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드가 방향 살짝 튼 하루”···“블룸버그, 7월 침체확률 97%”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3월 고용보고서 발표를 하루 앞둔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예상을 뛰어넘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에도 상승 마감했습니다. 나스닥이 0.76%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0.36%, 0.01% 뛰었는데요.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실업수당 청구 건수 발표를 전후로 한때 연 3.27% 선까지 밀렸고, 정책금리에 민감한 2년 물도 3.69% 정도까지 하락했습니다. 노동시장이 생각보다 더 많이 둔화한다는 신호가 쌓이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인데요.
여기에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 발언이 반전의 계기가 됐습니다. 기술주도 상승폭을 키웠는데요. 구글(3.78%)과 마이크로소프트(2.55%), 메타(2.19%) 등이 많이 올랐죠. 오늘은 실업수당을 포함해 노동시장과 금리, 증시 전망을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실업수당 청구 건수부터 보죠. 이날 나온 지난 주(3.26~4. 1)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8000건을 기록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치 중앙값이 20만 건이었는데요.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 건수는 182만3000건으로 월가 전망치(170만 건)를 크게 상회했습니다. 늘기도 늘었지만 전체 흐름이 더 중요한데요.
핵심은 계절 조정입니다. 이번 발표 때부터 계절 조정 변수를 새로하면서 기존 수치가 줄줄이 업데이트 됐는데요. 전주(3.19~3.25) 청구건수가 당초 19만8000건에서 24만6000건으로 대폭 상향 조정됐죠. 3월12~3월18일 주도 19만1000건에서 24만7000건까지 올라갔습니다.
이런 식으로 되짚어보니 2월4일로 끝나는 주(22만 건)부터 계속 20만 건을 넘은 걸로 나오는데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평균이 22만 건입니다. 한동안 20만 건이 마의 수치처럼 여겨졌는데 그게 아니었던 건데요. 골드만삭스는 “계절 조정에 왜곡이 있어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만~5만 건씩 적게 나왔을 수 있으며 연초부터 평균 약 4만5000건 정도 낮게 발표됐을 것”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실제로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노동시장이 더 둔화하고 있었던 거죠. 이안 셰퍼드슨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노동시장 둔화 얘기를 할 때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빠져 있었는데 이제 해고가 증가한다는 것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 고문은 “앞으로 주식시장에 나쁜 소식은 나쁜 소식이 될 것(ban economic news becomes bad news)”이라고 했는데요.
내일 나올 3월 고용보고서상 일자리 증가폭 전망치도 다소 내려갔습니다. 실업률 3.6%와 전월 대비 시간당 평균 임금 상승률(0.3%) 및 전년 대비 수치(4.3%)는 그대로지만 어제 24만 개였던 예상치가 이날 23만 개로 줄었는데요.
챌린저, 그레이&크리스마스에 따르면 지난 달 미국 기업들의 감원 계획은 8만9703명으로 전달보다 15%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무려 319%나 높은데요. 분기로 보면 1분기에 27만416명으로 2020년 1분기 이후 가장 많습니다. 월가의 한 관계자는 “실업수당 청구가 증가한 것으로 나오면서 내일 고용보고서도 예상보다 좀 적게 나올 수 있다”고 봤는데요.
3월 고용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더라도 4월부터는 안 그럴 수 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리스 윌리엄스 스파우팅 락 자산운용의 최고 전략가는 “우리는 은행 위기가 아직 고용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이 허니문은 이르면 2분기에 끝날 것이다. 3월에 고용수치가 어느 정도 강하다면 4월은 약해질 것”이라고 봤는데요.
전체적인 노동 둔화세가 뚜렷해지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3개 지표를 바탕으로 침체 가능성을 따지는데, 7월 침체 발생 확률이 이번에 76%에서 97%로 상승했다고 하는데요. 향후 1년 내로는 여전히 100%입니다.
크리스 자카렐리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연준의 금리인상이 노동시장과 경기를 둔화시키고 있다”며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심각한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국제통화기금(IMF)은 향후 5년 간 세계 경제성장률이 30여 년 만에 가장 낮은 약 3% 정도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고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아 강력한 회복은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앞서 IMF는 미중 갈등 같은 경제 블록화와 해외 투자 감소에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2%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했죠.
실업수당 청구에 IMF까지, 좋지 않게 시작한 하루의 변화 물꼬를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가 텄습니다. 그는 이날 아칸소주 은행 협회 연설에서 “금융시장의 스트레스가 힘들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금리 수준을 낮추는 경향이 있다”며 “낮은 금리는 거시경제의 강세 요인(bullish factor)”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러면서 “최근 금융 시장이 스트레스 기간 동안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약 0.5%포인트(p), 2년 물은 1%p 하락했다”며 “이는 금융 스트레스로 발생할 수 있는 거시경제의 부정적 요소를 완화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금까지 일부 은행들은 금리 상승(채권가격 하락)에 따른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의 미실현 손실 때문에 힘들어 했는데 은행 위기로 불안감은 커졌지만 이런 부담은 줄어든 것 아니냐는 거죠. 장기금리가 떨어지면 거시경제도 좀 더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건데요.
