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 초고층 빌딩 서면 뿌듯할까?[뉴스레터 점선면]
※뉴스레터 점선면 4월5일자(https://stib.ee/P7O7)에 게재된 글입니다. 경향신문 대표 뉴스레터 점선면은 이슈와 기사를 엄선해 입체적으로 설명합니다. 점선면을 구독해 더 많은 뉴스레터를 메일함으로 받아보시려면 여기(https://url.kr/7vzi4n)로 접속해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세요.
독자님은 몇 층에 사세요? 지난 주 오늘의 점선면 주제를 예고하면서 이런 질문을 드렸어요. 오늘은 건물의 높이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요.
미국 뉴욕시에는 ‘공중권(Air Rights)’이란 개념이 있어요. 공중에 무슨 권리가 있나? 이런 생각이 드는데, 미국식 자본주의는 이 개념을 확립했습니다.
법적 규정을 다 지켜 40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있는데, 그 땅의 주인이 딱 10층을 더 올려 50층으로 짓고 싶다면? 맨해튼에서는 돈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 됩니다. 인근 똑같은 조건의 땅에 마침 30층까지만 지은 건물이 있으면 그 땅의 주인에게 나머지 10층에 대한 권리를 사오는 거예요. 남보다 높은 층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한껏 자극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점선면 독자님들께 서로 다른 두 도시의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선호하는 쪽을 여쭸더니 이런 욕망과는 배치되는 답변이 나왔어요. 그 두 도시는 바르셀로나와 뉴욕이었는데, 답변을 주신 분들 모두 ‘자유·역동·다양’ 키워드를 붙인 뉴욕이 아닌 ‘규칙·차분·조화’의 바르셀로나를 선택하셨어요.
독자님들의 글을 읽고 건물의 높이는 ‘권리’뿐만 아니라 한 시민으로서의 ‘정체성’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오늘 점선면은 산(?)이 시민에게 부여하는 정체성을 통해 초고층 문제를 살펴봅니다. 광주 무등산 이야기는 강현석 기자, 서울 남산 이야기는 김보미 기자와 함께 준비했어요.
지금 광주에서는 무슨 일이
· 광주시가 건축물 최고 층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2년 만에 폐지하기로 했어요.
· 현재 주거지역 건물(아파트)은 30층까지만, 상업지역 건물(주상복합 등)은 40층까지만 지을 수 있어요.
· 광주시는 2021년 7월 이 같은 규정을 만들 때 “공공재인 도시경관의 무분별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라고 설명했어요.
· 하지만 지금은 “창의적 건축물과 역동적인 스카이라인을 조성해 활력을 불어넣겠다”며 이 규정을 도로 없애야 한다고 합니다.
· 광주시는 지난 3월 광주 구도심에 있는 옛 방직공장 재개발 계획안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도 50층 건물을 짓는다는 밑그림이 담겼어요.
광주시가 (초)고층 건축물 건설을 허용하는 쪽으로 제도를 바꾸고 있어요.
광주는 왜 50층에 들썩일까?
광주에서는 도시 고층화 조짐을 반대하는 여론이 일고 있어요. ‘도시 경관’을 지킨다는 명분을 갖고 아파트 층수를 제한했는데, 광주시가 불과 2년 만에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정책을 뒤집었다는 거예요. 방직공장 재개발 계획에 50층 건물의 윤곽이 담긴 것은 정책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하면서 시민사회를 자극했습니다.
사실 30층 아파트, 50층 빌딩은 요즘 찾아보기 그리 어려운 높이가 아니에요. 그런데도 광주에는 왜 거부감을 느끼는 시민들이 있을까요?
광주 시민들이 지키고자 하는 도시 경관의 핵심, 바로 ‘무등산’ 때문입니다. 광주에 고층 건물이 늘어날수록 시야를 가려 무등산을 볼 수 없게 되는 장소들도 늘어난다는 거예요. 광주 도심 건물들은 대체로 엇비슷한 높이로 지어져 평탄한 스카이라인을 유지해 왔죠.
“무등산이 뭐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독자님이 계실지도 모르겠어요. 우리나라에는 산과 어우러진 도시가 너무 많으니까요. “도시에서 꼭 산을 봐야 하나?” 이렇게 근본적인 의문을 품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광주 시민이 무등산을 각별하게 여기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광주에서 쭉 살아온 강현석 기자는 “광주가 곧 무등산”이라고 단호하게 말해요. 강 기자가 이렇게 말하는 건,
· 무엇보다 광주를 품고 있는 듯한 무등산의 지형 때문이에요. 영산강이 흐르는 서쪽을 빼고 나머지 3면은 모두 무등산과 그 산줄기에 둘러싸여 있죠.
