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일몰제와 공원 보상의 감정평가사 추천이 어려운 이유[박효정의 똑똑한 감정 평가]
[똑똑한 감정평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원 설립을 위해 도시 계획 시설로 지정한 뒤 20년이 넘도록 공원을 조성하지 않았다면 도시공원에서 해제하는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됨에 따라 보상 계획 열람 공고 통지를 받은 P 씨는 우리 사무소의 기존 의뢰인이었다.
P 씨가 제대로 된 공원 보상을 받기 위해 행사할 수 있었던 피수용자의 권리 중 첫째 는 바로 보상 계획의 열람 기간 만료일부터 30일 이내에 사업 시행자에게 협의 보상 평가를 수행할 감정평가사 1인을 추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협의 보상액은 토지 소유자가 감정평가사 1인을 추천할 때 최대 3인의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보상액을 산술 평균한 값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우리 사무소에서는 P 씨에게 무조건 감정평가사를 추천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자문했다. 나머지 1인은 사업 시행자, 또 다른 1인은 시 또는 도지사의 추천으로 선정된다.
문제는 토지 소유자가 지주의 이익을 대변할 감정평가사를 추천하기 위해서는 법에서 정한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것에 있었다.
바로 보상 대상 토지 면적의 2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토지 소유자와 보상 대상 토지의 토지 소유자 총수의 과반에게 ‘1인의 감정평가사’에 대해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업 시행자는 개인 정보 문제로 개별 소유자의 연락처를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사업 구역 내 토지 대부분이 임야로서 등기사항전부증명서(이하 등기부)를 통해 소유자를 확인한다고 한들 그들의 연락처를 알 길이 없었다. 신도시 조성이나 재개발·재건축 사업처럼 옆집에 방문하거나 하다못해 동네에 현수막이라도 걸어 지주들을 찾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다행히 P 씨는 해당 지역 내에 유서 깊은 종중의 토지가 편입된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해당 종중을 방문해 감정평가사 추천에 대한 동의를 받고 성이 S인 종원 토지 소유자들의 연락처를 습득해 일대일 설득 작업을 수행했다.
또 등기부 주소가 국내로 돼 있는 소유자들에 대해 보상 절차와 지주 대책 회의, 감정평가사 추천 등에 대한 설명서를 우편으로 송부하기도 했다. 당시 감정평가사 추천 동의를 얻기 위해 백방으로 뛰던 P 씨를 만났는데 수십 명의 토지 소유자 정보와 동의 현황에 대해 빼곡히 기재된 너덜거리는 수첩을 보며 매우 안타까웠다.
20년 이상 장기 미집행으로 공원 지정 해제를 앞둔 임야는 20년 이상 건축물의 건축이나 용도 변경, 토지의 형질 변경 등 개발 행위가 원칙적으로 금지돼 왔기 때문에 동적인 부동산 활동이 아예 멈춰져 있는 땅이다. 이런 토지의 개별 소유자를 찾아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똑같은 피수용자의 지위에서 법에서 보장하는 감정평가사 추천권을 행사를 위한 요건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종중의 종원들의 참여율이 높았고 P 씨가 필사적으로 다른 지주들을 찾아 설득한 끝에 간신히 협의 보상 감정평가사 추천의 요건을 맞출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을 지켜봤던 필자는 P 씨의 집념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감정평가사 선정에서 사업 시행자와 시‧도지사가 1표씩 행사하는 것에 비해 토지 소유자의 1표 행 사요건이 불형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방의 임야·농경지 등 부동산의 특성이나 혹은 장기 미집행 등의 사유로 지주 서로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경우에는 동의 요건을 갖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함께 보상을 받는 동료 지주들이 해외 거주 등의 사유로 연락이나 동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이미 토지 소유자는 사망했는데 상속 등기가 되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위험을 다른 지주가 부담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
피수용자가 감정평가사를 추천함으로써 지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정당 보상을 구현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인 만큼 사업장의 특성에 따라 토지 소유자에게 감정평가사를 추천할 기회가 적의 보장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박효정 로안감정평가사사무소 대표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