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몸으로 표현하는 ‘악의 씨앗’… 그래서 더 끌렸죠”

박세희 기자 2023. 4.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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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는 뱀처럼 날름거리고 발작하듯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는 기괴하다.

"참 시의적절하게 다가온 작품이에요. 대본을 읽고 참 묘했어요. 악이 악으로 비치지 않는 세상이잖아요. 배우라면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악의 씨앗, 시초에 대한 메시지가 메피스토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끌렸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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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만에 연극 복귀 ‘파우스트’ 메피스토役 박해수
2007년 연극 안나푸르나 데뷔
오겜·수리남… ‘대세’ 반열에
“메피스토역 옛날부터 꿈꿨죠
카리스마 · 비열함 표현 위해
퓨마 같은 맹수 영상 많이 봐”
악의 정령 거느리고 당당하게
연출가와 협의해 등장신 바꿔

혀는 뱀처럼 날름거리고 발작하듯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는 기괴하다. 시답잖은 농담을 내뱉어 관객들을 코웃음치게 하면서도 일순간 얼굴을 바꿔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오는 29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에서 공연되는 연극 ‘파우스트’에서 악마 ‘메피스토’를 연기하는 배우 박해수(사진) 이야기다. 메피스토가 지금 나타난다면 저 모습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이는 그를 6일 만났다.

괴테의 동명 희곡을 원작으로 한 ‘파우스트’는 평생 학자로 살아온 파우스트와 그에게 인생의 즐거움을 알려주는 대가로 영혼을 요구하는 메피스토가 계약을 맺으며 벌어지는 일을 담은 연극.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데 탁월한 양정웅 연출의 작품으로 ‘오징어 게임’ ‘수리남’으로 대세 반열에 오른 박해수 배우의 5년 만의 연극 복귀작이다.

그는 “메피스토라는 역할을 옛날부터 꿈꿔왔다”고 했다. 공연을 보고 나면 그가 왜 그렇게 메피스토에 욕심을 냈는지 이해될 정도로 박해수의 메피스토는 매력적이다. 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신체의 모든 부분을 이용해 악(惡)을 표현해낸다. 당당한 걸음걸이와 서늘한 눈빛으로 카리스마를, 날름거리는 혀와 가벼운 웃음소리로 비열함과 경박함을 드러낸다. 그 움직임은 동물의 몸짓 같기도 하고 춤 같기도 하다. 그는 이 연기를 위해 동물 그리고 지휘자의 몸짓을 참고했다고 했다. “퓨마 같은 맹수 영상들을 많이 봤어요, 먹이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포위하는…, 그리고 ‘파우스트’의 대사는 운율이 아름답거든요. 그래서 유명한 지휘자들의 영상도 많이 참고했습니다.”

그가 가장 신경 쓴 장면은 메피스토의 등장신. 검은 개의 모습이던 메피스토는 파우스트 연구실에서 본래의 모습으로 나타나 파우스트와 첫대면한다. 원래 대본엔 메피스토가 어린 학생 모습으로 숨어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그가 의견을 내고 연출가와 협의한 끝에 여러 악의 정령들을 거느리고 당당하게 등장하는 지금의 신으로 바뀌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숙제 같았던 장면이었어요. 요즘 악은 어떻게 접근할까. 은근하게 접근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았어요. 람보르기니를 끌고 비싼 시계를 차고 ‘내가 악마인데 네가 원하면 나에게 오고, 원하지 않으면 안 와도 돼’ 이렇게 당당한 게 요즘 시대 악의 스타일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중순, 일찌감치 메피스토역 출연을 확정하고 올해 초 모든 일정을 비웠다. “참 시의적절하게 다가온 작품이에요. 대본을 읽고 참 묘했어요. 악이 악으로 비치지 않는 세상이잖아요. 배우라면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악의 씨앗, 시초에 대한 메시지가 메피스토에 담겨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끌렸던 것 같아요.”

‘오징어 게임’과 ‘수리남’ 등으로 스타 반열에 오른 그이지만 그의 뿌리는 무대다. 2007년 연극 ‘안나푸르나’로 데뷔해 ‘더 코러스: 오이디푸스’ ‘프랑켄슈타인’ 등의 무대에 섰다. 왜 다시 연극무대로 돌아왔냐는 질문에 그는 “도전”이라고 답했다. “연극은 분명히 조금 더 어려운 점이 있어요. 편집할 수도 없고, 무대에 올라가는 두려움도 있죠. 무대에선 온전히 내 몸 하나로 서 있어야 하니까요. 그것에 도전하고 (극복하는) 과정을 느껴보고 싶었어요.”

무대에서 십수 년을 보내온 그지만 무대 위가 편하진 않다고 말했다. “무섭고 두려운 건 무대나 카메라 앞이나 매한가지”라면서. “무대는 항상 두렵고 무서워요. 카메라 앞도 마찬가지고요. 그저 순간 순간을 즐기려 합니다. 노력하는 그 순간, 관객을 만나기 전의 두려움까지 온전히 느끼려 해요. 내일은 잘 모르겠고요.(웃음).”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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