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장항준 감독 입담만큼 유쾌하고 진심어린 '리바운드'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3. 4. 7.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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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 스포일러 주의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 '신이 내린 꿀 팔자' 등의 수식어를 얻으며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항준 감독이 본업으로 돌아왔다. '언더독'(객관적인 전력에서 열세를 보여 경기 등에서 질 것 같은 사람이나 팀을 이르는 말) 성공 신화의 주인공인 부산중앙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리바운드'는 장 감독의 입담만큼이나 유쾌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관객들을 웃기고 울컥하게 할 예정이다.

농구선수 출신 공익근무요원 양현(안재홍)은 해체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신임 코치로 발탁된다. 하지만 전국대회에서의 첫 경기 상대는 고교농구 최강자 용산고. 팀워크가 무너진 중앙고는 몰수패라는 치욕의 결과를 낳고 학교는 농구부 해체까지 논의하지만 양현은 MVP까지 올랐던 고교 시절을 떠올리며 다시 선수들을 모은다.

주목받던 천재 선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진 가드 기범(이신영), 부상으로 꿈을 접은 올라운더 스몰 포워드 규혁(정진운), 점프력만 좋은 축구선수 출신의 괴력 센터 순규(김택), 길거리 농구만 해온 파워 포워드 강호(정건주), 농구 경력 7년 차지만 만년 벤치 식스맨 재윤(김민), 농구 열정만 만렙인 자칭 마이클 조던 진욱(안지호)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최약체 팀이었지만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8일간의 기적을 써 내려간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2012년 대한농구협회장기 전국 중·고교농구대회, 6명의 엔트리로 출전한 최약체 팀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코트 위에서 파란을 일으킨다. 과거의 명성을 잃고 존폐 위기에 놓였지만 간신히 선수들을 영입해 팀을 꾸린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일궈낸 연승의 쾌거가 세상을 놀라게 만든다. 바로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실제 이야기다. 그리고 바로 영화 '리바운드'(감독 장항준)의 이야기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흥행으로 이른바 '농놀'(농구놀이)이 유행하는 가운데, '리바운드'는 북산고 못지않은 부산중앙고의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를 울컥하게 그려낸다. 심지어 '리바운드'는 만화를 누비는 인물이 아니라 실존 인물들의 실화다.

아는 사람 사이에선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고 '가비지타임'이라는 웹툰으로도 나왔지만, 부산중앙고의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을 제공한다. 영화는 언더독의 드라마와 농구의 치열한 승부와 박진감을 모두 담아냈다. 언더독 스토리지만 너무 무겁고 진중하게만 다가가지 않고 평소 방송에서 재치 있는 입담을 자랑해 온 장항준 감독의 향기가 느껴지는 적당한 유머를 첨가해 농구를 모르더라도 쉽게 다가가도록 했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강양현 코치 역 안재홍은 현실의 강 코치와 장항준 감독을 섞어 만든 듯한 느낌을 준다. 안재홍은 어린 나이로 중책을 맡아 선수들과 함께 부딪히고 깨지고 흔들리며 성장해나가는 강양현의 모습과 강 코치로서의 모습을 모두 자기 안에 담아내 영화 속 '강양현 코치'를 완성했다. 그런 안재홍의 모습은 마치 '족구왕' 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반가우면서도 그때보다 성숙하고 깊어진 그의 연기 내공을 느끼게 만든다.

'리바운드'는 언더독 드라마지만 마냥 진지하게만 다가가지 않는다. 영화의 유머는 과유불급의 경계를 넘지 않고 적당한 균형을 갖고 러닝타임 곳곳에서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렇게 웃다가 진지해지면서 빠져들다가 결국엔 부산중앙고 6명의 선수와 함께 울컥해진다.

시작은 강 코치도 그러했듯 어느 정도 가벼운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진정한 목표를 단순히 이기고 지는 것에 두는 게 아니라 '즐긴다'는, 즉 농구 그 자체에 대한 사랑에 두면서 부산중앙고는 오히려 더 진심으로 되어 간다. 그 순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게 전혀 아깝지 않고, 오히려 그 순간을 다하지 못하게 될 후회가 더 두려운 이들은 전심전력으로 코트를 누빈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누구나 다 아는, 어찌 보면 빤한 결말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의 단조로움을 영화는 사실적인 농구 경기 장면으로 보완한다. 농구 시합 장면은 실제 경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리얼하다. 경기를 잡아내는 화면은 때로는 중계화면 같고, 선수들 사이를 누비는 카메라는 순간순간 만화적이고 극적인 순간을 포착해 낸다.

800fps의 초고속 카메라로 잡아낸 순간의 포착은 느림의 미학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슛을 준비하는 자세부터 공을 던지는 과정, 그리고 림을 통과하는 순간까지의 흐름이 주는 긴장은 손에 땀을 쥐게 하다가 어느덧 두 손뼉을 마주치게끔 한다. 초고속 촬영은 과도하지 않고 결정적인 순간, 그러니까 관객의 눈과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집중할 순간을 잡아내 보여줌으로써 극의 몰입을 높인다.

극 중 해설 중계진은 실제 스포츠해설가로 활약 중인 박재민과 조현일 해설위원이 참여해 현실감을 더한다. '리바운드' 속 해설은 해설인 동시에 일종의 내레이션 역할로도 기능한다. 적당한 수준에서 중계 장면이 치고 빠지는데, 농구를 아는 사람에게는 중계가 더해진 재미를 제공한다. 또한 농구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상황 설명 효과가 있다. 그렇게 영화 속 중계는 농구를 알든 모르든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영화 '리바운드' 스틸컷.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리바운드'는 농구에서 슈팅한 공이 골인되지 않고 링이나 백보드에 맞고 튀어나오는 일을 의미한다. 인생에서도, 농구 경기에서도 리바운드가 비일비재하다. 리바운드 됐다고 해서 인생이 패배하거나 실패한 것도 아니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처럼 경기의 결과는 알 수 없다. 영화는 승패보다 인생이라는 '농놀'을 이왕이면 재밌게 즐기면서, 힘들면 쉬었다 가면서 그렇게 후회 없이 임해보자고 이야기한다.

마지막 그룹 펀(FUN.)의 '위 아 영'(We Are Young)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이어지는 엔딩은 말 그대로 영화에 '화룡점정'이다. 실제 선수들의 모습과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이 교차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울컥하며 감동이 치밀어 오른다. 돈은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거다. 팝송 '위 아 영'을 쓸 수 있도록 쿨하게 투자한 넥슨의 결단에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장항준 감독의 차기작을 빨리 보고 싶다.

122분 상영, 4월 5일 개봉, 12세 관람가.

영화 '리바운드' 메인 포스터. 바른손이앤에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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