그의 발언은 오전10시에 있었습니다. 이때부터 증시가 낙폭을 줄이기 시작했는데요. 불러드 때문에 증시가 다 뒤집힌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방향을 살짝 틀었죠. 블룸버그는 “불러드의 연설 뒤 증시가 손실을 줄였다”고 전했습니다. 월가의 또 다른 관계자는 “매파 불러드가 꼬리를 내렸다”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불러드는 행사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은행 위기 뒤에) 은행 대출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는 건 분명하지 않다. 충분한 유동성과 자본이 있는 한 그들은 계속해서 대출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은행 압박이 완화하고 신용경색 조짐이 크게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2%까지 낮추기 위한 금리인상에 주력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높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금리인상 전망이 다시 더 높아지긴 했는데요.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후3시20분 현재 5월 0.25%p 인상 확률이 53.3%로 어제보다 10%p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5월에 금리가 올라가더라도 당장 6월에 다시 내릴 가능성(48.8%)이 가장 높고, 12월 기준금리 전망치는 4.00~4.25%가 1위(35.3%)인데요.
오늘까지 고용 둔화의 증거가 계속 쌓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5월 금리전망을 보다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내일 3월 고용보고서의 실제 숫자와 다음 주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를 더 봐야 한다는 예상이 많습니다. 찰스 슈왑의 매니징 디렉터 랜디 프레데릭은 “연준은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고 싶다고 해왔다”며 “내일 있을 고용보고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음 주의 CPI와 PPI”라고 했는데요.
연장선에서 근원 물가의 하락을 보기 전까지는 동결은 몰라도 인하는 쉽지 않다는 말도 나옵니다. 연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불러드의 말을 들어보면) 연준은 아직까지도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1분기 GDP 전망치가 1%대로 내려와 앞으로의 성장률도 낮겠지만 심각한 경착륙 없이 간다고 보는 것”이라며 “금리인상 동결은 몰라도 근원 인플레이션이 떨어지는 것을 보기 전까지 금리인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죠.
특히 이날 증시 상승에도 모든 게 잘 풀릴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N에 “우리는 (은행위기 이후) 대출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보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반드시 경기 침체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지만 침체에 가까울 것”이라고 했습니다. 불러드의 말과 차이가 있는데요. 블룸버그는 “다이먼이 은행 위기로 침체 확률이 높아졌다고 했다”고 전했죠.
다이먼 뿐만이 아닙니다. 인도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는 “(은행 위기 이후) 최선의 결과가 나오기를 바라지만 아마도 더 많은 것들이 터져 나오게 될 것”이라며 “엄청난 유동성이 너무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고 우려했는데요.
상업용 부동산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ICE BofA 지수를 보면 4일 기준 투자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BB’ 상업용모기지담보부증권(CMBS)의 가산금리가 9.46%p라고 하는데요. 2월 말 7.6%p에서 급격히 상승한 겁니다.
지금 수준은 코로나19 락다운 때인 2020년 3월(10.8%p)과 비슷한데요.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글로벌 리서치의 미국 CMBS 헤드는 “상업용 부동산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빌 루딘 루딘 매니지먼트 공동 회장도 “확실히 엄청난 폭풍이 앞에 있다. 3년 내 1조4000억 달러 규모의 대출이 만기가 돌아온다”며 “B와 C등급 오피스의 경우 공실이 상당하다”고 걱정했습니다.
증시 상황 더 보겠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S&P500 기업의 1분기 주당순이익(EPS)이 1년 전보다 7% 하락해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할 것이라고 점쳤는데요. 에너지와 소비자 등 3개 부문만 마진이 개선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배당의 경우 올 1분기 1468억 달러로 지난해 4분기(1461억 달러)나 지난해 1분기(1376억 달러)보다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미 경제 방송 CNBC는 “최근 배당 증가 규모가 느려지고 있고 올해 나머지 기간 동안에는 (증가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별도로 데이터 회사 오르텍스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은 지난 달에만 은행주 공매도로 약 72억5000만 달러의 평가이익을 봤다고 하는데요.
BMO 웰스 매니지먼트의 융유 마는 시장에 좋은 3월 일자리는 10~20만 개라고 주장했습니다. 어느 정도 둔화하면서도 확 망가지지는 않는 수준이라는 건데요. 이러면 증시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거죠.
뭐가 됐든 증시 상황이 복잡하고 종종 모순돼 보이는 건 사실입니다. 피터 채트웰 미즈호 인터내셔널의 글로벌 매크로 전략 헤드는 “시장은 혼란스럽고 서로 상충되는 것처럼 보인다”며 “경기침체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임박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했는데요.
기업별로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경기침체 우려가 주식에 부담을 주고 채권가격이 뛰어도 수익이 견고한 기업들에는 자금이 몰릴 수도 있다는 거죠. JP모건의 전략가 니콜라우스 패니기르초글루는 “이런 상황은 일부 투자자들이 위험을 줄이기보다 더 늘리도록 유도한다”고 해석했습니다. 최근의 상승세는 숏커버링(short covering) 영향이 크다는 말도 있는데요.
5일 기준 머니마켓펀드(MMF) 잔액이 5조2500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라고 합니다. 불확실성 여전하다는 뜻일텐데요.
내일은 굿프라이데이로 증시가 휴무입니다. 하지만 ‘3분 월스트리트’ 온라인 기사와 서경 마켓 시그널의 유튜브 방송(오전7시5분)은 이어집니다. 3월 고용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해석은 ‘3분 월스트리트’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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