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끼’로 돌아온 장근석 “5년의 시간, 부끄럽지 않고 싶었다”[스경X인터뷰]
어두운 배경, 수염이 아무렇게 난 얼굴, 흐트러진 머리, 피로에 짓눌려 있지만, 형형히 빛나는 눈빛. 이런 이미지는 배우 장근석과는 관계없는 모습인 줄 알았다. 적어도 그의 30년 연예인 인생을 바라보고 선입견을 가졌던 사람들에게는 그러했다.
5년 만에 돌아온 장근석은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그는 7일 두 번째 파트가 공개되는 쿠팡플레이의 오리지널 드라마 ‘미끼’에서 구도한 형사를 연기했다. 아직 완벽한 서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잘나가는 변호사에서 갑자기 형사가 된 남자. 여동생과 관련한 비극적인 과거가 있는 남자. 알 듯 모를 듯 비밀이 많은 인물이다.
“계획적으로 만든 인물이었어요. ‘드라이’한 인물이었죠. 목소리의 변화도 크지 않고 읊조리듯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합니다. 감정을 발산하는 캐릭터를 많이 했지만 이렇게 누르고 참는 인물은 안 했어요. 수염도 기존의 ‘근짱 이미지를 버려야 해’라는 분은 없었어요. 그냥 감독님과 술자리를 가졌는데 면도를 안 하고 나와 수염 이야기가 나왔고 길러보자고 결정된 거죠.”
그의 작품은 2018년 SBS에서 방송된 ‘스위치-세상을 바꿔라’가 마지막이었다. 그 사이 2018년 사회복무요원으로 병역을 마쳤고, 나온 후에는 코로나19가 세상을 덮쳐 활동이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연기 레슨을 했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첫 수업날에는 눈물도 쏟았다. 장근석은 이를 ‘절실함’으로 설명했다.
“너무 간단한 문제였습니다. 절실함이었죠. 제 5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게 퍼포먼스를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다가 연기를 배웠습니다. 제 직업이 수학계산처럼 정확한 계산이 되는 게 아니잖아요. 계속 훈련을 하고 감이 떨어진다 싶으면 주기적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카메라 밖의 시간이 길어지니까 무뚝뚝해지는 게 있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감정을 스트레칭하는 과정을 겪었는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나요. 눈물이 많지 않은 편이었는데 오히려 감정이 나오는 상황을 보고 잘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끼’로의 컴백에 앞서 모친이 대표로 있던 이전 소속사의 탈세혐의가 그의 발목을 잡았다. 모친과의 문제는 그가 2015년 tvN 예능 ‘삼시세끼’ 촬영을 마칠 당시에도 불거졌는데 결국 모친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의 조세 포탈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고 장근석은 회사를 옮겼다. 모친은 결국 지난 1월 벌금 45억원을 완납했다.
“5년의 시간 동안 달라진 점은, 그 전에 저는 두리번거리면서 앞으로 나갔던 사람이었어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미끼’를 통해서는 꿩이 된 기분이었어요. 직진으로 하나만 보고 가는 느낌이었죠. 구도한 캐릭터로 지내는 시간 동안에는 주변에 ‘건드리지 마라’는 신호를 줬던 것 같습니다. 누가 보자고 해도 가지 않고, 그만큼 연기에만 집중했어요. 그 시간이 가치가 있다고 여겨졌습니다.”
공백에 대한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장근석이라도, ‘아시아 프린스’로 당대를 평정했던 연예인이라도,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빠르게 바뀐다. 오히려 장근석은 긴 시간을 생각했다. 자신의 지금까지 모습을 모조리 비우고 새로운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는 시간을 원했다.
“제가 싹 백지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중간에도 대본이 왔지만, 대중에게 ‘그래, 저거 할 줄 알았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이 재미가 없을 것 같더라고요.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이 길어져도 좋으니 ‘내 무기’ 하나만 나오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죠. ‘나의 칼’이 돼줄 대본을 기다리고 비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미끼’를 통해 자신에 대해 철옹성처럼 쌓였던 이미지를 깨나가자 다른 일에도 자신이 생겼다. 쿠팡플레이의 코미디쇼 ‘SNL 코리아’에 나가서 ‘더 글로리’의 최혜정(차주영) 분장을 하고 망가질 수 있었고, 일본 호스트 코미디를 펼치는 유튜브 채널 ‘다나카’에도 선배 호스트로 나서 웃음을 줬다. 그의 30년은 늘 그랬다고 한다.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아예 하지 말자’.
“많은 분들이 ‘장근석은 가벼운 작품, 로맨틱 코미디만 하잖아’ 생각하시는 부분에 대해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있나 싶은 시간이었어요. 저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제 이미지를 지우고 새로운 예상경로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이게 또 다른 숙제가 된 건데 차기작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하면 또 차이가 없어질 수도 있잖아요. 장르보다는 뭔가 차별화된 점을 찾아야 하고, 자신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는 이러한 과정을 겪기 위해 그의 곁에 가장 오랜시간 함께였던 ‘장어’(팬들)와의 만남을 미뤘다. 자주 모습을 보이는 것보다는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팬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욱 많은 활동을 하려고 한다.
“다시 태어나도, 저로 살고 싶어요. 저는 저의 직업이 좋고 계속 이런 고민하는 습관, 행동이 좋거든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저 ‘근짱’ ‘아시아 프린스’ 배우 장근석으로 살고 싶습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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