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 '황제의 춤사위'는 계속될까

권수연 기자 2023. 4. 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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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이 서브를 준비하고 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MHN스포츠 삼산, 권수연 기자) 승패를 떠나 올 시즌은 그의 무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난 6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리는 '2022-23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최종전(5차전)에서 한국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세트스코어 3-2(23-25, 25-23, 25-23, 23-25, 15-13)로 꺾으며 챔프전 정상에 올랐다.

김연경의 귀환과 함께 흥국생명은 각 팀 감독의 견제를 받으며 상위권 전력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월, 권순찬 전 감독 경질사태가 일어나며 한때 구단이 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베테랑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단단히 뭉쳐 어려운 시기를 버텨냈다. 시즌 후반에는 이탈리아 명장 아본단자 감독의 합류로 통합우승의 황금빛 서사까지 꿈꿨다. 

특히 홈 팬들은 은퇴 혹은 이적 가능성을 내비춘 '배구황제' 김연경의 마지막 웅장한 대관식에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챔피언 트로피를 단 한 발짝 남겨놓고 운명은 '해피엔딩'을 허락하지 않았다. 1,2차전을 내줬지만 3,4차전을 반격하며 50%의 확률을 움켜쥔 도로공사 선수단은 똘똘 뭉쳐 공수방면에서 훌륭한 팀워크를 선보였다. 이 날 캣벨이 32득점(공격성공률 45.45%), 박정아 23득점(공격성공률 28.17%) 등을 올리며 홈 응원 열기에 기대보고자 하는 흥국생명의 앞을 가로막았다. 

흥국생명은 옐레나가 양 팀 최다득인 35득점(공격성공률 45.07%), 김연경이 30득점에 공격성공률 45.45%를 기록했지만 결국 준우승에 그치고 말았다. 

득점 후 기뻐하는 흥국생명ⓒ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황제'의 힘을 업은 흥국생명은 2018-19시즌 이후 4년만에, 그리고 김연경은 국내무대에서 14년만에 통합우승 트로피를 들고자 했다. 실제로 흥국생명은 일부 전력이 이탈하며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신생팀이자 최하위였던 페퍼저축은행의 바로 윗순위인 6위에 머물렀다.

1년만에 국내에 다시 돌아온 김연경과 새로운 용병 옐레나의 합류로 흥국생명은 순식간에 정규리그 1위까지 뛰어올랐다. 

누구보다 유력한 챔피언 후보였다. 기존 세터와의 호흡 이슈가 종종 있었지만 GS칼텍스와의 트레이드로 세터 이원정을 영입하며 기대감이 커졌다. 그럼에도 결국 마지막 한 발짝을 떼지 못했다. 팀에 헌신한 김연경은 마지막 순간 적진의 '해피엔딩'에 박수를 쳐주는 것으로 시즌을 끝내야했다. 

어깨보호대를 차고 인터뷰실로 들어선 김연경은 "5차전까지 하면서 많은 기회들이 왔고 그걸 놓친게 결과적으로 이렇게(패배)되지 않았나 싶다, 오늘도 먼저 리드를 하고 있다가 내주면서 너무 아쉽게 됐다"며 다소 덤덤하고 더러는 침통한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가장 이슈가 됐던 부분은 시즌 후 행보에 대한 질문이었다. 앞서 공식 인터뷰를 통해 김연경은 은퇴 혹은 이적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흥국생명 아본단자 감독과 김연경ⓒ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흥국생명 김연경이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트로피를 들고있다ⓒMHN스포츠 이지숙 기자

이에 대해 다시 물었다. 김연경은 "팬분들이 1위를 원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원하시기도 하니 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구단과도 이야기를 잘 해서 결정하려고 한다, (현역 연장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고민하고는 있다"고 털어놓았다.

역시나 아쉬운 부분은 우승으로 마치지 못한 시즌이다. 김연경은 "(은퇴를) 저 혼자만의 결정으로 모든걸 하기엔 좀 그렇다, 쉬운 결정은 아닌 것 같다"며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아본단자 감독 역시 앞서 시즌 마지막 패장 인터뷰를 통해 "김연경이 좀 더 흥국생명에 남아 어린 선수들을 가르쳐주었으면 한다"며 "김연경은 우리 팀 전력의 90% 이상이다"라고 간절하게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김연경이 전위 공격, 후위 수비에서 매우 준수한 퍼포먼스를 선보였고 리베로 김해란의 노장 투혼이 있었기에 흥국생명의 정규리그 1위가 가능했다.

그만큼 짊어진 부담감도 컸을까. 김연경은 "저 뿐만 아니라 (김)해란 언니가 많이 도와주기도 했고 챔프전에서 언니 활약이 너무 좋았다, 보탬이 될 수 있게 서로 했는데 결과가 아쉽게 됐다"며 "항상 부담감이나 압박감은 가지고 있다, 팀에서도 제가 주공격수이기 때문에 이길때나 졌을 때 포커스가 항상 저에게 맞춰진다"고 전했다.

김연경이 채워온 '90%'는 결코 당연하지 않다. 그가 어떤 이유로든 다른 선택과 함께 팀을 떠나더라도 선수단은 프로라면 스스로 발전해야한다. 김연경은 후배들에게 "올 시즌 고생했다"며 "실력적 부분에서 부족했기에 결과적으로 준우승을 했다고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 좋은 경험을 통해서 한국배구를 이끌어나갈 수 있는 선수가 되었으면 한다"고 충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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