으로 교육과정 운영을 다양화하고, 권역별 SW·AI 교육센터를 통한 전문교육 기회를 제공하겠다. 특히 AI 활용에 따른 역기능을 예방할 수 있도록 AI 윤리교육을 강화하고, 개인정보 보완 관련 지침 등 AI 기반 교육 서비스 도입 가이드라인을 순차적으로 마련하겠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1년에 한 번 보는 중학교 진단검사에 국어, 영어, 수학에 더해 올해부터 과학 과목을 추가했다.

"개인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초학력은 공교육이 책임져야 하는 책무다. 개개인의 학력 수준을 제대로 파악해 정확한 진단을 바탕으로 피드백을 강화해야 한다. 즉 '진단'과 '지원'을 위한 정책 구현이 필요한 때다. 충북교육청은 '다차원 학생성장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진단 결과에 따라 제공되는 AI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로 학습하고, 과정을 데이터화해 이력을 관리하는 맞춤형 피드백으로 학생들의 성장을 도모한다. 이 플랫폼은 독서·인문과 진로, 정서 등 학생이 주도적으로 활용하는 각종 교육 영역을 담고 있으며, 2023년 9월 개통 예정이다. 

특히 충북교육청은 각종 기초학력 보장 사업을 연중 펼칠 계획이다. 초등 저학년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기초학력 전담 교사를 40명에서 75명으로 확대 배치했다. 이들은 한글과 수리력 교육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2023년 일반고와 특목고 1학년에 일부 적용되는 고교학점제 지원을 확대해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교과 교실제를 위한 학교 환경 혁신으로 자기 주도 학습을 지원하겠다."

교육생태계 복원을 강조한 이유는 무엇인가.

"선거 공약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교육생태계 조성'을 제시했다. 교육은 생태학적 관점에서 이해하고 협력적으로 행동해야 지속가능한 공존과 상생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반면 여태까지 교육생태계는 학생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미래의 다양한 길이 아니라 단편적인 길에 머물렀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 '교육과 돌봄', '입시와 진로','학교와 지역'의 이분화로 학생들의 전인적인 성장과 발달을 충분히 지원하지 못했다. 

이제 충북 교육생태계는 이분화의 벽을 넘어 '하늘 아래 모든 곳, 모든 사람이 배움터'가 되는 '온마을 배움터'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도·농간 교육 소외를 넘어 지역마다 특성과 빛깔이 살아나는 교육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교육생태계로 도약하겠다. 또한 교육청과 지자체, 지역사회가 서로 협력해 지역 교육력을 높이는 행복교육지구의 질적 성장을 이루겠다. 특히 충북교육청은 올해 2월부터 11개 시·군 지자체와 함께 '온마을 배움터 조성을 위한 행복교육지구 업무협약 재체결'을 실시하고 있다. 교육청과 지자체 간 공동의 책임과 역할을 확대하겠다."

학교폭력 예방대책과 교권 보호 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충북교육청은 학교폭력 예방으로 온전한 배움터를 구현하기 위해 현장 중심 학교폭력예방교육 활동을 강화하고, 학교 밖 청소년 비행 예방과 관리를 위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어울림 프로그램'을 활용하도록 안내하고, 학교폭력 예방 교육 컨설팅단을 조직해 '찾아가는 맞춤형 학교폭력 예방 컨설팅'을 운영하는 등 단위 학교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학교폭력 피해 학생의 신속한 보호·지원을 위한 협의체 구성과 가해 학생 선도를 위한 위탁기관(10기관)을 지정해 맞춤형 지원을 펼치고 있다. 

최근 학교의 모습을 떠올리면, 스승과 제자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 각종 민원과 학생들의 수업 방해 등 교육권 침해로 교사들의 교육활동이 위축되고 사기가 저하되는 심각한 상황이다. 충북교육청은 전문 장학사와 변호사, 전문상담교사와 상담사를 교권보호지원센터에 배치해 전문적으로 교육활동을 보호하고 있다. 가르침과 배움이 있는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선 학교 교육이 정상화돼야 하고, 교사들이 자부심으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이제 교육 주체뿐만 아니라 의회와 도민이 함께 교권 신장에 나서야 할 때다. 충북교육청은 교사 존중, 학생 존중 공론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학부모는 선생님을 존중합니다'란 문구가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교권 보호를 응원하고 있는 청주시 경산초등학교 학부모회 모습 ⓒ충북교육청 제공

'학부모는 선생님을 존중합니다'란 문구의 플랜카드가 충북 곳곳에 걸려 있다. 교권 보호를 위한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운동으로 보이는데.

"제대로 보셨다.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학교는 학생이 있기 때문에 존재하지만, 실제 학교를 운영하고 책임지는 주체는 선생님이다. 선생님이 교육 본질에 맞게 학생들의 진로를 위해 교육하고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공교육 신뢰구축의 핵심이다. 이제 학부모들이 선생님 존중하기 운동을 펼쳐줬으면 했는데, 다행히 충북에서 그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스승의 날에 학부모가 "우리 아이 돌봐줘서 감사하다"고 하고, 선생님이 어버이날에 "잘 키워 학교에 보내줘서 감사하다"라는 존중과 배려의 이벤트를 진행하면 좋겠다. 그래야 자녀이자 제자인 학생들이 그것을 보고 배울 거 아닌가."

일명 '충북교육청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이 최근 경찰 불송치로 일단락됐다.

"먼저 새로운 미래 교육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굳은 각오로 시작한 계묘년 새해 벽두부터 생각지 못한 사안의 발생으로 충북교육 가족과 충북도민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충북교육청은 우려와 논란 속에서도 내외부 합동조사반이 공정하게 조사했고, '특정 강사 배제 명단'이라고 볼 객관적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충북경찰청도 시민단체 등에서 고발한 이번 사안 등을 모두 '각하', '혐의없음'으로 처리해 관련자들을 모두 '불송치 결정'했다. 이제는 그동안의 갈등으로 분열된 충북교육을 봉합해 정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듯이 교육감으로서 더 많이 소통해 충북교육을 정상화하겠다."

충북교육 가족에게 메시지를 보낸다면.

"시대적 흐름과 사회적 환경의 변화로 교육환경 또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발맞춰 미래를 대비한 충북교육의 혁신을 추진하고자 한다.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는 새로운 미래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해 모든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겠다. 모든 학교는 맞춤형 교육체제로 새롭게 거듭나고, 교사는 학생을 위한 전문적 역량을 발휘하면서 보람을 찾는 학교 문화를 조성하겠다. 또한 도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는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최대 현안인 학교 교육 정상화를 통해 새로운 충북교육이 나아갈 길을 보여주겠다. 세계의 중심, 충북 미래학교로 나아가는 첫걸음에 도민과 교육 가족들이 함께 힘을 실어 주시길 부탁드린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