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년 중꺾마' 텐피트 "우리 모두 포인트가드"…슬램덩크 OST 주인공

이재훈 기자 2023. 4. 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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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록밴드 '텐피트(10-FEET)'는 밴드 버전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표상이다.

'록 음악의 상상력'이 어떻게 애니메이션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이자, '슬램덩크'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인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음악적 현현이 텐피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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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엔딩곡 '제제로감' 韓·日 히트
오리콘 주간 디지털 싱글 랭킹 1위 차지하기도
'슬램덩크 페스티벌' 기념 내한 라이브 행사
'아리랑'도 들려줘…검엑스 이용원 등과 친분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일본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OST 밴드 텐피트가 6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서울용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4.06.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일본 록밴드 '텐피트(10-FEET)'는 밴드 버전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의 표상이다.

타쿠마(47·Takuma·다쿠마)(보컬·기타), 코이치(47·Kouichi·고이치)(드럼·코러스), 나오키(45·Naoki)(베이스·보컬)가 교토를 기반으로 뭉친 이 밴드는 최근 한·일 양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감독 이노우에 다케히코)로 재조명되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 엔딩곡 '제제로감'(第ゼロ感·제ZERO감)'을 불렀다. 얼터너티브 록 풍의 곡으로 뭉근한 박진감이 일품이다. 특히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중간 부분 등 전체적으로 이번 극장판의 주인공인 송태섭의 서사를 잘 녹여냈다.

일본에선 지난해 11월9일 디지털 음원으로 먼저 발매됐는데 지난 2월1일 '오리콘 주간 디지털 싱글 랭킹'에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997년 결성된 텐피트는 현지 베테랑 록 밴드다. 텐피트가 오리콘 주간 디지털 싱글 랭킹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록 음악의 상상력'이 어떻게 애니메이션의 영토를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이자, '슬램덩크'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인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음악적 현현이 텐피트인 셈이다.

국내 누적관객 400만명 돌파를 기념해 마련된 '슬램덩크 페스티벌' 기간에 맞춰 텐피트가 지난 5일 서울 용산CGV에서 연 내한 라이브 이벤트엔 '슬램덩크'에 대한 향수가 가득한 40대 아저씨들이 아닌 '슬램덩크'를 새로움으로 맞이하는 10~20대 여성 관객들로 가득 찼다. 내내 자신들을 아저씨로 부른(다른 멤버들보다 두 살 어린 나오키는 오빠를 자처하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텐피트 멤버들은 "아이돌이 된 것 같았다"며 웃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에서 송태섭의 형이자 농구 유망주였던 송준섭은 동생과 일대일 대결에서 그가 마침내 힘겹게 자신을 돌파해내자 "그 느낌 잊지 마"라고 말한다. 텐피트의 '제제로감', 즉 '제0번째 감각'은 그 감각을 노래한다. 오감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다. 우리 삶에 절실히 필요한 그 무엇이기도 하다.

그렇게 텐피트는 애니메이션과 삶 사이를 오가며 삶을 연주하는 퍼포머다. 라이브 이벤트 이튿날인 6일 서울 용산에서 만난 텐피트 멤버들은 "우리는 모두 포인트 가드"라고 입을 모았다. 계속 경기가 이어지는 삶 속에서 긴 호흡을 가지고 안정적인 볼 배급을 할 수 있는 이들이다. '아리랑'을 깜짝 들려주는 등 한국 팬들과 팀워크도 중요하게 여기는 진실함도 갖추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내내 위트와 정겨움이 넘쳤던 텐피트 멤버들과 나눈 일문일답.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일본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OST 밴드 텐피트가 6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서울용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4.06. photocdj@newsis.com

-전날 극장 라이브 이벤트는 마치 케이팝 스타를 방불케 했어요. 라이브 전에 식사를 못했다고 하셨는데 행사가 끝난 이후 밥은 잘 챙겨드셨나요?