· 이 같은 지형은 광주 시민의 정서에도 큰 영향을 미쳤어요. 광주 시민들은 무등산을 ‘어머니 산’이라고 부른다고 해요.
· 5·18 항쟁 당시 아픈 기억은 이런 서사를 더 강화한 것으로 보여요. 당시 지역 신문인 전남일보는 <무등산은 알고 있다>는 제목 아래 무등산이 광주 시내를 묵묵히 굽어보는 듯한 구도의 사진을 실었습니다. 무등산은 광주 시민들이 침묵으로 감내해야 했던 세월을 상징하는 존재였어요.
· 그렇다고 무등산이 엄숙, 근엄한 존재인 것만은 아니에요. 높이는 1187m에 달하지만 경사가 완만해 누구나 오르내릴 수 있고, 산 중턱을 오가는 ‘1187번’ 버스가 있거든요. 광주 시민들에게는 언제든 가볍게 “무등산이나 한번 가자”고 얘기할 수 있는 ‘동네 뒷산’인 거죠.
· ‘무등’은 학교, 극장, 도서관 이름에 박혔고, 광주의 프로야구단은 ‘무등산 호랑이’라고 불려요. 이렇게 무등산은 광주의 일상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요.
그래서 강 기자는 “무등산은 광주의 전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합니다.
광주 시민들에게 의미가 남다른 무등산을 가릴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고층 건물 양산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어요.
1. 광주만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
강 기자가 전하는 광주 무등산 이야기, 혹시 독자님의 마음에 와닿았나요?
저에게는 ‘조망권’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집 근처에 높고 큰 건물이 들어서서 햇빛이나 풍경을 가리는 상황을 우리는 보통 ‘조망권 침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광주라는 도시에서 무등산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건 단지 물리적 시야를 막는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무등산은 광주 시민들이 공유하는 아픈 상처인 5·18에도, 거리에서 매일 같이 마주칠 간판과 1187번 버스에도 담겨 있으니까요. 그런 무등산을 가리는 건 누군가의 정서, 기억, 공동체 소속감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 서사는 특수한 역사와 환경을 지닌 광주에서만 통하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아요. 1990년대 서울에서는 이미 ‘남산 제모습 찾기’란 이름으로 시민 공동의 정서, 기억, 소속감을 회복하는 과제를 수행한 적이 있었어요.
1994년 11월 20일, 남산 외인아파트가 폭파돼 와르르 무너지는 장면을 담은 사진입니다.
외인아파트는 1972년 한강 이남을 훤히 조망할 수 있는 남산 중턱에 16~17층으로 지어졌어요. 이름에 나타나듯 ‘외국인 거주용 아파트’였고요. 남산의 정상부를 콘크리트로 가린 데다, 외국인만 살던 곳이다 보니 마치 일제강점기 남산에 세워져 경성 어디에서든 볼 수 있었다는 조선신궁처럼 ‘민족의 자존감’을 짓밟는 유산으로 취급됐어요.
외인아파트 폭파는 1990년대 초 당시 정부가 대대적으로 펼쳤던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의 하이라이트였어요. 3개 방송사(KBS, MBC, SBS)가 모두 아파트가 폭삭 주저앉는 장면을 생중계했고, 시민들은 건너편 잠원고수부지(한강공원)에 집결해 폭파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지켜봤습니다. 그 2년 뒤에는 군부 독재정권이 사용했던 옛 안기부 건물도 폭파했습니다.
이렇게 세상을 떠들썩하게는 했지만, 사실 건물을 폭파하는 이벤트는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의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어요. 건물 철거 외에도 남산 기슭 주택가의 건물 높이를 한양도성 성곽 높이 아래로 제한하거나, 남산 주변 도심지에서 건물을 지을 때 남산 조망을 가리지 않도록 하는 규제를 촘촘하게 설계하는 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렇게 해서 남산은 오늘날과 같은 풍경을 갖게 되었어요. 만약,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이 없었다면 어땠을까요? 특정인이 점유한 구조물이 남산 고유의 생태, 역사 환경을 잠식한 채 그대로 우뚝 서있다면요. 그런 남산이 서울시민들에게 주는 정서, 기억, 소속감은 지금과 매우 다르지 않았을까요?
