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사막 "이토록 한국의 美를 잘 담은 게임이 있었나?"
펄어비스 액션 RPG '검은사막'의 신규 업데이트 '아침의 나라'가 역대급 반응이다. 특히 우리나라 설화를 기반으로 한 스토리와 한국적 아름다움을 강조한 고퀄리티 그래픽으로 유저들의 극찬을 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문화재와 유물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월드와 각종 소품들은 각종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담양의 죽녹원, 전남 구례의 사성암 등 국내 명소뿐 아니라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도자기, 항아리 등 소품까지 모두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검은사막 개발진은 아침의 나라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실제 명소를 방문하고 연구하는 노력을 들였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협업한 지차체만 해도 열한 곳에 달한다고 한다. 각종 소품들의 세밀한 표현을 위해 문화재청의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기존 게임 중 이렇게까지 유저들의 칭찬을 받은 업데이트는 근래 손에 꼽힌다. 아침의 나라는 어느 정도길래 이렇게까지 고증과 디테일에 칭찬 일색인 것일까. 이를 직접 느껴보기 위해 오랜만에 검은사막에 접속했다.
■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구현된 우리 문화재
아침의 나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남포에 다다르니 앞서 가진 의구심이 싹 사라졌다. 과거를 직접 살아본 것은 아니지만 "그 시절이라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올라왔다. 사진으로만 보던 문화재가 있는 그대로 구현된 것도 한몫 거들었다.
먼저 남포관문의 모습이다. 개발진이 밝힌 바로는 청주시의 상당산성을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처음 봤을 땐 "왜 성문이 아치형이 아니라 사각형인가"라는 의문이 있었다. 대부분의 성문은 아치 모양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문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고증에 오류가 있었나"하는 생각이 들어 조사를 해보니 상당산성에는 진동문, 미호문 등 사각형 성문이 실제로 존재했다. 의문이 해결되자 머릿속 물음표는 곧 느낌표로 바뀌었다. 무심코 지날칠수 있는 성문조차 꼼꼼하게 신경 썼다는 의미다.
아울러 "당시 성문 앞은 이랬을 것이다"라는 시대적 상황을 인게임적으로 잘 표현했다. 앞을 지키고 있는 병사부터 각종 물자를 옮기고 있는 상인과 나그네, 담소를 나누고 있는 아낙네들까지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남포관문을 지나 남포 무들마을에 다다르면 분위기가 더욱 살아난다. 항구도시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항구답게 희귀한 물품들이 즐비하고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과 이를 구매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남포항의 디테일은 상인들이 판매하는 도자기와 나전칠기 등 각종 소품 등에 있다. 미대를 나온 기자는 이를 한눈에 알아차렸다. 필수 교양이라 의무적으로 들어야만 했던 '한국미술사' 자료에서 많이 봤기 때문이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 '청자과형병', '백자철화용문호', '백자청화용문호'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자기가 나온다. 청자과형병만 보더라도 특징인 나팔꽃 모양의 입모양과 참외 모양의 몸통을 제대로 고증했다.
나전칠기도 마찬가지다. 졸업작품으로 나전칠기장을 만들었던 경험이 있기에 더욱 눈길이 갔다. 조선시대 나전칠기는 회화적인 '초목수금도'보단 대게 '국화문'과 '당초문'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 특징이다.
국화문이란 매화, 난초,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 중 하나인 국화 문양을 의미하며 당초문은 식물의 형태를 일정한 형식으로 도안화한 장식무늬를 뜻한다. 즉, 나전칠기 자개 모양만 봐도 아침의 나라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개발진이 문화재의 시대적 특징까지 세밀하게 잡아내며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침의 나라는 모르고 지나쳐도 박수칠만한 수준이지만 알고 보면 더욱 깊은 맛이 우러나온다.
■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우리나라 명소
심미적으로 가장 눈길을 끌었던 필드는 전라남도 구례군 사성암을 모티브로한 '벽계서원'이다.
사성암은 높이 20m의 암벽에 독특한 건축기법으로 지어진 약사전 건물이 한눈에 들어오는 탁 트인 풍경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다. 아름다운 구례 전경 중 하나로 꼽히는데, 게임에서도 이를 제대로 표현했다.
사성암 일원의 맞은편 건물에 올라가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전방이 탁 트인 절경은 이미 검은사막 유저 사이에서는 스크린샷 명소로 유명하다고 한다.
자세히 살펴보면 벽계서원의 디테일도 살아있다. 사성암 유리광전을 올라가는 길은 다듬어진 석조 계단이 아닌, 돌을 쌓아 만든 돌계단으로 유명하다. 또한 원감국사 문집에 "오산 정상에는 참선을 행하기 알맞는 바위가 있다"라는 문구가 나오는데 이를 모두 게임에 반영했다.
인게임 속 사성암을 오르는 길은 모두 투박한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정상 부근에는 거대한 바위가 존재한다. 단순히 사성암의 건물과 풍경을 구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닌 세밀한 특징과 옛 문헌까지 참고를 한 것이다.
'십리대숲'도 엄지를 치켜세울만하다. 십리대숲은 담양 데이트 코스로도 잘 알려진 성인산 일대 울창한 대나무 숲 '죽녹원'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아침의 나라에서 구현된 죽녹원은 다소 으스스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이는 개발진이 한국 설화인 '죽엽군'을 지역 스토리로 녹여냈기 때문이다. 죽엽군은 미추왕의 영혼이 신라를 돕고, 삼국을 통일한 김유신의 영혼을 달래어 나라를 수호하였다는 내용을 담은 설화다.
개발진은 십리대숲을 "억울한 사람들이 돌을 내려놓고 사연을 소리 지르며 늘어놓는 곳"이라며 "현재는 죽엽군이 한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죽인다는 소문이 돈다"라고 소개하며 유저가 세계관에 몰입할 수 있게 돕고 있다.
이 외에도 호랑이가 출몰하는 범바위골, 처녀귀신이 나온다는 바리숲 등 우리나라 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필드도 존재한다. 고운마루와 달벌마을, 길가에 아름답게 핀 매화나무, 철쭉과 무궁화 등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미경도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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