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가 드라마 후속 시즌을 자유롭게 만들 수 없는 이유[문진구의 지식재산권 산책]
[지식재산권 산책]
‘원천 지식재산권(IP)’을 ‘보호’해야 한다, ‘확보’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원천 IP’는 법률 용어는 아니고 지식재산권은 특허권·상표권·저작권 등 여러 종류가 있기 때문에 명확한 정의를 찾기는 쉽지 않다. 다만 저작권에 한정해 본다면 ‘원천 IP’는 원저작물, 그중에서도 다른 어느 저작물과의 관계에서도 2차적 저작물의 지위에 있지 않은 원저작물의 저작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2차적 저작물은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 제작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창작물을 말한다(저작권법 제5조 제1항). 어느 작가가 쓴 소설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에서 공개될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소설이 원저작물이고 드라마가 2차적 저작물이 된다. 작가가 다른 원저작물에 기초해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이 소설은 앞서 말한 ‘원천 IP’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의 저작권은 일반적으로 드라마를 제작한 제작사에 있다. 그렇다면 제작사는 드라마의 후속 시즌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을까. 후속 시즌은 드라마의 2차적 저작물이기도 하지만 소설의 2차적 저작물이기도 하다. 즉, 후속 시즌은 소설과 드라마가 모두 원저작물이다.
만약 제작사가 작가에게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한 소설의 저작 재산권을 양수했다면 제작사는 후속 시즌을 자유롭게 제작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요즘 작가는 드라마를 제작하고 그 드라마를 OTT에서 공개하는 등으로 유통할 수 있는 권리(‘판권’이라는 용어가 자주 사용된다)만을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제작사는 후속 시즌을 제작하기 위해 작가에게 새로운 허락을 받아야 한다.
작가는 소설의 저작권이라는 ‘원천 IP’를 계속 보유하면서 가능한 한 이용의 범위와 형태를 세분화해 이용 허락을 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기를 원한다. 반면 제작사는 성공 가능성이 있는 ‘원천 IP’라고 할 때 가능한 한 넓은 범위에서 이용 허락을 받기를 원한다.
작가는 ‘원천 IP’를 ‘보호’하려 하고 제작사는 ‘원천 IP’를 ‘확보’하려고 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경우 양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법적 수단에는 무엇이 있을까.
제작사가 일정 대가를 지급하고 일정 기간 동안 후속 시즌을 제작할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옵션 권리를 갖는 경우가 있다. 제작사는 드라마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후속 시즌에 대한 제작권까지 미리 확보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 경우 상대적으로 저렴한 옵션 대가만을 지급하고 일정 기간 동안 후속 시즌 제작 여부를 고민할 수 있다.
제작사가 우선 협상권과 최종 거절권을 갖는 경우도 있다. 작가가 소설을 뮤지컬로 제작하고자 할 때 먼저 제작사와 독점적으로 일정한 기간 동안 협상을 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우선 협상권이다.
작가가 소설의 뮤지컬에 관해 제삼자와 계약 협상을 하는 경우 그 최종적인 계약 조건을 제작사에 제안해야 하고 제작사가 이를 받아들이면 그 조건에 따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권리가 최종 거절권이다. 제작사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작가는 그 조건에 따라 제삼자와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이러한 우선 협상권과 최종 거절권은 계약 교섭에서 제작사에 유리한 지위를 부여함으로써 ‘원천 IP’를 보다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한다.
제작사는 확보한 ‘원천 IP’의 가치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드라마가 공개되기 전후로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개봉된다면 드라마의 수요자가 영화로 이탈할 염려가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드라마 마지막 회의 최초 공개 시점으로부터 일정 기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영화를 개봉할 수 없다는 등의 콘텐츠 공개 시기를 제한하는데 이를 보통 ‘홀드백’(holdback)이라고 한다.
문진구 법무법인(유) 세종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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