2. 행정 권력을 움직이는 재산권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을 벌인 지도 어언 30년 가까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서울도 많이 변했고, 이제 남산 주변에서도 광주와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어요. 남산과 북한산을 낀 중구와 강북구는 최근 산 주변 건물의 최고 높이를 20m로 제한한 규정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서울시도 이러한 높이 제한이 “지나치게 재산권 행사를 제한한 측면이 있다”며 동조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의 전반적인 정책 방향은 이미 건축물 층수 혹은 높이 제한을 없애는 쪽으로 기울었어요. 지난 1월에는 ‘35층 룰’*이라고 불렸던 아파트 층수 제한을 폐지했습니다.
*35층 룰이란?
서울시가 2014년 발표한 ‘203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담긴 건축물 층수 지침으로, 순수 주거용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35층으로 제한했어요. 하지만 올해 1월 발표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는 35층 룰을 삭제했습니다. 도시기본계획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만들어야 하는 지침이에요.
이런 상황은 ‘조망권 대 재산권’이라는 오래된 논쟁을 다시 불러내고 있습니다. 남산이나 무등산 조망권을 지켜야 한다는 주장은 늘 “조망권을 지키기 위해 건물을 크고 높게 못 짓게 하는 건 재산권 침해”라는 주장과 대립했어요.
여기에서 잠깐 점선면 독자님들의 생각을 살펴볼까요? 지난 3월31일 레터에서 오늘의 점선면 주제를 예고할 때, 독자님들께 ‘조망권이냐 재산권이냐’ 논쟁에 관한 의견을 여쭌 바 있습니다. 답을 주신 독자님들은 대체로 조망권에 우선순위를 두셨어요. 조망권을 침해당한 경험도 들려주셨습니다.
지구는 함께 쓰는 것, 하늘을 볼 권리도 있다. 고층 건물로 인해 조망권을 침해받는 게 너무 싫어요. 노을을 보고 싶어도 건물에 가려져서 안 보이더라고요. 빌딩이라는 감옥에 갇히는 느낌이에요. (노을님)
부산에는 길쭉한 도로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고층아파트가 생겨난 지 오래되었습니다. 답답하고 막혀있어 하늘을 보는 것이 힘들어졌습니다. 답답한 도시가 되어버렸습니다! (평화바람님)
고압적인 느낌을 주는 고층 건물뷰 싫어요. 가령 해운대 마린시티처럼 획일적인 고층건물이 집단으로 모여있으면 보기 안좋더라고요. (가라배님)
고층건물이 경관을 사유화하는 문제도 있다고 생각해요. 제주도뿐만 아니라 베트남, 태국 등 해안가에 우후죽순 들어선 높은 건물(해안가에 들어선 카페)이 한라산과 바다를 가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한라산과 바다를 보기 위해 돈을 내야 하는 문제도 종종 발생하는데요. 누구나 다 누려야 할 자연 경관을 돈을 내고 봐야 하는 거죠. (하얀나라님)
도시의 공공성을 고려하여 문화재, 자연경관과 인접한 지역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이제는 고층건물이 식상하다. 특히 미래 지속가능성이 낮고 경관을 해치는 고층건물은 이제는 지양할 때가 되었다. (좋은이님)
독자님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부산 같은 대도시는 물론 제주에서도 조망권 문제를 겪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재산권을 보장한다고 크고 높은 건물을 허용하면 어김없이 ‘자연경관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이 뒤따릅니다. 광주 무등산 이야기를 들려준 강 기자의 생각도 비슷해요. “자연도 하늘도 다 우리 시민들의 것이잖아요. 특정 기업이나 주민들만이 누릴 권리는 없다고 봐요.”
하지만 재산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도 이에 만만치 않게 큽니다. 특정 동네 사람들이 재건축·재개발 사업으로 얻을 이익을 염두에 두고 힘을 합쳐 재산권을 주장하면서, 종종 선출직 공무원들을 움직이는 강력한 힘이 됩니다. 현재 남산 주변 건축물 높이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지자체장, 국회의원의 행보가 그 힘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어요. 1992년 정부 차원에서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을 한창 벌일 때도 서울시의원들이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들어 건축물 높이 제한 관련 조례안을 부결시킨 적 있습니다.
‘조망’에 관한 판단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도 재산권을 조망권보다 우선시하는 근거로 사용되곤 합니다. 건축물 높이를 일정하게 제한한 결과를 두고 누군가는 “차분하고 조화롭다”고 말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지루하고 획일적이다”라고 말할 수도 있으니까요. 오히려 같은 용적률로 건물을 짓는다면, 높이 지을수록 건물과 건물 사이 간격을 크게 확보할 수 있어 조망 등에 유리하다고 주장하기도 하고요.
