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에서 프로까지'... '스웨덴판 제이미 바디' 울산 루빅손의 축구인생[스한 인터뷰]

김성수 기자 2023. 4.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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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스웨덴 하부리그에서 공장 일을 병행하며 축구를 했던 소년이 이제는 한국 프로축구 선두 팀에서 득점포를 쏘아올리고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스웨덴 출신인 울산 현대의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 구스타브 루빅손(29).

스포츠한국은 울산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루빅손을 만나 K리그에서의 첫 시즌과 그의 드라마 같은 축구 인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울산 현대 루빅손.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소속팀 울산이 개막 5연승으로 리그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가운데 루빅손 역시 5경기 동안 2골 1도움의 성적으로 좋은 출발을 보였다. 이에 루빅손은 "기분이 정말 좋다. 많은 팀들이 '디펜딩 챔피언' 울산을 이기고 싶어 하지만, 울산 선수들도 팀의 리그 2연패를 위해 승리하려 한다. 나 역시 더 잘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루빅손은 빠른 스피드와 순간 가속을 활용한 공간 침투는 물론, 뛰어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을 가진 상대를 경기 내내 적극적으로 압박하는 모습도 자주 보여준다. 공격수의 상대 수비 압박을 중요시하는 홍명보 감독의 스타일에도 부합하는 것.

지난 2월25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펼쳐진 전북 현대와의 개막전에서 루빅손의 장점이 두드러졌다. 후반 19분 전북 수비수 홍정호가 백패스를 건넨 것을 골키퍼 김정훈이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자 루빅손이 김정훈을 빠르게 압박해 공을 뺏어낸 뒤 빈 골문에 오른발로 밀어넣으면서 2-1 역전을 만들었다. 이 득점은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 됐다.

"프리시즌 때 부상과 독감으로 인해 경기 출전 명단에 들고도 뛰지 못했다. 그래도 감독님이 내 플레이 스타일을 좋아해주셨다. 앞으로도 선발에 넣어주시면 기대에 맞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스웨덴에서 뛸 때 상위 리그로 올라가는 과정에서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었다. 코칭스태프가 많은 활동량과 압박을 강조했다. 주문한 부분이 잘 나오지 않을 경우, 코치들은 선수를 바로 교체하기 때문에 수비적인 부분을 강화해야 했다. 내가 압박을 하지 않으면 상대의 압박이 더 심하게 들어오기에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도 지금처럼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게 됐다."

루빅손. ⓒ울산 현대

지난달 19일 수원FC와의 4라운드 홈경기에서는 1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기도 한 루빅손이다. 그렇다면 루빅손이 울산 데뷔 시즌 초반부터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적응을 도와준 동료들은 누가 있었을까.

"모든 선수들이 적응을 도와주기 위해 많은 조언을 해 준다. 최근에는 김성준이 피자 맛집을 소개시켜주기도 했다. 아직 통역 없이는 소통이 조금 어렵지만 그래도 모든 동료들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영어로 소통하는 바코와는 같은 동네에 살면서 농구도 같이 한다. 한국어 실력을 발전시켜서 동료들과 더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집에만 있지 않고 밖에 나가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한국 문화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유명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동네 식당도 종종 간다. 메뉴를 읽는 게 아직 어렵지만 핸드폰을 이용해 주문하면서 배우고 있다."

울산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루빅손의 축구 인생은 그야말로 드라마다. 루빅손이 성인 무대에 데뷔했던 때는 그가 17세였던 2011년으로 프로가 아닌 지역 리그(7부)팀 묄르뉘케에서였다. 전업 축구 선수가 아니었기에 생계를 위해 공장 일을 병행하기도 했던 루빅손이다. 이후 꾸준한 성장을 보이며 팀의 승격과 이적을 통해 6, 5, 4, 2부 리그를 거쳐 26세가 되던 2020년, 함마르뷔에서 스웨덴 프로축구 1부리그 데뷔까지 이뤄냈다.

"7부리그에서 뛸 때 안경을 제조하는 공장에서 1년 반 동안 일했고 4부리그 시절까지도 축구와 공장 일을 병행했다. 2부리그에 가기 전까지는 대학에서 경영학 공부도 꾸준히 했다. 2부리그 입성 후 계약 조건이 조금 더 나아졌고 일과 공부를 같이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 축구에만 집중하게 됐다. 공장 일, 공부, 축구를 병행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4부리그에 있을 때 포장이사 업체에서 무거운 짐을 옮기는 업무를 하다가 부상을 당한 적이 있어서 코치님에게 주의를 받고 일을 그만두기도 했다."

루빅손은 스웨덴 하부리그에서 뛰던 시절을 회상하며 축구를 잠시 그만두고 스키 여행을 떠날 정도로 '스키광'었다고도 말했다. 하지만 그는 "스키를 타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프리스타일 스키이기 때문에 부상 위험이 높다. 프로축구선수 커리어를 모두 마친 이후에 타려고 현재는 참고 있다. 구단에서도 축구 선수가 스키를 타겠다고 하면 좋아하지는 않을 듯하다(웃음)"며 축구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루빅손. ⓒ울산 현대

그렇다면 7부리그에서 공장 일을 병행하던 소년이 프로 무대까지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루빅손은 "축구 외의 다른 일을 함께하던 시절, 옆에서 지켜본 모든 사람들이 본인의 직업에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축구를 함에 있어 큰 동기부여가 됐다. 또한 팬들이 경기장에서 응원으로 기운을 주시기 때문에 좋은 선수가 돼서 훌륭한 퍼포먼스로 팬들에게 행복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루빅손의 축구 인생은 세계 최고의 축구 리그 중 하나인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의 레스터 시티에서 뛰고 있는 제이미 바디를 떠올리게 한다. 바디 역시 20세가 되던 2007년, 잉글랜드 8부리그에서 공장 일을 병행하며 성인 축구 커리어를 시작했고,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 끝에 29세였던 2015~2016시즌, 레스터에서 EPL 우승을 차지하는 영화 같은 이야기를 써냈다.

루빅손은 "바디가 하부리그에서 시작해 EPL까지 갔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고 있다. 그를 보며 20대 중후반의 나이에도 충분히 프로축구 선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정신력의 측면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스웨덴 1부리그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2022년에는 스웨덴 국가대표팀 동계 전지훈련에 소집되기도 했던 루빅손이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바람에 대표팀에 합류하지는 못했다.

"국가대표 선수가 되는 것은 엄청난 꿈이다. 하지만 이제 나이가 많이 들었고 더 좋은 선수들이 많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주면 내 이름이 언급될 수도 있겠지만 국가대표 승선은 현재로서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만약 대표팀의 부름을 받는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뛸 것이다. 한국의 카타르 월드컵 여정도 인상적으로 봤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팀은 역시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국이 스웨덴과 맞붙지 않는 이상 울산 동료들과 한국을 응원할 것이다."

루빅손. ⓒ울산 현대

'인간 승리의 아이콘'으로 불릴만한 축구 인생을 보내고 있는 루빅손. 그는 마지막으로 올 시즌 목표에 대해 "울산에 처음 와서 아직은 동료들과의 호흡이 완벽하지는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감을 갖고 기술과 득점력을 더 보여주고 싶다. 동료들과의 유대를 계속 쌓아나간다면 충분히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 성적에 대한 욕심은 없다. 많이 뛰면서 팀에 기여하고 우승을 차지하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holywater@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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