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반 우려 반' 대체거래소, 주식거래 독점 깰 마중물 될까

박수현 기자, 김은령 기자 2023. 4. 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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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주식거래, 듀얼 거래소 시대가 온다 (下)
[편집자주] 금융당국이 한국거래소의 증권매매체결 기능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거래소 인가 절차에 본격 나섰다. 대체거래소 설립 근거가 생긴 지 10 만이다. 대체거래소 출범으로 주식거래소 경쟁 체제가 시작되면 자본시장 확대, 투자비용 감소 등 선순환 효과를 창출할 것이란 기대가 크다. 68년간 한국거래소 독점 체제가 이어졌기 때문에 대체거래소의 메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시장 커졌다" 동학개미운동 이후 재소환…대체거래소 '기대와 우려'

/사진=한국거래소 누리집 갈무리
68년간 주식거래를 독점해온 한국거래소와 경쟁할 대체거래소(ATS)의 예비인가 신청이 지난달 30일 끝났다. 대체거래소의 예비인가 여부가 결정되고 금융당국의 본인가까지 이뤄지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영업이 시작된다. 증권업계에선 대체거래소를 두고 기대와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나온다.

대체거래소는 한국거래소의 주식 매매 체결 기능을 대체할 수 있는 거래소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정보통신망이나 전자정보처리장치를 이용해 다수의 증권 매매·중개·주선·대리(다자간매매체결) 업무를 하는 투자매매업자 또는 투자중개업자'로 규정한다. 다만 거래할 수 있는 증권은 한국거래소 상장 주식과 주식예탁증서(DR)로 제한된다.

◇한국거래소,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 설립부터 2015년 민영화까지

한국거래소의 역사는 195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56년 2월 서울 중구 명동에 영단제 대한증권거래소가 설립됐다. 당시 거래소는 1920년 일제강점기 시절 국내 최초로 주식거래가 시작된 '경성주식현물취인소' 건물에 세워졌다. 이곳에서 같은 해 3월 증권시장이 개장했다.

거래소는 1979년 여의도로 이전하며 증권시장의 '여의도 시대'를 열었다. 당시에는 모든 매매가 수작업으로 이뤄져 증권사에서 파견 나온 시장대리인이 직접 호가를 제출, 거래소 직원이 가격과 수량이 맞을 때 격탁을 내리쳐 매매를 체결했다. 이 때문에 증권시장 회원사 대부분이 거래소 인근인 여의도에 위치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성장에 발맞춰 증권시장 풍경도 달라졌다. 1988년에는 전산매매가 최초로 개시됐고 1992년에는 외국인의 국내 주식 직접 투자가 허용됐다. 1990~2000년대에 주가지수옵션시장, 국채전문유통시장, 신주인수권증권시장 상장지수펀드(ETF)시장, 주식선물시장 등이 차례로 개설됐다.

한국거래소는 2009년 상호 변경으로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같은 해에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공공기관)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방만 경영과 독점 체제 등 문제가 불거지며 공공기관 해제가 한국거래소의 숙원사업이 됐고, 2015년에는 공공기관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으로 돌아왔다.


◇대체거래소 설립되면…"자본시장 참여자 수혜"VS"명확한 한계"

대체거래소 설립은 2013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며 거래소 설립이 독점주의에서 허가주의로 바뀌었을 때부터 꾸준히 논의됐다. 하지만 당시 거래량 제한 요건(5%) 탓에 수익성 한계 문제가 대두됐다. 이후 2016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으로 거래량 한도가 15%까지 늘어나고 2020년부터 '동학개미운동'으로 증권시장의 거래 규모가 커지며 대체거래소 설립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은 다양한 대체거래소가 설립돼 시장 경쟁이 이뤄지고 있다"며 "전 세계 증권시장에서 미국 시장의 시가총액 비중이 반절을 넘는 데에 반해 우리나라는 한 자릿수 정도로 작다. 이처럼 작은 시장 규모와 거래량 한도가 대체거래소 도입을 늦추는 원인이 됐다"고 밝혔다.

