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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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가 만나서 '매듭'이 된다.
매듭의 국어사전상 정의는 "밧줄·노끈 또는 기타 휘어지기 쉬운 끈 모양의 재료를 갖고 그 재료의 여러 부분을 서로 얽히게 만드는 것"이다.
현생인류가 나무 막대 끝에 돌을 묶어 돌도끼를 만든 것이 매듭의 시초라는 설도 있다.
단칼에 매듭을 잘라 버린 그는 훗날 제국을 건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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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가 만나서 '매듭'이 된다. 매듭의 국어사전상 정의는 "밧줄·노끈 또는 기타 휘어지기 쉬운 끈 모양의 재료를 갖고 그 재료의 여러 부분을 서로 얽히게 만드는 것"이다. 매듭의 역사는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으로 거슬러 오른다. 현생인류가 나무 막대 끝에 돌을 묶어 돌도끼를 만든 것이 매듭의 시초라는 설도 있다.
매듭은 신탁의 존재로도 등장한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한 예. 농부의 아들로 왕이 된 고르디우스는 수도인 고르디움의 신전 기둥에 난마처럼 꼬아 놓은 매듭으로 전차 한 대를 묶어 놓았다. "누구든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되리라" 예언했다. 원정길에 나선 알렉산더 대왕이 매듭 소문을 듣고 신전에 들렀다. 단칼에 매듭을 잘라 버린 그는 훗날 제국을 건설했다.
매듭은 한민족과 인연 깊다. 고구려 무용총 벽화의 무용수 허리띠는 매듭 모양이다. 고려청자에는 매듭과 술이 장식된 사각보를 얹은 듯한 무늬가 새겨졌다. 조선시대 신윤복의 '미인도' 속 여성은 3개의 큰 구슬을 매듭으로 엮은 장신구인 삼천주 노리개를 착용했다. 예술로도 승화된 우리나라 전통매듭공예는 나비매듭, 국화매듭 등 기법도 여러 가지다.
지난달 28일 충남 아산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매듭의 현장이 공개됐다.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서 진행된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 유해발굴 공개행사이다. 2기 진화위는 3월 7일부터 20여 일 간 성재산 방공호에서 유해를 발굴했다. 폭 3m, 길이 14m 방공호를 따라 유해 40구가 빽빽한 상태로 확인됐다. 유해 대부분은 무릎이 구부러지고 앉은 자세인 L자 형태였다. 학살당한 후 좁은 방공호에 바로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해들은 공통적으로 손목뼈에 군용전화선인 삐삐선이 감겨 있었다. 생애 마지막 매듭이 결박이었다.
아산 부역혐의 희생사건은 1950년 9월에서 11월 사이 온양경찰서 소속 경찰과 대한청년단 등 치안대가 주민들을 인민군 점령 당시 부역혐의로 몰아 성재산 방공호와 수철리 금광굴 등지에서 집단학살한 사건이다. 희생자들이 살아서 풀지 못한 매듭. 남은 이들, 산자들이 풀어야 한다. 필요한 건 알렉산더 대왕 마냥 단칼이 아니다. 지난하다 할지라도 중단 없는 진상 규명과 희생자들을 향한 진심어린 사과. 그리고 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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