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샷] 원숭이 인공수정란 개발, 대리모 임신까지 성공
대리모 원숭이에 착상시켜 임신 성공
인간에서도 성공했으나 대리모 이식은 못해
태아 발생 과정과 불임 원인 찾는 연구에 도움
중국 과학자들이 정자와 난자 없이 원숭이 줄기세포로 배반포기(期) 수정란과 유사한 공 모양 세포 구조를 실험실에서 만들어냈다. 수정한 지 5~6일 지나면 배반포기가 되며, 이때 배아줄기세포가 생겨나 인체의 모든 장기와 조직으로 자란다.
원숭이 인공수정란인 ‘배반포 유사체(blastoid)’는 태아 발생 과정을 추적하고 불임 원인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인공수정란을 원숭이 대리모에 이식했더니 임신도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인간 배반포 유사체도 나왔지만, 윤리 문제로 대리모 자궁에 착상시키지는 못했다. 원숭이 인공수정란은 인간의 임신 과정을 연구하는 데 안성맞춤 대역이 될 수 있다.
◇인공수정란 대리모 이식까지 성공
중국 과학원 신경과학연구소의 젠 류(Zhen Liu) 박사 연구진은 7일 국제 학술지 ‘셀 스템셀’에 “실험용 동물인 게잡이원숭이(Macaca fascicularis)의 배아줄기세포에 다양한 성장인자를 투여해 배반포 유사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만든 배반포 유사체는 실험실에서 만든 미니 장기(臟器)인 오가노이드(organoid)의 일종이다. 과학자들은 특정 장기 세포를 실험실에서 입체 구조로 배양해 약물을 시험하거나 장기 기능을 연구하고 있다.
원숭이 배아줄기세포는 1주일 배양 후 배반포처럼 공 모양 구조가 됐으며, 신체 조직과 장기를 형성하는 3가지 세포계통으로 분화했다. 연구진은 배반포 유사체의 세포 6000여개의 유전자를 분석해 자연상태의 배반포와 유사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일부 세포는 호흡기와 소화기로 자라는 내배엽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작동했으며, 다른 세포에서는 태반 형성 유전자들이 많이 활동했다.
15일이 지나자 배반포 유사체에서는 태반 이전에 수정란에 영양분을 제공하는 난황낭, 수정란을 감싸는 양막이 나타났다. 배반포유사체 41개 중 5개는 신체의 상하좌우를 구분하는 토대가 되는 원시선 구조도 발달했다.
배반포 유사체는 실험실에서 18일까지 배양할 수 있었다. 연구진은 그 전에 복강경 수술로 암컷 원숭이 8마리의 자궁에 배반포 유사체를 이식했다.
이식 후 7~10일이 지나자 대리모 3마리에서 태낭이 형성됐다. 이는 임신 후 초음파 검사에서 처음 확인되는 형태이다. 임신 관련 호르몬들도 방출됐다. 인공수정란은 완전한 태아로 자라지는 못했다. 착상 후 20일이 지나자 임신 징후는 사라졌다.
◇”배아와 불임 연구에 새로운 이정표”
영국 옥스퍼드대의 알레한드로 데 로스 앤젤레스 교수는 이날 사이언스에 “이번 발견은 줄기세포 기반 배아 모델 연구에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과학원 분자생명공학연구원의 줄기세포 연구자인 니콜라스 리브론 박사도 “멋진 연구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2018년 생쥐 배반포 유사체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리브론 박사는 “다양한 생물 종의 인공수정란를 만들면 초기 발생과 임신 성공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간 배반포 유사체도 나왔다. 호주 모나시 대학의 호세 폴로 교수 연구진은 2021년 네이처에 “피부세포를 실험실에서 배양해 인간 배반포 배아와 유사한 입체 구조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텍사스대 사우스웨스턴 병원의 준 우 교수 연구진도 같은 날 네이처에 사람 배아줄기세포를 실험실에서 키워 배반포 유사체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다 자란 세포를 발생 초기 상태로 만든 유도만능줄기세포와 실제 수정란에서 추출한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했다.
과학자들은 원숭이 배반포 유사체가 배아 발생 과정을 추적하는 기초 연구뿐 아니라 불임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호주 멜버른대의 발생생물학자인 알렉산드라 하비 교수는 네이처에 “인공수정란 모델은 유산과 인공수정 후 착상 실패의 원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인공수정에 쓰고 남은 수정란을 연구에 썼지만 구하기 어렵고 생명 윤리 논란도 있어 제약이 많았다. 실험용 생쥐에서 인공수정란을 만들었지만 사람과 다른 점이 많아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
원숭이 인공수정란은 인간을 대신해 대규모 실험에 쓸 수 있다. 이를테면 원숭이 배반포 유사체를 대량 생성한 후 임신과 관련된 유전자와 단백질을 동시에 추적하는 연구도 가능하다. 류 박사 연구진은 앞으로 원숭이 배반포 유사체 생성 방법을 더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Cell Stem Cell(2023), DOI: https://doi.org/10.1016/j.stem.2023.03.009
Nature(2021),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1-03356-y
Nature(2021), DOI: https://doi.org/10.1038/s41586-021-03372-y
Nature(2018), DOI: https://doi.org/10.1038/s41586-018-0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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