강현석 기자는 “광주의 랜드마크는 무등산”이라고 생각하지만, “젊은 세대는 마천루가 있는 것을 도시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광주 안에도 상반된 시각이 있다는 점을 전했어요.
남산의 제모습을 찾자던 1990년대와는 달리 고층 아파트가 이제는 아주 익숙하고 선호하는 주거 양식이 됐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서울시를 취재하는 김보미 기자는 묻습니다. “서울시민이 원하는 주거 형태가 거의 아파트로 수렴하는 게 현실인데, 조망권 논리를 들어 산 주변에 아파트를 공급하는 걸 ‘안 된다’고만 하는 것이 시대상과 과연 맞는지 논의는 해봐야 할 때 아닐까요?”
3. 조기축구회도 함께 만든 남산 경관
그런 논의의 장을 여는 건 도시 행정을 맡은 지자체의 책무입니다. 서울·광주 등 지자체는 이미 건물을 전반적으로 높이는 쪽으로 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반대 의견도 듣고 함께 논의해야 합니다. 여러 점선면 독자님들이 재산권보다 조망권을 더 옹호하는 의견을 주셨는데, 행정당국은 이런 시민의 목소리를 배제해서는 안 되겠죠.
실제 서울 중구와 강북구는 지난달 남산·북한산 주변 높이 문제를 놓고 전문가 토론회와 주민 공청회를 잇따라 열었어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면 이런 자리가 더 많아져야 할 거예요.
김보미 기자는 지난 3월31일 열린 전문가 토론회를 취재했는데, 이날 참석한 교수·도시계획가는 1990년대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을 복기하며 ‘컨센서스(공론화 과정을 통한 합의)’ 문제를 강조했다고 해요. 당시 건축물 높이를 제한할 때도 여러 의견을 들으며 신중하게 합의하는 과정을 밟았던 만큼, 제한을 완화할 때도 같은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취지였죠.
1990년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한 일이 ‘100인 시민위원회’ 구성이었어요. 이 시민위원회에는 문화·예술·역사·생태·조경 등 전문가뿐만 아니라 부녀회·산악회·조기축구회 등 지역주민 조직 대표들이 주축으로 참여했어요. 남산 인근에서 일하는 필동 유치원 교사, 한남국민학교(초등학교) 교사, 새마을금고 이사장도 시민위원으로 활동했고요, 배우 최불암씨나 소설가 이문열씨 등 유명인사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시민위원회 안에는 한남동, 남산골, 남대문로, 용산동, 장충동 등 남산을 바라보는 다양한 축별로 나뉜 조직이 있었고, 제각각 특성에 맞춘 경관 관리 방안을 논의했어요. 이런 바탕 위에서 세밀한 계획을 도출할 수 있었고, 1991년 5월 시민위원회 명의로 ‘남산제모습찾기 종합기본계획’을 제출했습니다. 당시 서울시 정책기획관이었던 강홍빈 박사는 나중에 “100인이 다양한 의견을 냈고 역동적이고 멋있게 운영됐다”고 회고했어요.
100인 시민위원회의 활동은 한국 최초의 시민참여형 도시계획이었습니다. 도시의 경관은 한번 바꾸면 되돌리기 어려우므로 가능한 한 탄탄하게 쌓은 민주적 기반 위에서 결정할 필요가 있었던 거예요. 지금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꾸겠다는 지자체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30년 전 서울에서 일어난 컨센서스의 역사를 되새겨야 할 것 같습니다.
1990년대 ‘남산 제모습 찾기’ 운동을 하면서 시민의 정서, 기억, 소속감에 영향을 주는 도시 경관을 민주적으로 결정한 적이 있어요. 현재 지자체들은 재산권 보호에만 치우쳐 도시 경관을 바꾸려고 하는데, 이 역사를 되새겨야 합니다.
세 줄 점선면
▶ 지자체가 건축물을 높여 지을 수 있게 규제를 풀겠다고 하자 광주에서는 무등산, 서울에서는 남산·북한산의 조망권 논란이 일어나려고 해요.
▶ 광주와 서울이 각각 무등산과 남산의 경관을 건축물이 경관을 가리지 않도록 규제한 것은 생태적,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고려해 나온 조치였어요.
▶ 시민에게 의미가 큰 도시 경관을 바꾸고자 한다면, 1990년대 ‘남산 제모습 찾기’ 계획이 각계각층이 모여 숙의한 끝에 도출됐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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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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