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시스템 불안이 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머니인사이트]

2023. 4. 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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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FOMC 정점으로 기준금리 인하 전망 강해질 것, 장·단기 금리 하락 요인

[머니인사이트] 

<YONHAP PHOTO-0948> epa10521099 Customers wait outside the headquarters of Silicon Valley Bank (SVB) in Santa Clara, California, USA, 13 March 2023. The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 (FDIC) took control of the bank's assets, making it the largest bank to do so since the 2008 finical crisis. EPA/GEORGE NIKITIN/2023-03-14 05:10:29/ <저작권자 ⓒ 1980-2023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은행 시스템 불안이 새롭고 강력한 위험으로 떠오르며 전 세계 자산 시장을 흔들고 있다. 3월 BofA-메릴린치가 조사한 글로벌 펀드매니저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가장 큰 위험으로 시스템적 크레딧 이벤트(systemic credit event)를 꼽았다. 인플레이션이 높게 유지될 위험을 꼽은 사람도 여전히 많았지만 응답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던 2월과 달리 응답률이 낮아졌다. 시스템적 크레딧 이벤트의 근원지로는 미국 그림자 금융(34%)과 회사채(17%), 선진국 부동산(10%)이 꼽혔다.

강력한 불안 요인

3월 10일 미국 내 자산 규모 16위 은행인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했다. 2022년 말 자산 규모 2118억 달러의 회사다. 3월 20일에는 스위스 2위 은행인 크레딧스위스(CS)가 경쟁자였던 UBS에 30억 스위스 프랑(32억5000만 달러)에 인수되면서 투자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CS는 2022년 말 자산 규모 5764억 달러의 회사다. 3월 24일에는 도이체방크의 신용 부도 스와프(CDS) 스프레드가 급등하면서 유럽의 금융 위험이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앞선 두 은행과 달리 도이체방크는 구조 조정을 통해 자본 건전성과 수익성을 높여 왔다는 평가가 이어지면서 오히려 금융 시장이 너무 섣부르게 크레딧스위스 다음 타깃을 설정했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SVB와 CS는 모두 공통적으로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 인출이 나타나며 위기에 빠졌다. SVB에서는 3월 9일 하루 만에 전체 예금의 25%인 420억 달러가 빠져나갔고 CS에서는 2022년 4분기에만 1110억 스위스 프랑(1200억 달러)의 예금이 이탈했다. SVB는 벤처캐피털과 기술 스타트업 전문 은행으로서 고금리 충격에 따른 재무 구조 악화가 원인이 됐고 CS는 자본 건전성과 유동성 모두 큰 문제가 없었지만 2021년 아르케고스 사태 이후 자산 관리와 투자은행 부문의 수익 기반 약화로 대규모 순손실이 발생하며 운영 위험 관리에 대한 신뢰를 잃어 버린 것이 예금 이탈의 원인이 됐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에 대응하기 위한 초고도 통화 완화 정책으로 예금이 급격히 불어났고 이 예금을 굴리기 위해 은행들은 채권에 투자했다. 하지만 물가를 잡기 위해 중앙은행이 급격하게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이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의 가치가 하락했다. 수익성과 자본 건전성이 낮아서 위험하다고 인식되는 은행에서 예금이 이탈하면 예금 감소(은행의 부채)에 대응하기 위해 보유 채권(은행의 자산)을 손실을 실현하면서까지 매각해야 한다. 이런 현상들이 나타나면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은행에서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은행으로 자금이 빠르게 이동한다. 금융 당국이 예금 보험을 보장한다고 약속해도 불안한 투자자들이 예금을 옮기기 시작하면 자기가 먼저 자금을 인출해야 한다는 집단 불안 심리가 형성되고 이러한 대규모 예금 이탈은 일반적인 환경에서 문제가 없는 은행들까지 흔들 위험이 있다.

