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제마가 아로새긴 ‘3-60-2-11-2’, ‘노익장’의 열정 발로[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조남제 2023. 4. 7.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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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 카림 벤제마는 스페인 라리가 명가(名家)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다.

'3-60-2-11-2.' 지난 5일(이하 현지 일자) 벤제마가 절정에 다다른 골 결정력을 뽐내며 아로새긴 뜻깊은 숫자다.

곧, 벤제마가 물경 60년 만에 2번째 문을 열었다.

벤제마가 약 2년 2개월 만에 다시 개척의 발길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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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백전노장’ 카림 벤제마는 스페인 라리가 명가(名家) 레알 마드리드의 에이스다. 우리 나이로 서른일곱 살이건만, 여전히 시들지 않는 노익장의 열정을 불태운다. 세월의 흐름을 거부하는 양, 의욕이나 기력은 오히려 점점 좋아지고 있는 듯싶다.

수비수들의 거친 견제를 뚫고 골을 터뜨려야 하는 골잡이에겐, 환갑을 지났다고 표현해도 지나치지 않을 벤제마다. 하지만 변함없이 힘이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다. ‘페널티 지역의 제왕’이라는 별호에 걸맞게 한결같은 득점 파워를 뽐내고 있다. 아니, 갈수록 더 당당한 기세는 놀라움만을 자아낼 뿐이다.

중춘(仲春)인 4월 들어, 벤제마의 골 솜씨는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었다. 봄을 희롱하듯, 꽃비처럼 그라운드에 골을 흩뿌리고 있다.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의 가공할 득점력으로 그라운드를 지배하는 풍모가 돋보인다.

‘3-60-2-11-2.’ 지난 5일(이하 현지 일자) 벤제마가 절정에 다다른 골 결정력을 뽐내며 아로새긴 뜻깊은 숫자다. 무대는 캄(프) 노우(누)에서 펼쳐진 엘 클라시코(El Clasico)였다.

캄 노우를 유린하며 역사의 한 쪽을 화려하게 장식

엘 클라시코는 세계 축구계의 으뜸가는 맞수 대결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자웅을 겨루는 각축전이 벌어질 때마다, 전 세계 축구팬의 이목은 그 전장으로 쏠린다.

코파 델 레이 결승행 티켓을 쟁취하려는 양웅의 야망이 맞붙은 이번 대회전은 캄 노우에서 펼쳐졌다. 준결승 두 번째 판으로, 바르셀로나의 아성을 마드리드가 어떻게 공략할지가 초점을 모은 모양새의 한판이었다. 이미 안방(에스티디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맞붙은 첫판을 내준(0-1) 레알 마드리드로선 배수의 진을 치고 맞이한 결전이었다.

물러설 수 없는 양강이 맞선 결판싸움의 주인공은 벤제마였다. 3골을 몰아 터뜨리며 노익장의 기개를 한껏 뽐냈다. 과연 엘 클라시코의 결말에 걸맞은가 하는 의구심이 일 정도의 대승(4-0)을 이끌면서, 레알 마드리드를 결승 마당에 올려놓았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벤제마가 라리가 선두를 질주하는 바르셀로나의 심장부를 유린하며 터뜨린 3골은 역사적으로도 뜻깊다. 레알 마드리드가 바르셀로나가 도사린 캄 노우로 원정을 떠나 해트트릭을 기록한 적은 이제껏 단 한 번뿐이었다. 1963년 1월 27일에 벌어진 라리가 엘 클라시코에서, 푸슈카시(푸스카스) 페렌츠가 처음 발을 들여놓은 바 있다(5-1 승).

곧, 벤제마가 물경 60년 만에 2번째 문을 열었다. “캄 노우는 난공불락의 철옹성이다”라고 자랑하는 바르셀로나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긴 벤제마다.

124년의 오랜 연륜이 쌓인 바르셀로나는 근거지인 캄 노우에서만큼은 패배와 낯설었다. 그만큼 상대에게 쉽게 골을 내주지 않았다.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에서, 원정 팀에 해트트릭을 허용한 적은 지금까지 단 열 번에 불과하다. 1961년 4월 30일 라리가에서, 루이스 아라고네스(오비에도)가 새 지경을 열었다(5-3승). 2년 전(2021년 2월 16일)에 열린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킬리안 음바페(파리 생제르맹)가 기록한 뒤로는 아무도 역사의 문을 두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4-1승).

벤제마가 약 2년 2개월 만에 다시 개척의 발길을 옮겼다. 캄 노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11번째 골잡이로 올라섰다.

벤제마는 4월에 용솟음치는 활화산 같다. 지난 2일 라리가 27차전에서, 해트트릭을 뽑아내며 레알 바야돌리드를 울렸다(6-0 승). 2경기 연속 해트트릭의 무서운 불길을 내뿜고 있다.

[사진]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격렬한 경기인 축구에선, 20대 후반에 들어서면 나이와 득점이 반비례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벤제마가 그리는 득점 곡선은 그 반대다. 이채롭다고 아니할 수 없다. 30대에 들어서서 더 빼어난 활약을 펼치며 가는 세월을 부정한다.

기록으로도 입증된다. 프로 무대에서, 벤제마는 2021-2022시즌까지 18시즌을 뛰놀았다. 이 가운데 30골 이상을 터뜨린 시즌은 다섯 번인데, 그중 세 번(2018-2019·2020-2021·2021-2022 시즌)을 30대에 기록했다. 이번 시즌(2022-2023)에도 25골을 잡아내고 있어, 30골 고지 등정은 무난할 듯하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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