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파면 돈이 된다”...주변에 널려있는데 금값이라는 이것 [Books]
도시화에 따른 모래 수요의 폭발적 증가, 국제조약이 미비한 틈바구니를 뚫고 위험한 거래에 뛰어든 ‘모래 마피아’, 모래를 둘러싼 국가 간 수급 불균형과 이로 인해 벌어지는 살인사건의 전모를 추적한 책이 출간됐다. 일본 아사히신문에서 30년간 환경전문기자로 일한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신간이다. 모래 알갱이 하나에서 지구와 인간의 고통스러운 함수를 추적했다.
“땅 파봐라, 돈 나오나”란 옛말도 있지만, 땅에서 모래를 갖다 팔면 정말로 큰돈을 벌 수 있다. 신축 건물에 사용되는 콘크리트는 70%가 모래로 구성돼 있고, 반도체의 원료 중 하나는 흰 모래 ‘석영사’다. 중동과 중국에 건축되는 1000m짜리 초대형 건물부터 우리가 손에 쥔 스마트폰과 안경까지 모래를 사용하지 않은 곳이 없으니, 현대 문명은 그야말로 모래 위에 쌓은 성(城)이다.
100년 전만 해도 누구든 ‘모래의 고갈’ 따윈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모래는 길에도 산에도 들에도 있었다. 모래는 애초에 주인이 없는 물건으로 여겨졌다. 그러다 보니 모래엔 그 어떤 국제조약도 없다. 모래는 공동 자원이므로 모래 거래를 규제하자는 조약을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싱가포르는 최대의 모래 수입국이다. 싱가포르는 국토 매립용 모래를 수출해 기존 국토 면적의 25%에 달하는 ‘땅’을 만들었다. 사막 한 가운데 세워진 아랍에미리트의 초호화 도시 두바이도 호주에서 모래를 대량 수입해 건설됐다. 모두가 얕본 모래가 외화벌이의 최전선 매물이 되고 중동 토후국 최첨단 도시를 만드는 마법의 알갱이로 부상한 것이다. 한해 인류가 사용하는 모래는 500억톤. 저자는 말한다. “지구가 수박이라면 우리는 그 달콤한 과육을 다 먹어 치웠다.”
사막의 모래는 건축에 사용할 수 없다. 건축에는 입자가 거칠어 시멘트에 섞으면 단단하게 고정되는 강모래가 필요한데, 사막 모래는 바람에 이리저리 휩쓸리다 보니 너무 곱고 시멘트와 엉키지 않는다. 하찮던 모래가 욕망의 알갱이가 되면서 모래 이권에 개입한 글로벌 채굴꾼들이 모래 거래를 단속하는 활동가나 단속 경찰을 살해하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10년간 수백 명이 살해됐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모래 채굴이 지금과 같다면 그 화살은 자연과 인간으로 향한다. 강바닥에서 모래를 캐내면 퇴적물이 떠올라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조류가 사라지고, 숨을 쉬지 못하게 된 수중생물도 줄어든다. 이 경우 어류와 갑각류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2000만년 전부터 양쯔강에 살아 ‘중국 양쯔강의 여신’으로 불렸던 양쯔강돌고래가 멸종 위기인 것도 모래 채굴에 따른 수질오염과 무관치 않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인구 1000만명의 메가시티, 2000만명의 메타시티 등장으로 모래 쟁탈전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저자는 본다. 2030년에는 인구 1000만명이 사는 메가시티가 43곳으로 늘어나고 그중 메타시티는 델리 3900만명, 카이로 2000만명 등 적지 않은 수가 될 것이다. 고대 인류는 바벨탑을 쌓다 무너졌던 전례가 있다. 당시엔 벽돌을 나르던 사람들의 언어가 문제였지만 이제 그 벽돌에 담길 모래가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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