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가 '다른 주 가서 임신중지' 해도 처벌한다는 미국 아이다호

주법안 서명 "가장 엄격한 임신중지법"
미성년 임신중지 도우면 최고 징역 5년

지난해 6월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임신중지권 옹호론자들이 연방대법원의 임신중지(낙태)권 폐지 판결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덴버=AFP 연합뉴스

미 아이다호가 미성년자들이 다른 주(州)로 이동해 받는 임신중지(낙태) 시술까지 금지하는 법안을 미국 최초로 도입했다.

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포스트는 브래드 리틀 아이다호 주지사가 전날 부모의 동의 없이 미성년자의 임신중지를 돕는 걸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은 이미 낙태가 법적으로 금지된 아이다호에서는 물론, 임신중지가 가능한 다른 주로 이동해 낙태약을 얻거나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미성년자를 돕는 행위에까지 적용된다. 법안은 이를 ‘임신중지 밀매’로 규정하고, 어겼을 때 최대 징역 5년까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임신중지를 여성의 헌법상의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뒤집고, 낙태권의 존폐 결정을 각 주가 결정하도록 했다.

미 북서부에 위치한 아이다호는 미국에서 가장 보수적인 수준의 임신중지법을 시행해 왔다. 산모가 위급하거나 강간·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만 예외가 되는데, 이때 의사는 수술이 필요했다는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여성이 의사에게 경찰 보고서를 제출해 강간이나 근친상간 여부를 직접 증명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이 때문에 아이다호 여성들은 원치 않은 임신을 했을 때 중지가 가능한 워싱턴, 오리건, 네바다로 이동해 낙태 수술을 받아왔다. 그런데 아이다호가 미국 최초로 이를 막아 사실상 주를 초월해 임신중지 자체를 금지한 셈이다.

이번 결정으로 임신중지권 옹호 단체들도 반발했다. 시민단체 프로초이스아메리카의 미니 티마라주 의장은 이날 “우리는 10대를 안전하게 지킬 책임이 있으며, 이 법은 그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아이다호를 비판했다.

이유진 기자 iyz@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