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만주 넘게 갖고 있는데...한화가 베팅한 니콜라, 동전주됐다
대규모 증자 추진 영향
한화그룹 여전히 1000만주 넘게 보유
지분가치 희석과 평가손 예상
한화그룹이 초기 투자자로 나섰던 미국 수소 트럭 기업 니콜라의 주가가 1달러 선까지 급락하며 ‘동전주’가 됐다. 이 회사가 최근 자금난을 완화하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한 데 따른 영향이다. 한화는 2018년 이 회사에 1억 달러를 투자해 2000만주 넘게 지분을 보유했었다.
이후 2020년 6월 니콜라가 상장하면서 주가가 80~90달러 선까지 치솟으며 성공한 투자로 언급됐다. 그러나 힌덴버그 리서치가 니콜라의 수소 트럭이 사기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후 주가가 급락했다. 힌덴버그 리서치는 기업가치가 과대 평가됐거나 회계 부정 등이 있는 기업을 공매도하는 행동주의 펀드다.
한화는 2021년 일부 지분을 매각했지만, 여전히 1100만주 이상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니콜라가 1주당 1.12달러로 1억 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어 신주 발행 후 주가는 상당 기간 낮은 상태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적지 않은 평가손실을 입고 있는 한화그룹은 단기간에 잔여 지분을 매각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일(이하 현지 시각) 니콜라는 1.2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니콜라 주가는 지난 2월 말 2.22달러(2월 28일 종가)였는데 1개월여 만에 1달러(45.04%) 추가 하락했다.
니콜라 주가가 1달러 선까지 내린 것은 대규모 유상증자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니콜라는 지난달 30일 유상증자를 발표했다. 인수자(underwriter·주관사)로 씨티그룹을 정해 1주당 1.12달러 가격으로 일반공모 투자자에게 2991만715주(보통주)를 발행하고 별도 계약을 체결한 제3의 투자자에게 같은 가격으로 5937만4999주를 발행하기로 했다. 이 투자자는 일반공모로 유증이 성공하지 못하면 잔여 신주도 모두 인수하기로 했다. 또 씨티그룹은 유상증자 이후 30일 이내에 같은 가격으로 448만6607주를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받았다. 씨티그룹 옵션 행사분을 제외해도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 규모는 8928만5714주에 달한다. 1주당 공모 금액으로 환산한 유증액은 9999만9999.68달러다. 유상증자 결과는 오는 11일 전후 공개될 예정이다.
헐값의 주식이 대량으로 신규 상장될 예정이어서 주가가 다시 단기간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증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글로벌 투자은행(IB) BTIG의 그레고리 루이스 애널리스트는 니콜라에 대한 의견을 ‘매수(Buy)’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도 ‘보유(Hold)’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니콜라의 주가 급락은 한화그룹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수소기업과의 협력을 추진하겠다며 투자했던 회사가 주가 1달러짜리 기업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와 한화임팩트는 지난 2018년 미국 현지에 그린니콜라홀딩스를 설립하고 1억 달러를 출자해 니콜라 주식 2213만주를 취득했다. 단순 계산하면 1주당 취득가는 4.5달러가량이다. 이후 한화는 2021년 6월 290만주를 1주당 18.6달러에 매각해 5394만 달러를 회수했다. 당시 환율(6월 평균 1121.3원‧매매기준율)을 기준으로 보면 604억8300만원을 회수한 셈이다.
한화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2021년 말까지 보유하고 있던 지분의 절반(1106만5000주‧5000만 달러)을 매각하겠다고 공시했다. 한화그룹은 이를 이행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절반의 지분을 매각했다고 해도 나머지 5000만 달러로 산 지분 1106만5000주는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현재 주가(5일 종가 1.17달러)로 환산하면 1294만6050달러다. 손실률은 74.1%로, 금액으로는 486억원가량이 평가손실로 잡혔다. 니콜라의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지분가치 희석도 피할 수 없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니콜라와의 수소 사업 협업체계는 변함없이 유지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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