"많은 여성 분들의 함성을 들으면서 마치 저희가 아이돌이 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저씨들로서는 굉장히 영광이었죠. 하하. 행사가 끝나고 닭한마리, 불고기, 냉면 등을 많이 먹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난 뒤 편의점에 가서도 많이 사먹었어요."(타쿠마)

-나오키 씨는 연주할 때 발차기, 다리 찢기 등 쇼맨십이 좋았어요. 제가 본 베이스 연주자 중 퍼포먼스가 가장 화려한 축에 속했습니다.

"그런 동작들이 제 기분을 고양시켜줍니다. 제가 즐기고 있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거죠."(나오키)

"나오키 씨는 태권도를 하면 잘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희보다 두 살 어린데 스스로를 계속 오빠라고 자처하는 게 대단하기도 해요. 하하."(타쿠마)

-타쿠마 씨는 한국어를 너무 잘해요. 특히 '아리랑'을 부르셨을 때 발음이 너무 정확했어요. '아리랑'을 고등학교 때 부른 적이 있었다고요.

"제가 30년 전 고등학교를 다닐 때 수학여행으로 서울에 왔어요. 그 때 제가 다니던 고등학교가 서울의 영신고등학교와 교류가 있었거든요. 영신고교 친구들에게 들려주려고 저희 반 전체 학생들이 '아리랑'을 외웠던 기억이 났습니다. '제제로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라이브 행사 때 그것만으로는 안 될 거 같아서 '오빠 아저씨 콩트'를 넣었고 아리랑을 부르기로 했어요. 무엇보다 한국 팬들과 즐겁게 교류를 하고 싶었죠. '아리랑'은 라이브 직전에 부르기로 한 건데 예전에 불렀던 코드가 기억이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타쿠마 오리지널 록 편성' 버전으로 했습니다. 발음이 많이 걱정됐어요."(타쿠마)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일본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OST 밴드 텐피트가 6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서울용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4.06. photocdj@newsis.com

-코이치 씨는 "사랑해요"를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계속 외치셨어요. 하하.

"사랑은 세계가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라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하."(코이치)

-한국을 찾으신 게 약 15년 만이시라고요? 한국의 펑크 밴드 '검엑스' 이용원 씨와 인연이 닿아서 방문하셨던 거라고요? 찾아보니까 2003년 삿포로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 때 함께 공연하기도 하셨더라고요.

"이전엔 서울에 여행 온 거였어요. 용원 씨가 그 때 고깃집에 데려가서 맛있는 고기도 사주셨어요. 저희가 한국을 정말 좋아하게 될 만큼 융숭한 대접을 해주셨죠. 사실 저희는 고기만 먹여주시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하하."(타쿠마)

-이번에 '제제로감' 외에 '히토리 세카이(Hitori Sekai)', '헬로 픽서(ハローフィクサー)'도 불렀습니다.

"제제로감이 수록된 앨범('コリンズ') 중에서 한곡 더('헬로 픽서')를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히토리 세카이'는 저희 라이브 때 항상 부르는 곡이에요. 저희가 평상시 하는 록 스타일이 들어가 있죠."(타쿠마)

-'제제로감'으로 '오리콘 주간 디지털 싱글 랭킹' 1위를 차지하셨는데요.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일본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OST 밴드 텐피트가 6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서울용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4.06. photocdj@newsis.com


"처음엔 '몰래 카메라'인가 할 정도로 현실감이 없었어요. '슬램덩크' 덕분에 1위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타쿠마)

-한국 내 '슬램덩크' 열풍은 어떻게 보세요?

