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누가 혁신을 죽이나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스타트업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규제는 우리사회의 발전을 가로막는 암적존재”라며 규제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습니다. 취임 이후 그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요? 왜 이렇게 우리 사회는 규제로 미래를 꽁꽁 묶어 두는 것이 일상화됐을까요?
유튜브에서 ‘스타트업 규제’라는 단어로 검색해 뉴스를 찾아보니 수년전에도 나왔던 같은 내용의 이야기들이 현재에도 계속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긴 시간이 지나고 정권이 여러번 바뀌어도 제자리 걸음입니다. 왜 혁신의 주체인 스타트업은 물론 작은 사업을 하는 사람들 마저 ‘규제’라는 덫에 걸려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일까요?
정치인들에겐 국민들의 편익보다는 ‘이권단체의 이익 지켜주기’가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 ‘혁신’이라는 단어는 안중에도 없어 보입니다. ‘미래’라는 단어는 공상과학소설에나 등장하는 단어 취급합니다. 당장 눈앞에 있는 그들을 지지하는 힘센 단체들의 이권이 더 가까이 있습니다. 현실을 보면 스타트업들이 싸우는 대상들은 어마 어마한 이권단체들입니다.
‘로톡’은 대한변호사협회랑 싸우고, ‘삼쩜삼’은 한국세무사회와, ‘강남언니’는 대한의사협회와, ‘닥터나우’는 대한약사회, 대한의사협회랑 싸웁니다. 승부는 이미 결정된 것처럼 보입니다. 한 예로 1400만명이 쓰고 있는 ‘삼쩜삼’은 세무사 단체가 주민등록번호 처리가 위법하다며 압박하고 있습니다. 아주 애매하게 만들어져 있는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스타트업을 압박하는 것입니다. 개인정보보호법의 경우 그 판단의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 문제가 돼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법 하나에 스타트업의 목숨이 걸려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이 법을 갖고 스타트업을 압박하는 사례는 넘쳐납니다. 세금환급앱을 통해 세무사나 회계사의 도움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어려운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개인정보법이 어떻게 국회를 통과하느냐에 따라 그 도움을 계속 받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투자시장도 이러한 현실을 바탕으로 움직입니다. 이권단체랑 싸움이 벌어지면 투자도 물 건너갑니다. 한번 싸워보라고 배짱 좋게 투자해는 주는 투자자들은 거의 없습니다. 현재의 법과 제도가 기득권 산업보호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혁신의 미래는 어두워 보입니다. 결국 이런 법을 바꿔 미래를 열어줄 수 있는 국회의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따라 혁신의 미래는 열릴 수도 아니면 닫힐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우리의 일상이 된 혁신들은 이전의 당연함을 깬 새로운 당연함을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정치인들도 예외 없이 그 혁신의 편리함을 생활 속에서 누립니다. 그러나 정치적 관점에서는 그 혁신의 주체들을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아이러니를 우리는 수도 없이 겪어왔습니다.
혁신은 없던 것을 만들거나, 있는 것을 개선해 일상의 작은 습관들을 바꾸어 나가는 과정입니다. 기존 이권을 지키려는 정치의 힘이 커질수록 혁신은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평소 존경하는 정치인 친구의 말이 생각납니다. 법을 하나 바꿔 대한민국의 유니콘이 하나 생긴다면 기꺼이 동료의원들과 힘을 합쳐 최대한 노력해 보겠다고. 그런 정치인들이 중심이 되는 대한민국 국회를 기대해봅니다.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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