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주다]①'1% 주주권리'의 기적…대한민국 '주주'가 달라졌다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 기대…"행동주의 시작에 불과"
[편집자주] 대한민국 '주주'가 달라졌다. 시세차익에만 관심이던 주주들이 지배구조를 따지고 사업방향을 지적하며 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바야흐로 '주권찾기 운동' 시대다. 한국에서도 이제 막 싹 트기 시작한 주주행동, 어떻게 단단한 나무로 키울 수 있을까.
(서울=뉴스1) 손엄지 강은성 공준호 이기림 기자 = "1%의 주주 권리로 K팝 지존을 흔들었다."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한 토종 투자사 얼라인파트너스가 1% 남짓한 지분으로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감사 선임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경영 지형도를 바꿔놓았다.에스엠 사례는 대한민국 주주 행동주의의 중요한 이정표를 만들었다.
이미 물꼬는 텄다. 한국상장협의회와 인사티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주행동주의 대상이 된 기업의 수는 47곳. 지난해 27곳보다 1.74배 늘었고 2020년과 비교하면 4.7배 급증했다.
주주 행동주의란 단순히 기업의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을 추구하던 것에서 벗어나 기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하도록 요청하여 잠재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행위를 의미한다.
과거 1920년 미국의 벤저민 그레이엄이 송유관 업체 '노던 파이프'를 대상으로 회사 시가총액보다 많은 철도회사 채권을 팔아 주주에게 배당하라는 압박을 한 것이 주주 행동주의의 시초라고 알려졌다.
한국에서는 2006년 등장한 라자드자산운용의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가 주주행동주의의 시작이다. 소위 '장하성펀드'로 불리며 대한화섬, 한솔제지 등 지분을 매입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청산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맥쿼리인프라펀드, 대한항공, 에스엠을 대상으로 한 주주 행동주의가 두각을 나타내며 자본시장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사태가 초래한 '유동성 장세'에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식 인구가 2021년 500만명 남짓에서 지난해 1400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급증해 주주 행동주의가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감사·감사위원 선임 안건, 6곳 중 2곳만 성공…"표 결집에 실패"
올해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주활동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지만 정작 주총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해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행동주의 펀드가 추천한 감사위원이 선임된 회사는 남양유업(003920)(차파트너스자산운용), 한국알콜산업(017890)(트러스톤자산운용)뿐이었다. 이 외 KT&G(033780), JB금융지주(175330), BYC(001460), KISCO홀딩스(001940)는 감사선임에 실패했다.
주총 승패의 관건인 표 결집에 한계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기관투자자 의결권 행사의 핵심인 의결권자문사의 폭넓은 찬성도 받지 못했다.
김형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은 "다른 운용사와 달리 우리는 감사위원 선임에 있어 국내외 모든 의결권자문사의 찬성을 다 받아냈다"면서 "주주제안 안건 가결에 실패한 운용사들은 보수적인 의결권자문사를 논리적으로 설득하지 못한 것도 한가지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들의 의결권을 모은 소액주주연합은 명성티엔에스(257370)(사내이사 선임), 파나진(046210)( 사내이사 선임·감사위원 추가 선임)에서 성과를 거뒀다. DB하이텍, 광주신세계(037710), 사조산업(007160) 등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모두 부결됐다.
특히 DB하이텍의 경우 사측이 추진한 반도체 설계사업(팹리스)을 자회사로 떼어내는 물적분할 안건이 기업가치 희석을 우려하는 소액주주의 반대 속에서도 통과됐다.
◇ 토종 운용사의 주주행동 확대…"국내 행동주의는 시작에 불과"
올해 나타난 행동주의 펀드의 적극적인 주주제안은 우리 자본시장의 한 단계 성장을 의미한다. 과거 행동주의 펀드는 외국자본이 주를 이뤄 '먹튀', 경영간섭을 일삼았다면, 최근에는 국내 토종 자산운용사들이 주도해 기업 가치 증대에 방점을 찍는 추세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이같은 주주행동주의가 해묵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대부분 산업이 저성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추가 투자보다는 자산과 자본의 효율화 작업이 기업가치 제고에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면서 "행동주의 캠페인 메인 테마가 보유 자산 매각, 자본 재배치 정책 등을 통한 주주 환원율 확대에 초점을 맞춘 이유"라고 설명했다.
행동주의 펀드를 필두로 한 주주행동이 과거 엘리엇 사태 같은 먹튀 오명을 벗고 건강한 자본시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관투자자와 기업이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주 행동주의는 공개주주서한을 보내 경영진과의 대화를 시도하는 게 가장 첫번째 단계"라면서 "자산운용사의 홍보 내지는 단기 주가차익을 노린 주주 행동주의가 많아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소액주주권의 남용도 막아야 한다. 단기 수익률 확보를 위한 무리한 요구는 중장기적으로 기업의 경영과 재무 안정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일례로 연초 은행권에 요구했던 급진적인 주주환원정책은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로 불안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한다.
아직까지 국내 행동주의는 시작에 불과하다. 은 연구원은 "비정상의 정상화 관점에서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율과 밸류에이션 등을 개선시키기 위한 움직임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면서 "주주 행동주의가 주식시장 내 새로운 자산군(에셋 클래스·Asset class)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eo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성관계 안한지 몇년"…전현무, 결혼 관련 숏폼 알고리즘 들통
- 홍준표 "이재명에 징역 1년 때린 대단한 법관, 사법부 독립 지켜" 극찬
- 생후 30일 미모가 이정도…박수홍, 딸 전복이 안고 '행복'
- 서점서 쫓겨난 노숙자 부른 직원 "다 못 읽으셨죠? 선물"…20년 후 반전
- "제일 큰 존재"…'사혼' 박영규, 54세 나이차 막둥이 딸 최초 공개
- '이나은 옹호 사과' 곽튜브, 핼쑥해진 외모 자폭 "다른 이유 때문"
- 실종됐다는 5세 아동, 알고 보니 진돗개 숭배 사이비 단체 범행
- 배다해, ♥이장원과 결혼 3주년 자축 "지금처럼만 지내자 여보" [N샷]
- "로또 1등 당첨돼 15억 아파트 샀는데…아내·처형이 다 날렸다"
- "자수합니다"던 김나정, 실제 필로폰 양성 반응→불구속 입건(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