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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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핏제리아오의 스텔라
추천 조합 스텔라 생맥주. 별 모양의 스텔라 피자와 청량한 스텔라 맥주가 잘 어울린다.
핏제리아오는 2013년 종로구 동숭동에 문을 연 뒤 서울 시내와 하남까지 매장을 총 7개 운영한다. 뻔한 프랜차이즈 피자로 머물렀다면 지금의 명성은 없었을 것이다. 이곳의 시그너처 메뉴인 ‘스텔라’부터 랍스터 한 마리를 통째로 올린 ‘랍스타 핏자’까지, 특정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다양한 피자가 핏제리아오의 강점이다.
“뻔한 말이지만 피자의 생명은 도우입니다.” 이진형 피자 마스터의 말이다. “도우는 빵과 달라서 발효 타이밍이 중요하거든요. 피자 도우는 한 번 만들어놓으면 계속 발효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살펴야 합니다.” 그는 ‘2019 이탈리아 로마 피자 월드컵’ 1위에 올랐고, 지금은 핏제리아오 본점의 화덕을 지휘한다. 대표 피자 스텔라는 별 모양을 닮았다. 프로슈토, 루콜라, 리코타 치즈를 도우로 싸서 상추쌈처럼 먹는 것이 포인트다.
2 더 키친 일 뽀르노 청담의 지오바니
추천 조합 마르게리타 피자. 클래식 스타일의 마르게리타와 비교해서 먹어볼 것.
더 키친 일 뽀르노는 피자는 물론 파스타, 스테이크, 각종 해산물 요리까지 만드는 정통 이탤리언 레스토랑이다.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이탈리아식 피자를 파는 것이 별일이냐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피자만을 담당하는 ‘피자 셰프’를 선두로 ‘피자팀’이 따로 있는 식당은 특별하다. 한국 최초로 정통 나폴리식 피자에만 수여하는 ‘베라’ 인증을 받기도 했다.
오태식 피자 셰프는 약 14년간 밀가루와 싸웠다.
매일 오후 3시에서 4시 사이에 도우를 직접 만든다. “2017년 나폴리 인터내셔널 창작 피자 대회에서 2위를 한 지오바니 피자를 가장 추천합니다. 현지 식재료로 만들어 낯설지만 중독적인 맛을 내려고 했어요.” 실제로 지오바니 피자에는 프로볼로네 치즈, 모르타델라 햄, 부팔라 치즈, 피스타치오 크림처럼 일반적인 피자에서 보기 드문 토핑이 올라간다.
3 피자 피자 바이 스타빙 배의 캐내디언
추천 조합 로제 미트 파스타. 꾸덕한 라구 소스와 기름진 피자가 잘 어울린다.
배달 음식의 조상이 피자다. 피자 피자 바이 스타빙 배는 배달 피자 전문점이다. 강남구 사무실촌에 매장이 있어 주변 직장인부터 근처 아파트 주민까지 손님의 폭이 넓다. 그만큼 다양한 취향에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곳의 피자는 요즘 유행하는 화덕 피자와는 거리가 멀다. 5cm 정도 되는 푹신한 도우에 각종 토핑을 가득 뿌린, 기름기 좔좔 ‘추억의 피자’에 가깝다.
“사실 피자가 멋지고 화려하게 차려입고 먹는 음식이 아니잖아요. 그냥 집에서 텔레비전 보다가, 야식으로, 심심할 때 주문해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해요.” 이곳을 홀로 운영하는 정윤정의 말이다. 인터뷰 도중에도 배달 알림이 계속해서 울렸다. 배달에 적합한 스타일의 피자를 고민하다가 만든 두꺼운 도우, 조금 과하다 싶을 정도의 올리브오일로 살짝 튀겨내듯 조리하는 방식. 식어도 맛있는 배달 피자의 디테일이다.
4 알 마또의 알 마또
추천 조합 해산물 오일 파스타. 담백한 오일 파스타와 부드러운 피자 치즈의 조화.
알 마또는 2011년부터 해방촌에서 자리를 지켰다. 이 정도 업력이면 이 동네에서는 노포다. 오너 세프 김반장은 미국식 피자집이 대세일 때 ‘남들과 달라 보이고 싶어’ 화덕 피자를 선택했다. 이탈리아 사람보다 이태원에 사는 미국인 단골이 많다는 점은 아이러니일까, 이탈리아 음식이 으레 그런 걸까? 김반장은 혼자서 홀과 주방을 책임져야 하는 1인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도 매일 도우를 반죽한다. 작은 매장에는 막 배송되어온 이탈리아 밀가루 포대가 가득 쌓여 있다.
“나폴리 피자를 만들 때 꼭 써야 하는 카푸토 밀가루와 평범한 이탈리아 밀가루인 베르데를 섞어서 도우를 만들어요. 그래야 씹었을 때 너무 질기지 않으면서 적당히 쫄깃하고 부드러워요.” 반죽은 하루 전에 만들어 16시간이 지나야 사용할 수 있다니, 피자 역시 시간이 빚는 음식이다.
5 보칼리노의 피자 비앙카
추천 조합 피자 그 자체. 한 판을 혼자서 그대로 먹어볼 것.
2015년에 문을 연 보칼리노는 광화문이라는 위치 덕에 주변 직장인의 회식 장소로 명성 높다. 개인 업장에서는 쉽게 사용하기 힘든 고급 식재료를 호방하게 쓰는 것도 인기 비결이다. 이곳의 시그너처 피자인 ‘비앙카’에는 홈메이드 라르도와 블랙 트러플이 올라간다. 라르도는 돼지고기 비계를 소금과 로즈메리, 타임, 흑후추에 절여 만드는 햄의 일종. 한국에서 홈메이드 라르도를 보기는 쉽지 않다.
피자 한 판인데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하나 싶어지기도 한다. “이탈리아 현지에서는 피자 그 자체가 메인 음식으로 통합니다. 피자 한 판도 최고의 식재료를 사용하면 하나의 요리가 됩니다. 다른 음식의 사이드가 아닌 메인 디시 자체로서 피자를 만드는 것이 저의 철칙입니다.” 마르코 에르바 헤드 셰프의 말이다.
6 피자힐의 콤비네이션 피자
추천 조합 홈메이드 훈제 연어 샐러드. 기름기로 느끼해진 입맛을 정리해준다.
워커힐 호텔 피자힐은 한국 최초의 피자집이다. 1963년 ‘힐탑 바’로 시작해 1988년 ‘피자힐’이 되고 2023년 현재까지도 변하지 않고 그때 그 시절 피자를 판다. ‘할머니와 딸, 손녀까지 3대가 함께 오는 피자집’이 별명일 정도로, 단순한 피자집의 범주를 넘어선 곳이기도 하다. 가장 유명한 메뉴이자 스테디셀러는 역시 ‘콤비네이션 피자’. 다소 촌스럽고 투박한 모양새다.
피자힐의 피자가 그 시절 그 모양새에만 머물렀다면 아마 지금의 명성은 없었을 것이다. 김연수 조리장은 “나이 든 어르신 손님이 많기 때문에 건강한 피자를 만드는 데 더욱 신경을 쓴다”고 말한다. 밀가루 반죽에 시금치를 갈아 넣어 색감과 식감을 더했다. 토핑은 저지방 재료로 바꿨다. 피자힐 피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섬세하게 발전하고 있다.
Guest Editor : 백문영 | Photography : 강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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