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스토리]5G 킬러 콘텐츠라던 '클라우드 게임'…뚜렷한 성과는 아직

이기범 기자 2023. 4. 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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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게임박스' 서비스 종료, SKT 현상 유지에 초점
5G 상용화 당시 기대한 모습과 달라…"이용자 관심 못 얻어"

[편집자주] '後(후)스토리'는 이슈가 발생한 '이후'를 조명합니다. 쏟아지는 뉴스 속에 묻혀버린 '의미'를 다룹니다. 놓쳐버린 뉴스 이면의 '가치'를 되짚어봅니다.

2020년 8월12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KT에서 모델들이 콘솔·PC 구매가 필요없는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인 '게임박스'를 선보이고 있다. 2020.8.12/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이기범 기자 = "게임박스를 게임계 넷플릭스 같은 한국형 토종 게임 OTT로 키울 계획이다. 아직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이며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열심히 가보겠다."

지난 2020년 8월 KT(030200)가 자사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게임박스'를 정식 출시하며 내놓은 말이다. 그리고 오는 6월30일 게임박스 서비스가 종료된다. 클라우드 게임은 2019년 5G 상용화 당시 킬러 콘텐츠 중 하나로 기대를 모았지만, 3~4년이 지난 지금 이동통신 3사는 서비스 종료 혹은 축소 수순을 밟고 있다.

◇5G 만나 대중화 발판 마련됐지만…

클라우드 게임은 PC와 콘솔, 모바일의 경계 없이 자유롭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기기의 컴퓨팅 성능이 아닌 클라우드 위에서 게임을 돌리고, 네트워크 연결을 통해 화면을 송출하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기기 성능과 관계 없이 고사양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2019년 5G가 상용화와 맞물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대중화 발판이 마련됐다. 네트워크 기술 한계로 수면 아래에 있던 서비스는 급부상했고, 글로벌 빅테크들과 함께 국내에서는 통신 3사가 뛰어들었다.

LG유플러스(032640)는 국내 이통사 중 처음으로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진출했다. 엔비디아와 손잡고 2019년 9월 국내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지포스나우'를 선보였다. 무료 시범 서비스를 선보이고 2020년부터 월정액제로 전환해 정식 서비스 중이다.

SK텔레콤(017670)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2019년 10월부터 '엑스박스 클라우드 게이밍' 시범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듬해 9월에는 정식 구독 서비스로 전환했다.

가장 후발주자였던 KT는 2019년 12월 글로벌 대형 게임 플랫폼과 손잡는 대신 독자 노선을 택했다. 대만의 스트리밍 솔루션 기업인 유비투스와 함께 자체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후 2020년 8월 게임박스를 정식 출시했다.

SK텔레콤과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9월4일 '5G 기반 클라우드 게임 공동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게임은 단말기에 게임을 내려받거나 설치하지 않아도 인터넷 연결만 되면 언제 어디서든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술이다. 서버 자체에서 게임이 구동되는 만큼, 저사양 기기에서도 초고속∙초저지연 특성을 지닌 5G 등의 통신망만 있으면 고품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SK텔레콤 제공) 2019.9.4/뉴스1

◇서비스 종료 혹은 축소…"이용자 관심 못 끌어"

서비스 적신호는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시작됐다. 2019년 3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태디아'(Stadia)를 야심 차게 발표한 구글은 약 3년 뒤인 2022년 9월 서비스 종료를 발표했다.

첫 서비스 발표 당시 구글은 데이터 센터 역량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게임 대중화를 앞당길 것으로 평가됐지만, 실제 성능은 기대에 못 미쳤다. 구글이 자신해온 해상도 및 입력 지연 문제 개선이 게이머들의 눈높이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당시 필 해리슨 구글 스태디아 총괄 겸 부사장은 "스태디아는 강력한 기술 기반으로 구축돼 소비자를 위한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로 접근했지만, 기대한 수준의 이용자 관심을 끌지 못해 서비스 종료를 어렵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KT가 자사 클라우드 게임 '게임박스' 서비스를 오는 6월30일부터 종료한다. (KT 게임박스 공지사항 갈무리)

이번 KT의 게임박스 서비스 종료 역시 비슷한 맥락에 있다. 당시 KT는 자체 플랫폼의 장점으로 월 9900원(프로모션 적용 시 4950원)의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과 개방성을 앞세웠지만, 콘텐츠 수급의 한계가 지적됐다. 결국 사업을 유지할 만한 수준의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하면서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았다.

SK텔레콤은 서비스 축소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엑스박스 콘솔을 포함한 서비스 통합 상품인 '엑스박스 올 액세스' 판매를 중지하고, 부가서비스 혹은 정기 구독 형태로만 제공하고 있다. 관련 프로모션 및 이벤트는 2021년 이후 중단됐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변동사항 없이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서비스 확대가 아닌 현상 유지에 초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한편, KT는 다른 방식의 사업 모델로 클라우드 게임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플랫폼 운영 대신 게임사들과 직접 협업해 게임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유통하는 모델이다.

예를 들어 고사양의 모바일 게임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스마트폰 사양에 상관 없이 돌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KT 관계자는 "시장 상황 고려해서 전략 방향 수정함에 따라 게임박스 서비스를 6월30일 종료한다"며 "고객이 선호하는 새로운 방식의 스트리밍 게임 서비스를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K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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