증권업계에서는 대체거래소 설립으로 경쟁 구도가 형성되며 거래 속도 개선, 수수료 인하, 호가단위 축소 등 자본시장 참여자에게 수혜가 돌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거래 기술력과 서비스를 강화하고 대체거래소에서 취급할 수 없는 토큰증권(STO) 시장 발달에 주의를 기울일 수도 있다.

대체거래소가 출범하더라도 상장심사, 청산·결제, 시장감시 등 기능은 여전히 한국거래소가 단독으로 담당해 업무 과중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국거래소가 대체거래소에 대한 시장감시와 이상거래에 대한 심리, 거래참가자에 대한 감리업무까지 맡아야 해서다. 대체거래소의 청산 업무 또한 법률상 유일한 청산기관인 한국거래소가 담당하게 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체거래소가 출범하고 거래규모가 커지면 장기적으로 거래소의 상장심사, 시장감시 등 기능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나올 수 있다"며 "특히 시장 감시 기능은 이해 상충 문제를 피하기 위해 독립적인 기관이 수행하는 등 방향으로 제도가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대체거래소의 출범에 대응해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대체거래소가 생기면 선의의 경쟁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제 출범을 준비하는 대체거래소를 대비해서 대응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다"며 "매년 서비스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넥스트레이드, 1호 대체거래소 될까...인력·시스템 박차

대체거래소(ATS) 예비인가를 유일하게 신청한 넥스트레이드는 인력 확충,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예비인가 이후 본인가 취득, 시스템 구축, 영업 준비 등의 과정을 감안하면 내년 하반기 영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넥스트레이드는 최근 ATS 운영을 위한 인력을 대거 확충하고 있다. 코스콤, 증권사 등의 경력직 인력 등 현재 30여명의 인력을 충원한 데 이어 IT(정보기술) 개발 인력을 중심으로 꾸준히 채용에 나서고 있다. 시장운영 관련 인력과 기획, 재무, 법무 등 기획관리인력도 상시 모집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아직은 예비인가를 신청하고 심사를 진행하는 단계여서 업무 개시를 위한 인력 채용과 조직 구성, 시스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넥스트레이드는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설립된 법인이다. 지난해 11월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 27개사, 증권 유관기관 3개사 등 총 34개사가 공동 출자해 설립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3월부터 ATS 설립준비위원회를 조직해 넥스트레이드 설립과 ATS 인가를 준비해왔다. 그동안 한국거래소 독점인 현행 체제에 경쟁 거래소를 도입해야 비용이나 서비스 개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업계 안팎의 수요가 맞아 떨어지면서 증권사들고 유관기관이 대거 참여했다.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ATS 인가 요건은 △법인격 △대주주 △자기자본(투자매매업 300억 원, 투자중개업 200억 원) △인력 △전산·물적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 경영 및 사회적 신용 △이해상충방지체계 등이다. 넥스트레이드의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은 1424억원으로 요건을 충족한다.

넥스트레이드는 예비인가 신청서에는 향후 서비스를 위해 인력, 조직, 전산 시스템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와 주주현황, 이사진 등 경영정보 등을 담았다. 초대 대표이사는 김학수 전 금융결제원장이 선임됐고 사외이사는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 안희준 성균관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전상훈 전 금융투자교육원장이 맡았다. 비상임이사는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이만열 미래에셋증권 대표, 황현순 키움증권 대표 등이다.

예비인가 심사를 거쳐 4~5월 쯤 인가 여부가 결정되고 본인가 이후 6개월 내에 영업을 시작해야 한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운영을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높은 안정성과 빠른 체결속도, 경쟁력 있는 수수료를 갖춘 증권거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담았다"며 "예비인가를 받게 되면 본인가 등 설립 준비를 충실해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김은령 기자 tauru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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