"정말 '슬램덩크'에 대해 열광을 해주셔서 놀랐어요. 저희가 라이브 이벤트 때 메이저 캐릭터나 장면을 이야기할 때보다 마이너한 정보를 말했을 때 관객 분들이 더 크게 반응을 해주셔서 '찐팬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습니다."(타쿠마)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관련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키워드가 한국에서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이 말은 26년 동안 꾸준히 음악을 해오 텐피트의 서사와도 맞물립니다. 밴드는 오래 하기 힘든 형태인데 이렇게 오래도록 함께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저희 주변엔 노래도 잘하고 연주도 잘하고 멋있는 밴드가 많았어요. 저희가 제일 못하고 경험도 없었죠. 잘하는 밴드 친구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항상 생각했습니다. '인기가 없는 밴드는 라이브에서 어떻게 멋있게 보여야 할까'라는 생각 같은 거요. 곡을 만들 때도 그렇고요."(타쿠마)

-각자 밴드 내 포지션이 있는데 각각 농구의 어떤 포지션과 비교할 수 있을까요?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일본의 더 퍼스트 슬램덩크 OST 밴드 텐피트가 6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앰배서더서울용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4.06. photocdj@newsis.com

"저희는 삼각 형태로 배치돼 있고 돌아가면서 각자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세 명 다 포인트 가드라고 할 수 있어요. 센터는 없어요. 키가 다 고만고만 하거든요."(타쿠마)

-세 멤버는 어떻게 뭉친 게 됐나요? 텐피트라는 이름은 어떻게 붙이게 된 겁니까?

"원래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 세 명이 각각 다른 밴드에 속해 있었어요. 그 당시 밴드들은 오리지널 곡보다는 커버 곡을 많이 연주했죠. 그렇게 함께 연주하고 노래하고 놀면서 헤어질 때 하고 싶은 사람들끼리 더 남아 연주하곤 했는데 그 때 친해져 지금의 팀이 결성됐습니다. 원래 팀이름은 '높이 높이'라는 뜻을 담아 '천피트(1000-FEET)'라고 짓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 숫자가 너무 크게 느껴졌죠. 그런데 스케이트 보드 등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램프(원형 파이프를 반으로 자른 듯한 구조물) 중에 텐피트, 즉 3.3m(약 10ft)짜리 램프가 있더라고요. 거기서 스케이트 보드 등을 타는 이미지가 하드 코어, 메탈 코어 등의 이미지를 상징할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멤버들끼리 그런 이야기를 주고 받다 팀 이름이 결정됐죠. 또 천피트는 영어로 했을 때 원 사우전드가 되는데 너무 긴 거 같기도 했죠. 한국어로 '1000'은 어떻게 발음하나요? '천'이요? 한국어로 1000을 표현했으면 짧아서 좋았겠네요. 하하."(타쿠마)

-한국에선 혼자 음악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밴드가 많이 없어지고 있어요. 밴드 음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밴드 음악을 시작하면서 친구들이 많이 생겼어요. 그런데 멜로디를 만들고 가사를 쓸 때 혼자서 하게 되면 어려울 수도 있어요. 무엇보다 함께 해서 화도 나고, 서로 원망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고, 속상해하는 건 밴드뿐만 아니라 가족, 연인, 친구, 직장 동료·선후배 내에서도 동일해요. 여러 어려움 속에서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모두가 갖고 있는 거죠. 대중과 호흡해야 하는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밴드로서 그런 공통된 감각을 갖고 있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아저씨가 되면서 그런 생각을 더 하게 됐어요. 밴드의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면서 멋진 부분이기도 하죠. 밴드 수명이 짧다는 말엔 동의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피지컬적인 부분에도 어려움이 따르죠. 한편으로는 경험을 쌓아 무리하지 않고도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기도 해요. 이렇게 아저씨가 돼서도 음악을 하고 있으니 '더 퍼스트 슬램덩크' OST 의뢰를 받는 좋은 일도 생겼잖아요. 나이를 잘 먹어가면서 아저씨·아주머니들의 희망이 되고 싶어요. 나이가 먹는 게 나쁘지 않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젊음에 더 많은 기회가 찾아오지만 좋은 활동을 하고 있으면 우리에게도 좋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이번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그걸 저희가 체험할 수 있게 해줬고 그런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해줬어요. 빠른 시일 내에 한국에 다시 와서 그런 마음들을 계속 보여줬으면 해요."(나오키·타쿠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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