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지키려면 농지 보호 어떻게 해야하나?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2023. 4. 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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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한국농촌계획학회 세미나
농지보호 위해선 도시·비도시 통합 계획체계 필요
“시가화용지 늘리기보다 농지 복합사용이 효율적”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김찬호 학회장)와 한국농촌계획학회(안동환 학회장)가 최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지속가능한 국토계획 및 이용을 위한 농지의 역할과 관리방안’ 세미나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제공=한국농촌계획학회>
기후변화, 팬데믹, 전쟁 등 여파로 식량안보 문제가 국가적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농지 보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개발 여파로 국내 농지 면적이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전세계적으로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김찬호 학회장)와 한국농촌계획학회(안동환 학회장)가 최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지속가능한 국토계획 및 이용을 위한 농지의 역할과 관리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는 국토와 농촌 계획 분야 전문가 60여 명이 참여했다.

먼저 ‘국토 및 도시계획 관점의 비도시지역 관리방안’에 대해 발표한 이삼수 LH 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비도시지역 면적은 전체 국토 면적의 83.3%를 차지하고 있으나 현행 국토계획 체계는 도시 편향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도시지역과 비도시지역을 아우르는 계획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비도시지역에 대한 계획적 관리방안으로 용도지역제 개편과 계획허가제 도입, 토지이용계획체계 개편을 제시했다.

용도지역제 개편은 국토계획법상 농림지역을 농업지역과 산림지역으로 구분하고, 토지이용과 관리는 개별 법률을 통해 운용해 나가자는 것이다. 계획허가제는 비도시지역 개발 때 난개발을 막기 위해 토지이용계획을 기초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방안이다. 토지이용계획체계 개편은 국토계획법상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의 용도지역과 시가화용지, 시가화예정용지, 보전용지의 용도 구분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조정하는 방안이다.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김찬호 학회장)와 한국농촌계획학회(안동환 학회장)는 최근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한 ‘지속가능한 국토계획 및 이용을 위한 농지의 역할과 관리방안’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제공=한국농촌계획학회>
여혜진 (사)건축공간연구원 연구위원은 인구감소 추세 등을 감안할 때 현재 시가화용지와 시가화예정용지 중 약 30% 수준은 아직도 개발되지 않고 있어 오히려 과잉 공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 연구위원은 “시가화용지를 늘리기 보다는국토계획법상 관리지역에 포함된 농지의 복합사용을 인정하고, 유휴농지는 유형을 분류해 농지로서 활용가치가 낮은 농지는 자연화하는 등 유휴농지 활용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채광석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지의 다원적 기능 제고와 체계적 관리방안’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농지 보전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 수립에 대한 법적인 근거가 없고, 국토기본법상에도 농지의 다원적 기능 등 공익성과 관련된 규정이 없다”며 “농지 보전 목표 설정과 기본계획 수립의 법제화, 그리고 국토기본법상 농지정책의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채 연구위원은 이어 “농지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농지 적성 평가를 시행해 농지 용도지역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농지 전용 협의 때 심사기준에 관한 세부지침이 없어 면밀한 심사가 어려운 만큼 세부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자로 참석한 채미옥 (사)연구그룹미래세상 이사와 김승종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김윤형 전남대학교 교수, 배승종 서울대학교 교수, 최봉문 목원대학교 교수 등은 농지와 토지 보호의 중요성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농지 이용과 국토 발전의 방향을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 좌장을 맡은 채 이사는 “농지를 쌀 생산지, 개발후보지, 미개발지로만 보는 인식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무의미한 계획과 불필요한 규제 완화를 지양하자”고 말했다.

김승종 연구위원은 농지보전부담금 부과액 상향을 통한 개발이익 환수, 우량농지에 대한 전용 수요 차단 등이 필요하다고 했고, 김윤형 교수는 법률과 제도는 사회 여건 변화에 따른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승종 교수는 “농식품부와 국토부는 관계 법령상 농림지역(농지)에 대한 정의와 시각이 상이하므로 정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실효성 있는 계획을 수립해 우량농지는 보전하고 보전 가치가 낮은 농지는 규제를 푸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봉문 교수는 “선계획 후개발 원칙인 국토계획법은 도시지역에 적합한 체계이지만 보전이 필요한 농림지역에 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국토계획법은 입법 취지와 다르게 전 국토를 준비 없이 개발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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