지역 은행에서 대형 은행으로 예금이 이동하는 현상을 막기 위한 조치들을 미국 금융 당국이 강구 중이다. 25만 달러 한도로 제공하는 예금 보험을 그 이상의 예금에 대해서도 적용하는 방안을 금융 당국이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SVB와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금융 규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예금 보험 한도를 일시적으로 높이는 조치는 2008년과 2020년에 단행된 적이 있는데 2008년 이후 전면적인 예금 보험 한도 상향은 의회의 승인이 필요해졌다. FOMC가 열린 3월 21일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의회에서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모든 예금을 보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발언하며 충격을 줬다. 그것은 ‘의회의 권한’이라는 뜻이다. 의회가 이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만약 문제가 심화됐을 때 금융 감독과 규제의 책임 소재를 놓고 정치권의 갈등으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신용이 경색될 위험이 있다.


“성장주 매수 2분기 내 분산”

은행 시스템 불안을 차단하기 위한 예금 보험 한도 상향 등 당국의 조치는 결국 단행되겠지만 의회 승인 과정에서 주식 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확대될 것이다. 2분기가 나스닥100 등 대형 성장주를 저가 매수할 기회라는 판단은 유효하지만 의회 승인 과정에서 나타날 진통을 감안한다면 성장주는 2분기 내에 분산해 매수할 필요가 있다.

반면 금리 수준이 많이 낮아졌지만 한국과 미국의 장기채 금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3월 FOMC에서 미국 중앙은행(Fed)과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준금리를 4.75~5.00%로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점도표상 2023년 말 기준금리 전망치의 중간값은 5.125%로 유지했다. 은행 불안이 더 확대되지만 않는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것이라는 뜻이다. 파월 의장은 여전히 “올해 기준금리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지만 금리 파생 상품 시장은 여전히 연내 기준금리 인하 반영 폭을 넓히며 약 0.75%포인트의 인하를 반영하고 있다. 은행 시스템에 더 문제가 생기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강력한 디플레이션 압력이 생길 수 있는데 그때는 매우 급진적인 통화 완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은행 불안을 가라앉힐 다양한 정책 도구들이 있지만 문제가 불거지기 전에 의회가 나서 해결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Fed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의지를 계속 가지고 있다면 경기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진다. 결국 누적된 통화 긴축의 부정적 효과가 금융 불안정을 통해 실물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Fed는 금융 안정을 추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높이는 요인이다. 주요 인플레이션 지수의 전년 대비 변화율이 기준금리를 밑돌기 시작하는 2분기에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높아질 것이다.

3월 FOMC에서 공개된 점도표에는 내년 4.25%, 내후년 3.125%의 기준금리 전망치가 제시돼 있다. 즉, 연내 추가 1회 인상 이후 내년부터는 연간 1.00%포인트씩 인하로 돌아선다는 의미다. 추가 인상을 몇 차례, 얼마나 더 하든지 이제는 최종 목표에 거의 도달했다는 인식이 은행 시스템 불안과 맞물리면서 장기 금리의 하락 압력이 쌓여 가고 있다.

일손 부족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저임금·저숙련 일자리를 중심으로 고용 시장 확장세가 이어지면서도 임금 상승률은 안정되는 중이다. 은행 시스템이 흔들리는 등 통화 긴축의 누적 효과가 관찰되기 시작하면서 ‘통화 긴축 지속’의 이유였던 강한 고용 시장은 오히려 ‘급격한 경기 위축을 막아 주는 보루’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 이익 추정치도 2분기 중 저점을 확인할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리스크 요인들은 지속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은행 시스템 불안에서 드러났듯이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급격하게 시행되는 통화 긴축은 이자 부담을 높이고 수요를 위축시켜 경제 주체들의 부채 상환 능력을 떨어뜨린다. 특히 금융 위기 이후 대형 은행의 각종 규제로 인해 중소형 은행의 그림자 금융 규모가 급증했다. 특히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최근 비교적 수요가 높은 고급 오피스 건물의 임대 게약이 불이행되는 사례가 늘고 공실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 은행 중에서 자산 규모 상위 25개 은행(대형 은행)의 총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56.9%로, 외국계 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국내 은행(중소형 은행) 비율인 29.9%에 두 배에 가깝다. 하지만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의 비율은 대형 은행이 29.0%인 반면 중소형 은행은 67.4%에 달한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대형 은행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6.4%에 불과하지만 중소형 은행은 28.3%로 중소형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의존이 매우 높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신동준 KB증권 WM투자전략본부장·숭실대 금융경제학과 겸임교수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으로 소속 회사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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